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옥림방파제

무늬오징어 피크 시즌

걸면 킬로 오버다!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 거제도 옥림마을 앞 지세포탐방길 연안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는 박정운(좌), 박상욱(HDF 필드스탭) 씨. 이 주변은 잘피밭이 넓게 형성되어 있어 5~6월에 큰 무늬오징어가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무늬오징어의 출현 시기가 작년에 비해 한 달 정도 빠르다. 무늬오징어는 산란을 할 시기가 되면 짝짓기와 알자리를 찾기 위해서 얕은 연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제주도는 3~4월, 육지권은 5~6월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거제도의 경우 올해는 4월부터 무늬오징어 소식이 들려왔고 5월이 되자 연안에서 제법 많은 무늬오징어의 먹물이 발견되었다. 자칫하다간 에깅 피크 시즌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부산의 루어낚시인 박상욱(HDF해동조구 필드스탭)씨와 함께 서둘러 거제도로 향했다.

잘피밭을 찾는 것이 우선
지난 5월 21일, 박상욱, 박정운(솔트루어린 회원, 닉네임 사쿠라)씨와 함께 도착한 곳은 거제도 일운면의 옥림리 해안. 이곳에는 거제조선테마파크-소노캄호텔-몽돌해변-옥림방파제로 이어지는 긴 구간의 연안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 일대가 거제도에서 가장 유명한 무늬오징어 산란 포인트다. 올해도 여러 낚시인들이 무늬오징어를 낚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철저하게 포인트를 비밀로 숨기기 때문에 무늬오징어가 잘 낚이는 장소가 정확하게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유일하게 믿을 것은 박상욱 씨가 가진 데이터뿐이었다.
박상욱 씨는 “올해 거제도로 출조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무늬오징어는 매년 비슷한 장소에서 낚이기 때문에 포인트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조류가 흘러드는 방향과 무늬오징어가 알을 붙이기 좋은 잘피밭을 찾는 것이 우선이며 지금 시기에 잘피가 자란 곳이라면 충분히 무늬오징어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세포탐방길이 시작하는 몽돌해수욕장 주변에 주차를 하고 해변을 걸어서 처음 등장하는 갯바위로 올라갔다. 나는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으면 싶었지만 박상욱 씨는 “이 주변의 수심이 얕고 잘피밭 형성이 잘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깅 장비에 3.5호 슈퍼섈로우 에기를 달아서 던지니 이내 에기에 잘피가 걸려 나왔다. 1m 가라앉는 데 8~9초 걸리는 에기에 금방 잘피가 걸려나왔다는 뜻은 먼 곳의 수심도 그리 깊지 않고 주변에 잘피가 많다는 뜻. 포인트를 제대로 찾은 것이다.

▲ 잘피와 함께 올라온 무늬오징어. 히트 에기는 야마시타의 에기왕K 케이무라 컬러다.

 ▲ 옥림 방면 지세포탐방길 초입 갯바위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렸다.

만조 전후 집중공략
하지만 산란철 에깅의 고충은 어디를 노리는가에도 있지만 정작 핵심인 입질시간대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난점도 박상욱 씨가 찾은 자리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심이 워낙 얕기 때문에 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만조 전후뿐이라는 것.
“이 주변의 수심은 만조 때 3m 정도입니다. 잘피의 길이가 1~2m되니 중들물 이전에는 잘피가 거의 수면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낚시를 할 수 없습니다. 물이 어느 정도 차올라야 에기로 잘피의 상층을 노릴 수 있는데, 만조 전후를 노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피크는 끝들물과 초썰물이며 무늬오징어 역시 그때 활동을 합니다.”
취재팀이 포인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취재당일 만조 시각은 오후 9시였으므로 본격적인 낚시는 오후 7시가 되어서 가능했다. 일찍 포인트에 도착한 이유는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인데, 취재당일에는 오후 6시가 지나자 현지인으로 보이는 낚시인들이 포인트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 “잘피에 걸려 끌어내느라 애를 먹었어요.” 훌륭한 캐스팅 실력으로 멀리 있는 잘피밭을 공략해 무늬오징어를 낚은 박정운 씨.

▲ 박상욱 씨의 에깅로드 슈퍼카라마레티. 합사는 0.6호를 사용했다.

▲박상욱 씨의 채비 가방. 앙증맞은 사이즈의 가프를 휴대하고 다닌다.

▲ 연속으로 입질을 받은 박상욱 씨. 하지만 작은 씨알의 암컷이 낚여 그 후론 입질이 끊어졌다.

▲ 지세포탐방길에서 바라 본 에깅 포인트. 자갈밭 바로 옆이며 멀리 잘피밭이 형성된 곳이다. 수심은 3m 내외며 잘피의 길이를 감안하면 낚시하는 수심은 1~2m에 불과하다.

조류띠 가까워지자 입질 시작
처음에 입질이 없어서 자리를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인내를 가지고 계속 같은 자리를 노렸다. 산란철 에깅은 별다른 테크닉 없이 잘피가 있는 곳으로 에기를 던진 후 에기가 잘피 사이나 상층을 천천히 유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액션이다. 빠르고 강력한 액션은 할 필요 없으며 여윳줄을 이용한 슬랙저킹 정도만 해주거나 에기를 천천히 감는 식으로 운영한다.
테크닉의 핵심은 에기가 잘피 상층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다. 에기의 침강속도를 고려해서 에기를 살살 끌어주는 식으로 운영하면 되며 로드 액션에 능숙하다면 잘피와 수면 사이의 짧은 구간에서 에기를 상하로 움직이면 된다. 이런 액션을 반복하다보면 가을에 비해 낚시가 다소 지겨울 수 있지만 지금 시즌에는 낚으면 무조건 1kg이 넘기 때문에 지루함 정도는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오후 8시. 서서히 해가 질 무렵에 만조가 다가오니 멀리서 조류띠가 형성되는 것이 보였다. 조류띠는 수면의 물결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 수 있는데, 모든 낚시에서 좋은 징조로 여긴다. 조류띠가 형성된 후 띠가 점점 연안으로 가까워 질 무렵 박정현 씨가 드디어 “히트”를 외쳤다.

2연속 암컷
로드를 들고 릴링을 하니 무늬오징어가 차고 나가며 저항을 했고 멀리서 입질을 받았기에 릴링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리는 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아 박상욱 씨가 로드를 건데 받아서 릴링을 했더니 에기가 해초에 걸린 것으로 보였다.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걸린 에기를 뽑으려고 힘껏 로드를 챘는데 그때 다시 무늬오징어가 차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후 로드를 건네받은 박정현 씨가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랜딩을 이어가 무늬오징어를 보는데 성공했다. 낚인 씨알은 900g~1000g으로 보였고 암컷이었다.
박상욱 씨는 “지금 시기에는 무늬오징어가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바로 에기를 던지면 입질을 합니다”라고 말하며 에기를 던졌는데 곧바로 입질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올라온 무늬오징도 암컷이었다.
암컷이 낚이면 상황이 나빠진다. 보통 암컷 한두 마리에 수컷 서너 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암컷이 무리에서 사라지면 수컷이 모두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컷을 먼저 잡는 것이 좋은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출발이 좋아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을까 싶었지만 두 마리 연속 암컷이 올라오며 더 이상 입질은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산란 무늬오징어를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시즌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거제도의 경우 7월 중순까지 연안에서 큰 씨알을 만날 수 있는데, 7월에는 짝짓기를 마친 큰 씨알의 수컷도 기대할 수 있다. 

▲ 지세포 탐방길 안내도. 거제 옥림에서 지세포로 연결되어 있다.

▲ 산 뒤로 보이는 건물이 소노캄 호텔이며 호텔 주변도 잘피만 있으면 무늬오징어가 낚인다.

가는 길 내비에 거제시 일운면 옥림리 587-3(옥림방파제에 도착하면 주변에 주차하고 맞은편 갯바위까지 걸어간다. 도로가 협소하기 때문에 도로에 주차는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