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평도

소문대로군! 

점농어 씨알은 전국 최고 
조홍식 이박박사,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작년부터 엄일석 군이 연평도 점농어낚시에 들떠 있었다. 엄일석 군이라 한다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세계를 누비는 괴어 앵글러이자 쏘가리낚시 전문가이다. 지구상의 괴어들을 차례차례 경험해 나가던 그가 코로나19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말미암아 발이 묶이고, 물론 나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동행을 약속했던 홋카이도의 ‘이토우’도 오키나와의 ‘자이안트트레발리’도 일찌감치 말 그대로 물 건너 가버린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일석 군은 연평도의 점농어가 국내 최대급이라더니 최고 좋은 시기에 최고 좋은 물때를 골라 미리미리 예약을 넣어 둔 모양이었다. 급기야 동행할 조우들과 단톡방을 만들고는 수시로 포인트 정보며 효과 있다는 루어 소개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농어가 큰 관심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젊은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은 기분을 좋게 해주고 있었다. 동행하는 조우들의 면면은, 엄일석 군을 시작으로 본지에 에세이를 연재 중인 이병철 시인과 이 두 명과 친분이 깊은 이승학 의대 교수, 김건우 큐레이터인데, 출발 직전에 이병철 시인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결석, 나까지 총 4명이 되었다.

엄일석 군의 단톡방 초대
단톡방에 공유되었던 ‘쇼크리더 30파운드(8호)’ 채비는 솔직히 그렇게까지 굵은 목줄이 필요하려나라는 안일한 생각과 사용하는 루어가 1온스(28g)의 지그헤드라고 하니 여기에 대형 그럽을 부착하면 더 무거워질 테고 이런 루어를 다루려면 일반적인 농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의 충돌은 있었다. 결국, 오키나와의 인리프에서 자주 사용하던 7피트 길이 낚싯대를 사용하기로 했다. 루어는 무겁고, 낚싯대는 튼튼한 걸 사용한다는 시점에서 30파운드 쇼크리더가 이해되었다.
D데이인 부처님오신날은 날씨도 좋고 무풍에 파도도 없는 것으로 예보되어 연평도까지 뱃길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웬걸? 아침 일찍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자 짙은 안개로 연평도 가는 배는 결항되고 말았다. 첫 단추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지만 어떻게 인천 출항 오후 1시 배가 더 늦은 시각에 연평도를 향해 출항할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날씨와 잔잔한 바다는 만나기 어려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는데 아쉽게도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오후 4시가 다 돼서 연평도에 도착했고 항구까지 마중 나와 있던 부경호 선장님이 모처럼 연평도까지 왔으니 한두 시간이라도 낚시하자고 배려를 해준 덕분에 소문으로만 듣던 연평도의 ‘가지여’ 포인트로 갈 수 있었다.
조금 때인데도 빠르게 흐르는 조류는 역시 서해의 낚시터, 여에 바짝 붙여 캐스팅하는 것이 아니라 앞쪽 물골에 투입하고 무거운 루어가 바닥에 닿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살짝 띄워 천천히 릴링하는 게 점농어의 입질을 받는 유도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루 전 낚시춘추 이영규 기자에게서 과거 연평도 취재 때의 상황을 전화로 들었던 것과 딱 맞아떨어졌다. 그 짧은 2시간 낚시에 연속으로 미터급 점농어를 낚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톡 하는 입질이 들어왔고, ‘아! 물었구나’ 생각하면서 몸에 밴 그대로 챔질과 릴링을 했다. 처음에는 크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점프를 준비하는 진동이 손에 전해지면서 심상치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점프를 하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었나 보다. 수면이 갈라지면서 나타난 점농어의 머리 크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선장님이 한 네 번은 차고 나가야 뜰채를 댈 수 있다더니 정말로 딱 네 번 드랙을 차고 나갔다가 뜰채 속으로 들어왔다.
25살 먹은 오래된 료비 릴의 드랙은 아직 멀쩡하게 작동되었다. 선수에서 선미로 자리를 옮기고 잠시 쉬고서 천천히 다시 루어를 준비하고 있는데, 앞에 선 3명의 전의가 불타고 있음이 공기를 타고 전해져 왔다. 모두가 한 마리씩 낚아 올린 70~80cm급이 작아 보이는지라…. 그런데 공교롭게도 또 나에게 입질이 왔고 또다시 네 번을 차고 나가며 배를 반 바퀴씩 이리저리 돌던 점농어가 뜰채에 들어왔다. 첫 번째가 102cm에 10kg가 넘었는데, 이 두 번째는 99cm에 8.5kg이었다.

▲102cm 점농어를 들고. 연평도 점농어는 체고가 높고 몸통이 굵어 얼핏 보면 농어가 아니라 바라만디처럼 보이기도 했다.

▲포인트로 가는 중. 연평도의 농어 루어낚시 가이드는 부경호가 유일하다.

▲ 이승학 교수가 102cm 점농어를 대신 들고 포즈를 취했다.

▲엄일석 군이 낚은 80cm 점농어. 유쾌한 괴어낚시 포즈로 한 컷.

네 번은 차고 나가야 뜰채를 댈 수 있어
다음날 오전은 새벽 5시 반에 출항했지만 날씨가 급변해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따뜻하던 공기가 순식간에 몸이 떨릴 정도로 추워져 버렸다. 결국, 2시간 만에 서둘러 항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1박2일의 조행 중 실제 낚시시간은 4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운이 좋았고, 대어를 낚아 기뻤다기보다는 안도했다고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과거에 내가 집필한 책을 보며 루어낚시를 배웠다는 젊은 동료들 앞에서 2마리 다 놓치지 않고 무사히 낚을 수 있었음을 연평도 용왕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혹시 놓치기라도 했다면 그 망신살을 어찌 견뎠을까 모르겠다.  

▲ 저녁 식사는 숙소 인근 식당에서 낚은 농어 1마리로 회를 뜨고 연평도 꽃게탕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다.

현지 문의 부경호, 조철휘 선장 010-3344-6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