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금지법 개정 국회청원 10만

청원인 유원기 씨 인터뷰

“낚시금지법은 삭제해야 할 낡은 법” 

▲본지 편집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지난 4월 2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낚시행위 제한 근거 조항 개정에 관한 청원(이하 낚시금지법 개정 청원)’을 넣은 유원기 씨는 낚시인이 아니다.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으로 낚시인들의 반대운동이 한창이던 4월경 우연하게 페이스북 그룹 ‘낚시금지철회를낚시사랑모임’에 가입하게 되었다(낚시금지철회를위한낚시랑모임의 관리자인 한국루어낚시협회 정민철 사무국장이 모르는 사람인데 잘못 초대했다고 한다).
유원기 씨는 그룹 게시판을 통해 평택호를 비롯해 김해 낙동강, 전주 전주천, 완주 만경강, 서산 잠홍지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하천과 저수지에서 낚시금지구역 지정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회원들에게 자신이 낚시금지구역 지정 관련 법 개정 청원을 국회에 넣으면 어떻겠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놀랍게도 유원기 씨는 언론사 법무팀장 등 법률 관련 일을 15년 간 한 법률전문가였다. 낚시금지 관련 법 조항의 부당성과 비현실성을 지적한 청원문을 회원들에게 공유한 뒤 행동에 옮겼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한 달 기간 동안 동의 수가 10만을 넘으면 국회에서 이를 심의하게 된다. 유원기 씨는 청원문에 낚시금지 근거 법인 하천법과 물환경보전법의 낚시금지 법 조항 개정을 요구했다. 그리고 5월 25일, 유원기 씨가 낸 낚시금지법 개정 청원은 마감일 27일을 이틀 앞두고 10만 동의를 얻어 국회에 회부되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10만 동의가 이뤄진 이틀 후인 5월 27일 본지 편집실에서 유원기 씨를 만났다. 

▲낚시금지법 개정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낸 유원기 씨.  

언론사 법무팀장 등 15년 경력의 법률전문가

-반갑습니다. 낚시인들이 이번 법 개정 청원인인 유원기 씨가 어떤 분인가 많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소개를 해주신다면?
저는 귀어해 대구에 거주하면서 경북 영덕에서 해양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엔 15년간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을 맡았고 그 기간 동안 대구 소재 언론사의 법무팀장 일을 5년간 보았습니다. 낚시인은 아닙니다. 경북 안동에서 수상구조대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거기서 회장 직을 맡고 있는 강시원 프로님과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 낚시인이 아니시라는 게 좀 뜻밖이군요. 낚시인도 아니시면서 어떻게 낚시금지법 개청 청원을 하시게 된 겁니까?
전국낚시금지철회를위한낚시사랑모임에 제가 초대가 됐습니다. 당시엔 평택호, 만경강, 낙동강 등 하천부터 서산 잠홍지 저수지까지 낚시금지 이슈가 계속 터졌는데 (운영자인)서정은 작가님한테 이거 법 개정 청원을 해도 될 문제다라고 얘기했죠. 여러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진행하게 됐습다(유원기 씨는 이전에도 다른 분야의 법 개정 청원을 한 차례 진행했고 2건의 헌법 소원 등을 직접 진행한 경험이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있고 한데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택한 이유는?
요즘 국민들이 청원하는 일이 활발합니다. 사회 문제 같은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하는 게 맞죠. 하지만 이번 법 개정 청원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야 법을 다루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만 동의 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 회부  
-국민동의청원 동의 수가 10만 달성됐습니다. 그 뒤의 진행은?
10만 달성이 되면 자동적으로 국민동의청원은 종료되고 국회 심의위원회에 회부됩니다.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같이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분야별 심위위원회가 있습니다. 심의위원회엔 적게는 16명에서 많게는 50명의 국회위원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이 회부된 법안을 심의하고 투표에 부쳐서 과반 이상 참석 과반 이상 찬성이 될 경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거죠. 본회의도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이 있으면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개정 대상 법안인 하천법과 물환경보전법은 어느 심의위원회에서 다루게 되는 겁니까?
하천법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다루고 물환경보전법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루게 됩니다(5월 25일 10만 동의를 얻은 낚시금지법 개정 청원은 다음날인 26일 국토교통위원회와 관련 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됐다).
-1차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위원회 심의 통과가 어렵습니까?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입니다. 물환경보전법을 심의할 환경노동위원회는 위원 수가 16명이에요. 과반 참석이라면 9명을 말하는 것이고 과반 찬성이라면 5명이 찬성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야 개정 법안이 심의에 통과될 수 있습니다.
-10만 동의 달성 후 국회 본회의 처리까지 기간이 얼마 정도 걸립니까?
그것은 사실 우리가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처리가 급박한 법안은 한 달이 걸리고 어떤 법안은 국회위원 임기 내에서 처리되지 못하기도 하죠. 국회의원 임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면 자연 소멸되는 겁니다. 이 법안 개정이 정말 중요하고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여론전을 펼치는 거죠.

국회의원 SNS에 댓글 등 여론전 필수
-압박을 펼쳐야 한다는 게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압박을 펼친다는 것은 해당 법안을 심의하고 표를 행사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댓글을 달든 아니면 관련 이슈를 쟁점화하든 해서 ‘아 이 법안 통과시켜야겠는데’라는 인식을 시켜주는 것이죠.
-낚시인들이 그냥 달려들면 되는 겁니까?
그것은 진행 과정을 보면서 논의를 해가야 하는데 가령 이런 겁니다. 일전에 서산 지역구의 성일종 의원이 서산 잠홍지 낚시금지 관련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낚시인들이 떼로 몰려가 댓글을 다니까 서정은, 안지연 작가를 국회로 불렀거든요?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케이스입니다. 저조차도 개인 자격으로 국회를 방문해서 국회의원을 만난 적이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번에 하천과 저수지 낚시금지구역 지정 사태부터 낚시금지법 개정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이르기까지 낚시계 여론을 이끌고 있는 낚시인들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지금은 여론전 시대입니다. 1대1로 만나서 딜을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전투력을 가진 분들이 에스엔에스 댓글이나 국회 시위 등을 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매달리면(귀찮아서라도 또는 이거 놔두면 나중에 골치 좀 아프겠는데) 판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낚시금지법은 삭제하는 게 최선, 쓰레기 대책도 필요
-유원기 씨의 국민동의청원 내용을 보면 ‘하천법에서 신설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1999. 2. 8. 제71조 제4항을 신설(하천법 제46조 6항 나를 말한다)와 ‘물환경보전법 제20조의 삭제 내지 이해관계자와의 논의해서 법 개정을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삭제를 해야 되는 게 아닙니까?
네, 삭제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지금 두 개의 법안은 만든 지 20년도 넘은 낡은 법안입니다. 높아진 국민성과 달라진 시대 상황과 전혀 안 맞는 법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지자체 공무원들이 악용하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낚시계에서 들고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이해관계자들의 논의를 통해 개정될 대상 중 하나가 쓰레기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쓰레기 문제에 대해선 이미 특별법이어서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법인 낚시관리 및 육성법을 통해 규제할 수 있도록 조항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7조(수면 등에서의 금지행위)’ ‘제55조(과태료)’엔 수면에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릴 경우 이에 대한 과태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낚시계의 협조 하에 규제의 강도를 높일 경우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공감대는 낚시계에 이미 형성되어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미국과 호주에선 낚시에 대해선 제재를 하지 않되 쓰레기 발생에 대해선 과한 벌금을 부과해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호응을 해줄까요?
현재 낚시는 환경오염 예방과 수질과 생태계 보호에 힘쓰는 자연친화적인 레저로 바뀌고 있습니다. 많은 수의 낚시인들은 낚시터 보존을 위해 자신들의 비용으로 주변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높은 시민의식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청소비 징수 등의 방법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나 이는 이중과세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낚시인 스스로 쓰레기근절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낚시는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평택호 낚시금지부터 서산 잠홍지 낚시금지까지 지켜봐왔습니다.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모인 낚시계의 힘은 단 시간에 나타난 결과는 아니라고 봅니다. 낚시인들이 아 이래선 안 되겠구나 바꿔야겠다는 현재의 모습을 만든 것이죠. 이렇게 모인 낚시인들의 응집력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페이스북을 보니까 삽교호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합니다. 법이 개정되는 동안 다음엔 또 어느 낚시터가 낚시금지로 묶일지 모릅니다. 이번 국민동의청원을 위해 앞장섰던 낚시인들이 분명 삽교호 낚시금지구역 추진도 막느라 애쓸 것입니다. 지금 페이스북을 보면 낚시금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낚시인들의 모임과 낚시터환경보호를 펼치고 있는 낚시인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권리와 의무라는 점에서 둘은 함께 가야합니다. 낚시단체나 낚시업체에서도 이 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낚시 세대는 이 분들이 이끌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낚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유원기 씨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