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大豊! 한치 배낚시

현장기 1

SRT 타고 가는

부산 한치 배낚시
이영규 기자

요즘 배낚시 중 가장 핫한 장르는 한치낚시다. 작년에 죽을 쒔던 탓일까?
올해는 더 많은 낚싯배가 한치낚시에 나서고 있다. 초반이라 기복은 다소 있지만 작년보다는 출중한 조과를 선보이고 있다.

▲ 취재에 동행한 서울의 박승규 씨가 쌍걸이로 올린 부산 한치를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에서 한치낚시를 떠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남해안 출항지까지 직접 차를 몰고 가는 방법, 둘째 출조버스를 이용하는 방법, 셋째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넘어가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차를 몰고 남해안까지 내려가는 것은 비추다. 운전하고, 밤새 낚시하고, 다시 운전해 올라오는 건 체력적으로 힘들고 졸음운전까지 유발해 안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십중팔구 휴게소에서 뻗어 잔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개인적으로 간다면 출조버스를 타고 남해로 가거나 비행기를 이용한 제주도 코스가 가장 편한 방법이다.
지난 5월 31일, 이번에 우리가 선택한 교통편은 기차다. 고속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래서 섭외한 배가 부산 용호항에서 출항하는 낚시광호다.
부산까지는 KTX나 SRT를 이용한다. 나는 집이 수원이라 KTX가 정차하는 수원역이 가깝지만 동행한 서울 박승규 씨는 송파구에 살고 있어 SRT가 출발하는 수서역이 가깝다. 그래서 기왕이면 같은 열차를 타기 위해 내가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떨어진 SRT 동탄역으로 이동했다. SRT 동탄역은 집에서 전철로 10분 거리인 수원역보다는 멀지만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고 있다. 한치낚시는 다른 낚시보다 장비가 단출하지만 그래도 쿨러, 옷가방, 장비가방 등을 챙기다보면 제법 짐이 늘어간다. 차 없이 이동하기엔 약간 부담스러운데 그래서 역 주변에 이용료 저렴한 주차장이 있으면 좋다.
그런 면에서 수원역 주변엔 마땅한 공영주차장이 없는 반면 SRT 동탄역 부근에는 저렴한 공영주차장이 두 곳이나 있다. 24시간 기준 주차 요금은 1만원. 승차권을 보여주면 50% 감면된 5천원만 내면 된다. 동탄역 지하에도 자체 주차장이 있다. 그러나 24시간 기준 기본 요금이 1만8천원으로 비싸고 할인율도 30%에 머문다. 그래서 나는 짐이 많을 때, 단기간으로 부산으로 내려갈 때는 동탄역에서 SRT를 이용하는 편이다.

▲ 낚시광호가 출항하는 용호항. 멀리 광안대교와 해운대의 고층 빌딩들이 보인다.

▲ 수서역에서 SRT 열차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박승규(왼쪽) 씨와 기자.

▲ 쯔리켄사의 신형 메탈스테인 케이무라 밤바 스테이.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메탈스테 위에 다는 쯔리켄사의 한치용 스테(스키테)들.

고속열차 타니 2시간30분 만에 뱃터 도착 가능
인터넷 승차권 예약을 통해 같은 열차, 같은 차량에 탑승한 우리는 즐거운 수다를 떨며 부산으로 내려갔다. 출조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것도 편하지만 이렇게 단체출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기차코스는 나름대로의 묘기가 있다.
동탄역에서 2시간 여 만에 부산역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출항 시간인 오후 5시30분까지는 아직 2시간 정도가 남아 부산역 인근 식당에서 맛있는 돼지국밥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택시를 타고 용호항까지는 20분 거리. 요금은 9천원 정도가 나왔다. 역에 도착해 바로 왔으면 2시간 30분이면 도착 가능했을 것이다.
용호항은 과거 ‘섶자리’로 불리던 곳으로 광안대교의 남쪽 끝과 가까운 곳이다. 항구에서 바라보면 멀리 해운대해수욕장과 마린시티의 고층 빌딩, 아파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낚시도 낚시지만 부산 해운대의 멋진 뷰를 구경하며 출항하는 것도 낚시광호 출조의 매력 중 한 가지다.
우리가 타고 나간 낚시광호는 지난 2017년도부터 한치낚시를 출조하고 있다. 당시 ‘기차 타고 내려가는 부산 한치낚시’란 제목의 출조기가 본지 필자 유영택 씨를 통해 9월호에 처음 소개됐다. 벌써 햇수로 4년째다보니 김광효 선장의 한치낚시 노하우는 부산권 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용호항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낚시인들이 승선해 있었다. 대부분 부산 현지 낚시인들이었다. 이날 만난 허성웅 씨는 용호항까지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라고 한다. 제 아무리 통영과 진해권에서 한치가 잘 낚인다 해도 차로 고작 5분 거리라면? 나 같아도 그냥 부산에서 승부를 걸지 않을까 싶었다.
오후 5시30분에 용호항을 출발, 1시간 30분 정도 항해해 부산 외섬 바깥바다로 향했다. 같은 경상도 바다지만 영업구역이 정해져 있어 부산 한치배들은 부산 앞바다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인근 진해시와도 낚시구역이 구별된다.

▲ 쯔리켄사의 한치 채비. 2단~3단까지 계절에 맞춰 쓸 수 있다.

케이무라 밤바 스테이 돌풍
포인트에 도착했고 김광효 선장이 풍이라 불리는 물닻을 내렸다. 밤 7시경 저녁식사가 제공됐는데 사무장이 직접 끓인 부대찌개가 입맛을 돋웠다.
부산 한치낚시는 다른 지역 한치낚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장비와 채비는 물론 테크닉도 동일하다. 관건은 과연 오늘 얼마나 많은 한치들이 우리 배 주변으로 몰려드느냐일 뿐. 이처럼 한치낚시는 기술보다는 운이 많이 좌우하는 낚시라고 보면 된다.
한편 이날 출조에 앞서 배 안의 최고 화제는 쯔리켄사의 메탈스테(이카메탈)인 ‘케이무라 밤바 스테이(Bamba Stay)’였다. 한치낚시는 기둥줄 채비의 맨 아래에 추와 루어 역할을 겸하는 메탈스테를 달고 그 위 가지바늘에 메인 루어인 스테를 한두 개 단다. 낚시인들 사이에 메인 루어인 스테는 메이커에 관계없이 비슷한 조황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으나 메탈스테는 성능 차이가 크다는 게 정설이다. 밤바 스테이는 이전 제품보다 디자인이 세련돼졌고 특히 몸체에 케이무라 축광을 입혀 집어력이 훨씬 강해졌다(쯔리켄사에서는 메인 루어를 스키테, 봉돌 역할을 겸하는 맨 아래 다는 메탈스테를 밤바라고 부른다).
케이무라 밤바 스테이는 축광이 되면 몸체에서 보랏빛을 발산한다. 보라색은 가시광선과 자외선의 중간 색상으로, 어두운 곳에서는 사람 눈으로는 발견하기 어렵지만 오징어나 어류들은 이 빛을 어렵지 않게 찾아낸다고 한다. 그래서 어두운 밤에, 물속 깊은 곳에 들어가 은은하게 빛을 발하며 한치를 유혹한다는 게 사용자들의 설명이다.
케이무라 밤바스테이는 지난 4월부터 시장에 풀려 초반부터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6월 중순 현재는 거의 전 매장에서 품절된 상태다. 항간에는 웃돈을 주고 개인 대 개인 거래가 되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릴 정도라고 한다.
밤 9시가 되면서 한치가 한두 마리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파도가 2.5m 정도로 일어 바다 날씨가 썩 좋지 않았고 샛바람(동풍)이라 분위기도 다소 싸늘했다. 그 영향인지 초반 마릿수는 매우 부진했다.
일주일 전 낚시광호를 타고 출조했던 한조크리에이티브 박범수 대표는 밤새 120마리 정도의 한치를 낚았는데 그때도 초저녁에는 입질이 뜸했고 밤 10시 무렵부터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밤 10시가 되도 가뭄에 콩 나듯 입질이 들어왔다.
밤 11시가 지났을 무렵 배 이곳저곳에서 한치가 낚인 수심을 알리는 “이십 미터!” “십오 미터!” 식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너무 산발적이라 카메라를 들고 쫓아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다행히 밤 12시 무렵 소나기 입질이 들어와 30분 동안 10마리 정도를 낚을 수 있었지만 이후로는 다시 이삭줍기식으로 패턴이 돌아갔다. 결국 이날 밤은 지루한 탐색전만 이루어지다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새벽 3시경 철수를 결정했다.

▲ 집어등 아래에서 입질을 기다리는 한치 낚싯대들. 멀리 보이는 밝은 불빛들도 모두 한치낚싯배들이다.

▲ 박승규 씨의 한치낚시 장비외 채비. 낚싯대는 제이에스컴퍼니의 CHARM AIR B632M IKAMETAL, 루어는 쯔리켄사의 케이무라 밤바 스테이와 스키테를 달았다.

▲ 한치 낚시대의 초리. 유연할수록 입질 파악 능력이 뛰어나다.

▲ 한치를 끌어내는 낚시인.

▲ 회맛이 달고 고급진 한치.

6월 들어 평균 50~60마리, 많게는 150~200마리 낚여
취재일은 1인당 많아야 20마리를 낚는 최악의 조황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조과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필 이날이 올해 낚시광호가 최악으로 부진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잘 나오다가도 취재만 가면 조황이 고꾸라지는데 이날도 머피의 법칙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김광효 선장의 말에 의하면, 6월 들어서는 1인당 평균 50~60마리는 거뜬히 낚는 상황이며 90마리 이상 낚는 경우도 잦다고. 6월 3일 밤에는 대박에 가까운 조과가 배출됐는데 이날 밤 150~200마리를 올린 낚시인만 7~8명에 달했다고 한다.
아울러 취재일 이후로는 무거운 봉돌에 에기를 덧달아 다양한 수심을 노리는 일명 ‘오모리리그’에 입질이 잦다고 한다. 따라서 낚싯대 두 대 중 한 대는 캐스팅용 오모리리그를 갖추는 것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낚시광호의 선비는 1인당 10만원. 오후 5시30분경 출항해 오전 5시 30분에 용호항으로 귀항한다. 도착 후 택시를 불러 부산역으로 가면 새벽이라 길도 안 막혀 편하다. 부산역 내에 있는 물건 보관함에 중요한 짐을 보관 후 인근 식당에서 해장 후 기차를 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배 후미에서 낚시한 신창엽 씨가 굵은 씨알의 한치를 보여주고 있다.

▲ 단골 손님이 연달아 한치를 올리자 조황 사진 촬영을 위해 대기 중인 김광효(왼쪽) 선장.

▲ 30미터 쿨러에 가득 찬 한치. 취재 일주일 전에 거둔 조과로 이 정도면 총 마릿수가 150마리에 육박한다.

▲ 동시에 한치를 히트한 낚시인들이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 5월 중순경 낚시광호를 타고 출조한 한조크리에이티브 박범수 대표가 일행들과 함께 거둔 조과. 대부분 갖고 온 쿨러를 채울 수 있었다.

▲ 배 후미에서 연타로 한치를 올린 낚시인.

문의 낚시광호 김광효 선장 010-8609-7812

Fishing Guide

세 자리 수 조과에 혹하지 마세요
한치낚시 초보자들이 자주 혹하는 것 중 하나가 세 자리 수 조과 즉 100마리 이상의 조과다. 인터넷과 유튜브에 자주 등장하는 이 ‘세 자리수’ 조과 때문에 한치낚시는 늘 대박을 맞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확히 말해 하룻밤에 50~60마리 낚으면 양호한 조황이며 보통은 30~40마리만 낚고 끝나는 날도 허다하다. 100마리를 넘어 150~200마리를 낚는다면, 아마도 그날이 개인 기록이 되는 날일 것이다. 그렇다면 200마리 넘게 낚는 경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 경우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경우로 보면 될것이다. 실제로 어느 유튜버는 “만약 세 자리 수 이상 한치를 낚았다면 그건 본인이 낚시를 잘 해서가 아니라그냥 한치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할 정도다. 200마리 조과는 결코 만나기 쉬운 조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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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무라 축광이란?
케이무라에서 케이는 형광의 일본식 발음 ‘케이고우(けいこう)’의 앞 두 글자이며 무라는 보라를 뜻하는 ‘무라사키(むらさき)’의 앞 두 글자를 합한 것이다. 즉 루어에 케이무라라는 글자가 적혀있으면 보라색 형광빛을 발산하는 루어라고 보면 되겠다.

▲ 케이무라 밤바 스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