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배낚시

생새우 미끼 외수질채비에

붉바리 와르르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 “이 녀석들이 여수 광도산 붉바리입니다.” 오후에 몰아친 붉바리 입질에 만족할 조과를 거둔 낚시인들. 좌측의 낚시인 3명은 한국낚시방송의 ‘좌충우돌 낚시소풍’ 출연진으로 좌측부터 메인 진행자 강범석, 배우 맹상훈, 특별출연 박우대 씨. 우측은 진프로호에 승선한 일반 낚시인.

여수-고흥 일대에서 타이라바가 한창 붐을 일으킨 시기는 5년 전이다. 발 빠른 낚시인들은 참돔 조과에 만족하지 않고 타이라바로 쏨뱅이와 붉바리를 노렸는데, 탐사 초반에는 타이라바에 40~50cm 붉바리가 낚이며 호황을 보였다. 하지만 붉바리의 경우 한 번 호황을 보인 자리에서는 다시 호황을 보이는 일이 드물었고 붉바리가 잘 낚일 6월부터 10월까지는 문어, 갈치, 한치, 갑오징어, 삼치 등 낚을 수 있는 어종이 다양해서 붉바리가 고급 어종임에도 불구하고 매니아층이 형성되지 못하는 듯했다.
가장 큰 문제는 타이라바의 경우 붉바리의 활성이 떨어지거나 물색이 탁하면 전혀 입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외수질 채비다. 외수질채비란 기둥줄에 봉돌을 달고 가짓줄을 하나 길게 내어서 가짓줄 바늘에 새우, 오징어, 미꾸라지 등의 생미끼를 달아서 낚시하는 방법인데, 서해에선 농어, 광어, 우럭 등을 노릴 때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서해에서는 그 위력이 이미 정평이 나 있어서 시즌 초반에 큰 씨알의 농어를 노릴 때는 무조건 외수질채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이 2년 전부터 여수에서 붉바리를 대상어로 등장한 것이다.
실제로 낚시를 해보면 붉바리뿐 아니라 농어, 광어, 삼치 등 다양한 어종이 낚여 여수권의 새로운 바다낚시 장르로 인기를 얻고 있다.

▲ 붉바리 외수질 장비와 채비. 베이트로드에 베이트릴을 장착하고 외수질채비를 연결한 후 40~50호 봉돌을 달아주면 된다. 바늘 하나에 생새우 한 마리를 미끼로 사용한다.

▲ 초도 일원에서 붉바리를 노리는 낚시인들.

대사리 흙탕물에 대략 난감
지난 5월 26일, 여수 국동항의 진프로호를 타고 붉바리 외수질 출조에 나섰다. 출항 시각은 오전 4시. 이날은 한국낚시방송의 ‘좌충우돌 낚시소풍’ 촬영팀과 6명의 일반 낚시인이 함께 승선해서 출조에 나섰다.
여수 국동항에서 출항해 1시간30분이 지나자 여수 초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낚시인들은 흔히 초도를 ‘고흥 초도’라고 부르는데 주로 고흥권의 낚싯배가 초도 일원으로 출항하다보니 고흥 초도로 부르고 있지만 사실상 행정구역은 여수시 삼산면 초도리다. 초도뿐 아니라 역만도, 손죽도, 광도, 평도 모두 행정구역은 여수에 속한다.
포인트에 도착하고 동이 텄지만 물색을 보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진프로호 진승준 선장은 탁한 물색을 고려해 최대한 물색이 맑은 초도 남쪽으로 이동했다. 낚시인들은 장비와 채비를 마친 후 생새우(주로 흰다리새우를 쓴다)를 바늘에 꿰고 선장의 채비하강 신호에 맞춰 채비를 내렸다. 낚시를 하니 어렵지 않게 쏨뱅이와 붉바리가 올라왔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는데, 채비를 내린 처음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그 뒤로 전혀 입질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물때가 사리 중에서도 가장 빠른 대사리라 섬 주변의 물색이 어디를 가든 탁했다. 여수, 고흥권은 연안에 뻘이 많아 그렇지 않아도 물색이 탁한 편인데 조류가 강한 날엔 거의 흙탕물 수준이다. 그리고 비가 내린 후라 연안수가 많이 유입되어 섬 주변의 수온도 다른 곳보다 1℃정도 낮은 13.5℃~14.5℃를 기록했다. 안정적으로 붉바리가 입질하려면 수온이 16℃ 내외는 되어야 좋은데, 너무 낮은 상황이었다.

▲ 좌충우돌 낚시소풍 출연진의 붉바리 조과. 로드는 출연진이 사용한 마탄자의 케레스 B632-F2 로드와 마탄자 PJII DH 베이트릴. 합사는 마탄자의 12합사 펜타곤 2호.

▲ 외수질채비로 35cm 볼락을 낚은 낚시인.

▲ 생새우 꿰는 법. 머리에 바늘을 살짝 꿰되 뇌를 피해서 꿰어야 새우가 오래 산다.

소나기 입질에 생새우가 바닥나
진승준 선장은 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직감하고 빠르게 포인트를 옮겼다. 낚시를 한 시간보다 이동한 시간이 많을 정도로 초도 전역을 서너 바퀴 돈 후에 이어지는 손죽도, 역만도, 평도, 광도를 이 잡듯 뒤지고 다녔지만 전혀 입질이 없었다. 함께 출조한 한국낚시방송 촬영팀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다른 낚시인들도 한두 마리의 쏨뱅이와 볼락으로 만족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그 기적이 실제로 일어났다. 진승준 선장은 조류가 흐르며 상황이 바뀌는 것을 보고 마지막으로 다시 광도를 찾았는데 거기서 소나기 입질이 쏟아진 것. 오전에는 반응이 없던 광도는 조류의 흐름이 바뀌자 수온이 1℃정도 오르고 물색도 맑아진 것이 보였는데, 채비를 넣으면 입질이 들어왔다.
나는 아주 짧은 순간에 쏨뱅이만 15마리를 낚는 쾌거(?)를 거두었지만 촬영팀과 일반 낚시인들은 그 짧은 시간에 30~40cm 붉바리와 볼락을 낚아 손맛을 보았다. 어찌나 입질이 쏟아지는지 여유가 넘쳤던 생새우 미끼가 순식간에 바닥났고 왜 타이라바보다 생새우 외수질을 고집하는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체감상으로는 인치쿠<타이라바<청갯지렁이<생새우 정도였으며 입질 속도는 비교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단, 이번 출조처럼 물때를 잘못 맞추는 실수만 없다면 붉바리 외수질낚시는 ‘빅히트’ 상품이 될 것이 분명했다.
철수 때 촬영팀이 낚은 조과를 보니 한 시간 정도로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부분의 출연자가 손맛을 보았으며 그중에는 40cm 내외로 큰 씨알의 붉바리도 있었다. 배 후미에 있던 낚시인들도 35cm 볼락과 40cm 붉바리로 손맛을 보았으니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되어 보였다. ‘오전부터 꾸준히 입질이 들어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날 출조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국동항으로 귀항했다.

▲ 40cm가 넘는 붉바리를 낚은 낚시인. 이정도 씨알이면 한 마리 유통 가격이 10만원 정도다.

출조문의 여수 국동항 진프로호 010-8796-1242

붉바리는?
고급 횟감,
낚은 직후 수조에 살려야
농어목 바릿과의 물고기로 암초에 서식하는 고급 어종이다. 제주도, 일본 후쿠오카 등지에서는 붉바리가 킬로그램에 10만원 내외의 고급 횟감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그 외 지역에서는 잘 낚이지 않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을 보기가 쉽지 않다. 깊은 수심에서 낚인 붉바리는 수면으로 올라오며 부레가 튀어나와 죽기 때문에 낚은 직후 공기를 빼고 기포기를 넣은 수조에 보관해야 살릴 수 있다. 그래서 붉바리 외수질 출조를 할 때는 수조가 마련된 낚싯배를 이용해서 붉바리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애써 낚은 고급 어종을 아이스박스에 10시간 넘게 보관했다가 ‘맛이 없다’, ‘살이 무르다’는 오해를 해서는 안 되겠다.

▲ 낚은 직후 수조에 살려둔 붉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