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상미지

FROG or DIE!
양희민 유튜브 양글러TV 진행자

▲ 해남 상미지에서 낚은 배스를 들어 보이는 김동현 씨. 히트루어는 필자가 기획 개발해 제품 출시 예정인 더블에이치 이무기다.

봄 산란철이 끝나고 어느새 초여름이 훌쩍 다가온 느낌이다. 한낮에는 벌써부터 한여름 못지않게 기온이 꽤 높이 올라가고 있다. 프로그피싱 매니아인 나는 이 시기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내가 국내 루어 제작 브랜드인 DOUBLE.H(더블에이치)에서 몇 년 전부터 직접 디자인한 프로그 샘플이 이제 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DOUBLE.H의 제품 기획과 개발을 담당하는 프로모터를 맡고 있다. 내가 개발한 신형 프로그 테스트를 위해 우리 일행은 산란을 마치고 휴식기를 지나 조금이라도 먼저 먹이사냥을 시작할 법한 전남 해남의 상미지로 향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포식음
상미지는 면적이 작은 규모의 저수지로 수심이 일정한 전형적인 평지형지이다. 그간의 경험상 이런 작은 규모의 평지형지는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산란도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나기 때문에, 이맘때쯤이면 마름도 어느 정도 자랐을 것이고 먹이사냥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상미지는 한여름에 필드 전역이 마름으로 덮이는 곳으로 프로그피싱 필드로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필드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각자 프로토 타입의 프로그를 채비하여 필드로 나섰다. 아직 오전 이른 시간이라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수면에 베이트피시의 움직임이 보였지만 특별히 수면에서 피딩하는 배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물색도 맑은 편이고 마름군락이 제법 커버를 잘 조성하고 있어서 필드 환경은 프로그피싱을 하기에 좋은 상황이었다. 나는 오전 피딩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지만 예상보다 수면은 너무 조용했고 프로그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해가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 떨어져 있던 신수빈 씨가 첫 입질을 받았다. “퍼억!” 멀리서도 포식음이 들릴 정도인 것으로 보아 사이즈가 준수한 배스인 것 같았는데 아쉽게 훅셋으로 연결시키진 못했다.

▲ 해남 상미지의 아침. 필자가 프로그를 운용하고 있다.

▲ 해남 상미지에서 장타를 날리고 있는 취재팀.

▲ 차량에서 태클을 꺼내고 있는 김동현 씨.

마름뭉텅이 속에 보이는 씨알 좋은 배스
나는 프로그를 들고 신수빈 씨가 입질을 받은 장소로 갔다. 입질을 받은 핀포인트와 루어 액션의 속도 등에 얘기를 들었고 이어서 프로그를 장타했다. 프로그로 드문드문 자란 마름군락 위에서 일정한 속도로 워킹더독 액션을 구사했다. “바이트가 없구나”하고 말하는 순간, 프로그 쪽으로 무언가 물살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가물치인가?” 하는데 바로 “퍼억!” 반사적으로 강하게 훅셋을 하였다. 로드로 묵직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멀리서 받은 입질이기 때문에 마름을 감으면서 꽤 오랫동안 랜딩을 하였고 연안으로 함께 끌려나오는 마름뭉텅이 때문에 배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퍼덕퍼덕~” “있다!” 47cm 정도의 준수한 씨알의 배스였다.
그때부터였다. 옆에서 프로그피싱을 하던 신수빈 씨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멀리 마름군락에서 입질을 받아냈다. 역시 마름을 멀리서부터 끌고 와서 랜딩 시간이 오래 걸렸다. “중간에 빠진 것 같아~” 마름이 너무 많아서 배스는 없고 마름만 가득해 보였다. 두 번이나 입질을 받고 놓친 신수빈 씨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빠졌네~”하며 캐스팅을 이어갔는데 마름뭉텅이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40cm 정도 되는 체고 좋은 배스였다. 신수빈 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반색했다.
반대쪽에서도 퍽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함께 동출한 막내 김동현 씨는 40cm 정도 되는 씨알의 배스를 연속으로 두 마리 잡아냈다. 김동현 씨도 멀리서 입질을 받았다. 마름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필드 여건상 확실히 비거리가 잘나오는 무거운 프로그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김은별 씨에게도 첫 입질이 들어왔다. “퍼억~!”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렸는데 챔질과 동시에 합사 60lb 라인이 터져 버렸다. 김은별 씨는 놓친 고기보다 테스트 버전 프로그를 잃어버린 걸 더 속상해했다. 라인을 확인해 보니 프로그 연결 부위가 끊어졌다. 아무래도 배스가 아닌 씨알 좋은 가물치인 것 같았다.

▲ 프로그에 낚인 배스를 들어 보이는 신수빈 씨.

▲ 김은별 씨가 해남 상미지에서 오후 피딩타임에 낚은 48cm 배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씨알 굵은 배스를 낚고 만족스러운 표정의 필자. 장타에 낚인 배스는 하나 같이 마름뭉텅이를 뒤집어쓰고 나왔다.

넓은 커버에선 장타 가능한 무거운 프로그가 유리
우리는 점심을 먹고 인근의 대형 배스필드인 금호호, 고천암호를 빠르게 돌아봤는데 커버가 많지 않은 간척지는 프로그피싱을 즐기기에는 아직 이른 듯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프로그에 반응이 좋았던 상미지를 찾아 오후에 다시 한 번 피딩을 보기로 하였다. 상미지는 규모가 작고 핀포인트가 따로 없을 정도로 마름이 골고루 있는 지형이어서 장타가 유리했기 때문에 테스트 중인 28g 프로그가 제격이였다.
도착하자마자 오전에 입질을 받지 못한 황현두 씨가 입질을 받아냈다. 소리도 없이 먹는 녀석이라 일행은 배스를 잡은 지도 몰랐다. 준수한 씨알의 45cm 배스를 들고서는 웃으면서 다가왔다. 연이어 김은별 씨가 오전에 아쉽게 놓친 자리에서 입질을 받았다. 이번에는 확실히 배스 같아 보였다. XH대로 끌고 나온 녀석은 48cm 정도의 씨알 좋은 배스로 이날의 장원이었다. 어렵게 배스를 들어 보이는 김은별 씨는 그때서야 화색이 돌았다.
오후 피딩타임이 되자 배스의 활성도는 더 올라갔다. 나도 한 마리 추가하고 신수빈 씨는 부지런히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3마리의 배스를 더 낚아냈다. 확실히 산란 휴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먹이사냥에 들어간 배스들이라 그런지 사이즈가 하나 같이 준수했다. 오랜만에 프로그피싱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낚시를 하니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낚시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국내 최초의 100% 국내 제작 배스용 프로그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몇 가지 수정 사항만 거치고 6월 말 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 프로그를 물고 나온 상미지 배스. 먼 거리에 있는 핀포인트를 노리는 데 있어 28g 무게의 프로그, 이무기가 단연 위력을 보였다.

▲ 황현두 씨가 해남 상미지에서 갓 낚은 배스를 내어 보이고 있다.

▲ 풀 속의 개구리

취재협조 양글러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