5월 23일, 배수도 조금씩 일어나고 1차 산란도 끝난 상황이어서 대물붕어 한 방은 있어도 낚시가 조금은 힘들어지는 시기다. 이번 출조는 깊은 산속 계곡지로 떠나본다. 이 저수지는 경북 영천시 화산면 화산리에 있는 효정지로 규모는 1만5천200평이다. 계곡지이며 피라미와 갈겨니가 많아 여름 출조 시 붕어 한 마리 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경치가 수려하여 연중 한두 번씩 힐링 목적으로 출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출조는 도전에 가까웠다. 평소에도 붕어 얼굴 보기 힘든 곳을 이 시기에 찾는다는 것은 다소 무모하지만 어쩌면 의외의 시기에 저수지 공략의 답을 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출조 전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챙겼다.
효정지는 갈겨니가 특히 많아 미끼는 새우 외에 옥수수, 삶은 겉보리 등을 모두 챙겼다. 사실 갈겨니에 새우 미끼는 추풍낙엽이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충분한 양을 준비했다.

대편성 때부터 달려드는 갈겨니들
효정지에 도착하니 수위는 만수였다. 물색은 아직은 맑은 편이었으며 상류에서 피라미, 갈겨니, 붕어 등이 가끔씩 라이징을 하며 우리를 현혹했다. 제방을 마주보는 상류에 내가 앉고 제방 우안 상류에 황병철 씨가 자리를 잡았다.
내가 앉은 상류는 수심이 70~90cm였고 황병철 씨 자리는 150~180cm가 나왔다. 물속에 적당한 양의 버드나무 군락과 뗏장수초, 마름, 물수세미 등이 자라 있었다. 그 주변을 집중적으로 노려보기로 했다. 장애물이 많은 것에 비해 바닥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대편성 중에 벌써 갈겨니가 붙어 난리가 났다. 신경이 쓰였지만 묵묵하게 기다리며 한 마리의 대물 붕어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어둑해질 즈음 대편성을 마치고 일찍 저녁을 먹고 각자의 자리에서 케미를 밝혔다. 밤 9시경 내 자리에서 첫 입질이 들어왔다. 챔질과 동시에 손아귀에 꽉 차는 8치급이 올라왔다. 다시 입질이 이어지며 7~9치급이 찌를 밀어 올렸다. 계곡지 붕어답게 손맛과 찌맛이 최고였다. 이맘때 한 마리 얼굴 보기도 힘든 곳에서 연달아 입질이 들어오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황병철 씨가 올린 33cm 월척. 계곡지 붕어 특성 그대로 체형이 길쭉했다.

▲필자의 자리에서 바라본 우안 상류 포인트.

▲옥수수 미끼로 33cm 월척을 올린 황병철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