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71

녹조현상이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남조류의 독성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명예교수·‌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매년 여름이면 많은 호수에서 녹조현상이 발생하여 피해가 우려된다. 식물플랑크톤이 과잉 번성하여 호수가 녹색으로 물드는 현상을 녹조(綠潮)현상이라 부르는데 녹조현상은 독소와 냄새를 생성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유해하다.
물속에 떠서 사는 미소 광합성 생물을 식물플랑크톤이라 부르는데 생물의 분류로서는 박테리아에 속하는 종류도 있고 조류에 속하는 종류도 있다. 호수에서 흔히 출현하는 플랑크톤 가운데에는 남조(藍藻)류, 규조류, 녹조(綠藻)류 등이 있는데 녹조현상의 원인 생물은 남조류이다. 남조류는 세포가 죽으면 청색의 색소가 용출되기 때문에 영어로 ‘bluegreen algae’라고 불리는데 이 용어를 일본에서 번역하여 남조류라고 이름 지었다. 그런데 남조류가 살아 있을 때는 청색의 색소가 보이지 않고 녹색으로 보이며 수면에 녹색 페인트를 뿌린 것같이 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녹조현상이라고 부르는데, 바다에서 붉은색 플랑크톤이 번성할 때 적조(赤潮)현상이라고 부르는 용어에 빗대어 만든 용어이다.

부영양호의 지표생물종
남조류는 여러 가지 독특한 특성이 있는 생물이다. 세포의 구조가 박테리아와 같아 다른 조류와는 달리 박테리아로 분류된다. 세포 내에 기낭이라는 공기주머니를 만들어 수면에 떠오를 수 있다. 수면에서는 빛을 잘 받을 수 있어 광합성에 유리하다. 남조류는 깨끗한 호수에서는 살지 않고 하수와 퇴비로부터 인이 많이 유입되는 부영양호에서 대량 번성하므로 부영양호의 지표생물종으로 알려져 있다.
남조류는 냄새 물질을 생성하여 인간에게 불편을 주기도 한다. 수돗물에서 흙냄새, 곰팡이냄새, 구린내 등의 불쾌한 냄새 물질을 잘 만드는 조류이므로 남조류가 번성하면 시민들이 민원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냄새 물질이란 인간의 코에 민감하게 감지하는 물질을 말하는데 나쁜 냄새 물질이 유독성인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남조류 냄새 물질 자체는 유해하지 않은 물질인데 인간의 코에 민감하기 때문에 심미적으로 불쾌감을 준다. 과거에는 물냄새 정도는 무시하고 살았지만 요즘은 냄새가 발생하면 민원이 폭주하기 때문에 정수장에서 숯가루를 넣는 고도처리공정을 추가하여 제거한다. 근래에는 팔당호에서도 냄새를 많이 내는 남조류가 번성하여 정수장에서 가장 주의를 집중하여 감시하는 항목이 되었고 냄새 제거가 정수비용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남조류의 가장 악명 높은 특성은 독소를 생성하는 것이다. 미생물이나 식물이 독소를 생성하는 것은 야생에서는 흔한 자기방어 방법이다. 많은 식물이 독소를 만들어 동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때문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물의 수는 많지 않고 안전한 채소만 재배하여 먹고 있다. 독소가 심하지 않은 산나물의 경우에는 삶아서 독소를 우려낸 후 먹기도 한다. 남조류의 독소는 아마도 동물플랑크톤이 자신을 먹지 못하게 방어하려는 기작일 텐데, 문제는 광범위하게 여러 동물, 어류나 포유류에게도 독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무게 당 독성은 청산가리나 뱀독보다 더 강하다
남조류는 여러 가지 독소를 생성하는데 크게 간독과 신경독으로 분류한다. 신경독은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소인데 반응이 빠르므로 물가에서 남조류를 마신 가축이 현장에서 쓰러지기도 하고, 수면에 뭉쳐 있는 남조류 세포를 먹은 야생오리가 현장에서 즉사하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녹조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신경독은 흔치 않은 현상이지만 간독은 아주 흔히 발생한다. 간독은 동물의 간을 손상시키거나 간암을 일으키는 독소인데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종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독소이다. 무게 당 독성으로 따지면 청산가리나 뱀독보다 더 독성이 강하다. 녹조현상이 발생하면 내성이 약한 어류는 간이 오그라들어 손상되기도 하고, 남조류 세포가 많이 들어 있는 우렁이나 어류를 먹은 새와 수달 등의 동물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녹조현상이 발생하면 독소를 생성하기도 하고 생성하지 않기도 하므로 녹조현상이 독성을 가질 확률은 50% 정도이다.
야생동물이나 방목하는 가축이 녹조현상이 발생한 호수의 물을 먹고 죽는 사고가 외국에서는 많이 보고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방목을 하지 않으므로 사례가 없는 것 같다. 사람이 녹조가 발생한 물을 직접 마시지는 않으므로 남조류 독소를 섭취하는 경로는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녹조가 발생한 호수에서 잡은 새우, 우렁이 등의 수생동물 섭취를 통해서 발생할 수 있다. 남조류 독소는 열에 안정하므로 끓여도 분해되지 않는다. 어류는 독소가 내장에 있으며 근육에는 거의 없으므로 내장과 아가미를 완전히 제거하면 안전한 편이다. 그 외에 물에서 수상스키를 타거나 물놀이 활동의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물이 입으로 들어오거나 피부를 통하여 독소가 흡수될 위험이 있다. 남조류 독소는 다행히 정수공정에서 대부분 제거되므로 정상적인 정수를 거친 수돗물에는 없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가끔 정수 실패로 수돗물에서 남조류 독소가 검출되어 급수가 중단되는 사고들이 발생하였다.

남조류 독소가 대기 분진으로 폐에 들어올 수 있어

▲녹조가 발생한 호수에서 비말 분진이 만들어져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 이 과정을 통해 남조류 독소가 호흡기에 침투할 수 있다.

그런데 수년 전 미국 플로리다에서 남조류 독소가 대기 중 분진의 형태로 호흡기에 들어와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보고되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호수에서 파도가 일면 작은 물방울이 흩날리고 대기 중에서 건조하여 분진이 된다. 이 분진 속에 남조류의 독소가 함유되어 수 km를 날아서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녹조가 발생한 물을 접촉하지 않더라도 부영양호 인근 지역에 사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니 매우 쇼킹한 뉴스이었다. 우리나라의 통계자료 조사에 의하면 부영양호가 많은 호남지역에서 비알콜성 간질환의 확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어 남조류의 영향을 의심하고 있다.
우리나라 붕어와 새우는 특이하게 녹조현상이 심한 호수에서 잘 자라는 것을 보면 남조류를 먹을 수 있고 독소에 내성이 강한 종류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포획하여 매운탕감으로 판매하기도 하니 다소 우려가 된다. 녹조가 발생한 호수에서는 상업적 어획을 금지하여야 하는데 아직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매운탕을 먹을 때는 부영양호에서 잡은 것이 아닌지 확인하면 좋겠는데 확인할 방법이 없다. 미국에서는 유해 남조류가 증식하여 녹조현상이 발생하면 물에 접촉하지 말고 물고기는 내장을 제거하고 먹으라는 경고판을 설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성 남조류 경고판을 설치하자고 여러 차례 환경부에 제안을 하였지만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각자 스스로 녹조가 발생한 물을 가까이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수밖에 없다.  

▲녹조현상이 발생한 호수. 독소를 생성할 확률이 높다.

▲수면의 남조류. 남조류는 기낭을 가지고 있어 수면에 떠오르는 특성이 있다.

▲손에 묻은 남조류. 남조류 독소는 피부를 통하여 흡수될 수 있다.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

▲미국의 독성 녹조 발생 경고판.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접촉하지 말고 물고기의 내장을 제거하고 먹을 것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