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홍식의 로드빌딩_9

랩핑용 실 세 가지
일반적인 것, NCP, 메탈릭

조홍식 이학박사

▲ 미국제 PROWRAP 제품. 현재 가장 흔한 랩핑용 실이다.

▲ 후지공업에서 판매하고 있는 랩핑용 실인 EZ스레드와 보빙.

로드빌딩 과정 중에서 가장 시간이 걸리고 신경도 많이 쓰이며 지루한 과정이 시작되었다. 물론, 로드빌딩의 멋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과정으로 일반적인 공장제품과 달리 화려한 색상의 랩핑(wrapping)으로 ‘커스텀메이드다움’을 더할 수 있지만, 로드빌더에게는 어려운 과정이기도 하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시간적인 여유도 필요하다. 더욱이 작업실과 같은 공간적인 제약도 있고 온도와 습도, 환기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할일이 의외로 많다. 솔직히 손재주가 없거나 지루함을 견디기 힘든 성격이라면, 이 단계에서 로드빌딩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기술적으로 익숙해져야 진행이 매끄러운 단계라서 초심자라면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길 바란다. 반복되는 경험이 쌓이면 자신만의 로드빌딩 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다.

랩핑은 어떤 과정인가?
‘가이드를 블랭크 표면 위 정 위치에 고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로드빌딩 전용 실을 사용해 감아서 고정하는 것을 랩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단순하게 단어의 뜻을 감아서 싼다 또는 말아서 포장한다는 의미이지만, 로드빌딩에서는 가이드를 실로 감아 고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렇지만 실로 아무렇게나 감는 건 아니고 가느다란 실이 가이드의 다리 위로 빈틈없이 겹치지 않도록 감기도록 만드는 과정이라 집중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실로 한 번 감아서 고정하는 게 아니고 코팅 과정과 동시에 진행되므로 상당히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느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리느냐? 묻는다면, 코팅과 건조에 48시간 필요하므로 코팅을 5번 한다는 가정 하에 쉬지 않고 작업해도 열흘 이상 걸린다. 실제 과정을 라이트급 낚싯대와 헤비급 낚싯대를 별도로 해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라이트급 낚싯대
①랩핑(싱글랩핑)　②1차 프리저버 코팅(색상 보존 코팅, NCP 사용 시 생략　가능)　③건조　④2차 프리저버 코팅(색상 보존 코팅, NCP 사용 시 생략　가능)　⑤건조　⑥1차 에폭시 코팅　⑦건조　⑧2차 에폭시 코팅　⑨건조　⑩3차 에폭시 코팅　⑪건조

■헤비급 낚싯대
①언더랩핑　②1차 프리저버 코팅(색상 보존 코팅, NCP 사용 시 생략　가능)　③건조　④2차 프리저버 코팅(색상 보존 코팅, NCP 사용 시 생략　가능)　⑤건조　⑥랩핑(싱글랩핑)　⑦에폭시 코팅　⑧건조　⑨랩핑(더블 핑)　⑩1차 프리저버 코팅(색상 보존 코팅, NCP 사용 시 생략가능)　⑪건조　⑫2차 프리저버 코팅(색상 보존 코팅, NCP 사용 시 생략　가능)　⑬건조　⑭2차 에폭시 코팅　⑮건조　⑯3차 에폭시 코팅　⑰건조　⑱4차 에폭시 코팅　⑲건조　⑳5차 에폭시 코팅　건조

자연건조, 커스텀메이드의 특별한 과정
로드빌딩과 커스텀메이드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낚시인으로서는 다른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나만의 낚싯대라는 사실이겠지만, 로드빌더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면도 있다. 로드빌딩 과정이 공장에서 만드는 낚싯대와 다르다는 점이 그것인데, 에폭시 코팅 이후 건조과정이 자연건조라는 사실이 커스텀메이드 로드의 특장점이고 로드빌더의 자부심이 여기에 있다. 자연건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위에서 잠간 언급한 바와 같이 코팅하고 말리는 건조시간이 상온에서 그냥 방치해서 말리면 완전히 마를 때까지 이틀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에폭시 코팅의 건조시간을 짧게 하기 위해서는 건조하고 높은 기온에서 말리면 시간이 단축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드빌더는 자신의 낚싯대는 자연건조 했음을 항상 자랑한다.
공장에서 만드는 낚싯대는 코팅제 자체가 달라서 자외선을 비춰 순식간에 굳히는 것도 있다.

▲ 커스텀메이드 낚싯대. 공장제품 낚싯대와 달리 화려한 색상으로 랩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랩핑 실의 이모저모
랩핑 실(Wrapping thread)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일반적인 것, NCP(Color Fast), 메탈릭으로 구분한다.
먼저 메탈릭 실은 금속광택이 있는 실로 원래 랩핑용이 아니다. 장식용 실로, 랩핑의 끝단에 한두 가닥 넣는 등 데코레이션 랩핑용 실이다. 이름만 메탈릭이지 금속으로 만든 게 아니고 반짝이는 비닐로 만들었다. 장력이 아주 약해 가이드 랩핑에 사용할 수 없다. 굳이 가이드 랩핑에 사용하겠다면 말리지 않지만 결과는 모르겠다.
주요 랩핑용 실은 일반적인 것과 NCP로 나눈다. NCP는 ‘No Color Preserver’의 약칭인데, 컬러 프리저버가 필요하지 않은 실이라는 의미이다. 컬러 프러저버는 실의 색상을 보존해 주는 역할을 하는 약품이다. 일반 실 위에 그대로 에폭시 코팅을 하면 사진에서 보다시피 코팅제가 스며들면서 실이 마치 물에 젖어 있는 것처럼 변한다. 이렇게 되면 실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려 거무튀튀해지고 바닥의 블랭크 색깔도 비쳐 보인다. 이와 같은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약품이 컬러 프리저버이고 이 컬러 프리저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끔 미리 실에 처리를 해 놓은 것이 NCP실이다.
NCP라는 말 대신 ‘Color Fast’라고 표기하는 것도 많다. 로드빌딩 과정이 단축되고 시간적으로도 이득이 있으므로 랩핑 실로 이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NCP실은 같은 색의 일반 실에 비해 약간 파스텔 조의 색상이고 흡수율이 높아 코팅제를 좀 더 많이 빨아들인다. 그리고 일반 실에 비해 인장강도가 약간 떨어져 좀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랩핑용 실의 굵기는 알파벳으로 표기하는데, 가는 것을 A로, 좀 굵은 것을 D로 표시한다. 라이트급에서 미디엄급의 낚싯대라면 A 사이즈, 그 이상 커다란 가이드를 사용하는 헤비급 낚싯대라면 D 사이즈를 사용하면 좋다. 그러나 꼭 정해진 건 아니라서 어느 것을 사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 가는 A 사이즈의 실을 어디에나 사용해도 좋지만 가늘기 때문에 가이드 다리 위로 감아 올라갈 때 까다로울 수가 있다. 해결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이에 관해서는 가이드 랩핑 실전에서 자세히 다뤄보기로 한다.

▲ 랩핑용 실의 종류. 일반 실, NCP, 메탈릭으로 나뉜다.

랩핑 실의 구매
랩핑에 사용하는 실은 로드빌딩 전용으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 몇몇 있다. 과거에 대표적인 브랜드로 미국의 GUDEBROD 제품과 NATIONAL 제품이 유명했는데, 두 회사 다 없어져 버렸다. 요즘은 PROWRAP이라는 상표명의 제품이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미국제품이다.
로드빌딩용 랩핑용 실은 상품화된 것이 한두 가지 제품밖에 없는 것 같아서 따져볼 필요성도 없지만, 원료(소재)를 생각해 본다면 99%가 나일론(NylonⓇ)이다. 나일론 실이 주류인 이유는 염색이 쉬워 다양한 색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 표면이 보풀 없이 매끈하다는 특징도 한몫을 하고 있다. 나머지 1%는 실크(Silk, 絹) 정도 될 것 같다. 실크 실을 사용해 랩핑하는 것은 6각 대나무로 만드는 플라이대가 대부분이거나 또는 특별한 주문을 받아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랩핑용 실을 산다고 한다면, 로드빌딩 과정을 생각해 볼 때, 공정을 단순화하는 효율적인 선택은 NCP(Color Fast) 실에 A 굵기를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10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GT대를 만들고 싶은 로드빌더의 선택이라면 일반 실에 N 굵기를 구매하는 게 아닐까한다. 이렇게 사면 후회 없을 것 같다.
랩핑 실을 구매할 수 있는 장소는 이전에도 자주 거론한 로드빌딩용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해외 사이트다.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은 100야드짜리 스풀 하나에 5천원쯤이다. 일본의 후지공업에서도 랩핑용 실을 판매하고 있는데, 일반 실을 T 타입, NCP를 S 타입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그밖에도 요즘 통신판매가 활발한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얼마든지 중국제 랩핑용 실을 구매할 수 있다. 품질에 대해서는 모르겠으므로 패스.

랩핑 용어 해설
컬러 프리저버를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차이는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에폭시 코팅으로 인해 실 고유의 색깔을 잃고 마치 물에 젖은 것처럼 변색되지만, 사용한다면 자체의 색을 유지할 수 있다.
싱글랩핑
싱글랩핑(Single wrapping, 홑감기)은 가이드 다리 위에 실을 감아 고정하는 방법의 한 가지를 말한다. 한 번 감아 고정한 상태가 ‘싱글랩핑’이다. 라이트급 민물용 낚싯대와 농어대 등 바다용 경량급 낚싯대가 싱글랩핑을 한다.
더블랩핑, 트리플랩핑
더블랩핑(Double wrapping, 이중감기)은 싱글랩핑이 끝난 그 위에 한 번 더 랩핑을 한 상태를 말한다. 싱글랩핑에 비해 겹쳐서 두 겹으로 랩핑이 되어 있으므로 가이드를 고정하는 강도가 현저히 증가해 가이드를 아주 튼튼하게 고정할 수 있다. 민물용 바다용을 막론하고 헤비급 낚싯대는 대부분 더블랩핑을 하고 있다.
엑스트라헤비급 트롤링대와 같이 특별한 경우에는 세 겹으로 랩핑하는 트리플랩핑(Triple wrapping, 삼중감기)을 실시하기도 한다.
더블랩핑이나 트리플랩핑을 할 경우, 일단 한 번 랩핑을 하고 나서, 바로 아무 처리 없이 그대로 다시 겹쳐서 랩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높은 강도를 얻기 위해서는 랩핑과 랩핑 사이에 항상 코팅 과정, 즉 에폭시 코팅제를 바르고 건조된 이후에 다시 랩핑을 하는 게 진정한 더블, 트리플 랩핑이다. 로드빌딩 시간이 며칠씩이나 더 오래 걸리게 되지만 로드빌더의 자부심 문제다.
언더랩핑
언더랩핑(Under wrapping, 밑감기)은 지깅대, 부시리대, 참치대, GT대, 트롤링대 등 고부하가 걸리는 헤비급 낚싯대에 실시된다. 밑감기라고 불러도 좋다. 블랭크 표면, 가이드를 설치할 위치에 먼저 실을 감아놓는 것을 말한다. 언더랩핑을 하는 이유는 블랭크 표면에 금속인 가이드가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금속인 가이드 다리가 블랭크를 파손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언더랩핑을 했다면 그대로 위에 가이드를 부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에폭시 코팅 과정을 거치고 완전하게 건조된 이후에 가이드를 올리고 랩핑을 시작한다.
컬러 프리저버
컬러 프리저버(Color Preserver)는 일종의 코팅제이지만, 랩핑 이후 가이드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폭시 코팅제(로드피니시)와는 아주 다른 목적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 랩핑할 때 사용하는 실의 색상을 보존하는 역할과 실과 실 사이의 틈이나 높낮이 차이를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에폭시 코팅으로 생길 수 있는 색상의 변질을 방지하고 코팅 이후 표면이 평평하게 되도록 도움을 준다.
컬러 프리저버를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차이는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에폭시 코팅으로 인해 실 고유의 색깔을 잃고 마치 물에 젖은 것처럼 변색되지만, 사용한다면 자체의 색을 유지할 수 있다.

▲ 컬러 프리저버 사용에 다른 변화. 똑같은 파란색 랩핑 실을 사용하더라도 컬러 프리저버를 사용하면 실 고유의 색상이 유지되지만(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코팅한 경우에는 고유의 색상을 잃고 물에 젖은 듯 진해지고 만다(아래).

취재협조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kogyo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