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부곡지

양날의 검

양수형 저수지에서 만난 4짜

이영규 기자

▲부곡지 우안 상류에 자리 잡은 신혁진 씨가 아침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뗏장수초와 마름이 적절히 어울린 곳으로 수심은 1.5m 내외였다.

전북 군산시 나포면 부곡리에 있는 부곡지는 1만5천평 규모의 양수형 저수지다. 부곡지는 군산에서도 터가 센 낚시터로 꼽혀 평소에는 큰 인기가 없는 곳이다. 그러나 1년 중 사랑받는 시기가 있다. 바로 농번기 배수기 때다.
부곡지는 인근 금강에서 물을 양수해 퍼 올린다. 그래서 수위가 낮아져도 금방 회복돼 붕어낚시가 활기를 띤다. 부곡지에 양수시설이 들어선 것은 4대강사업이 한창이던 2010년 이후다. 당시 전북 지역 저수지마다 관계수로를 연결해 금강의 물을 퍼 담고 있는데 이 영향으로 관계수로가 연결된 저수지마다 배스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나는 지난 2009년 가을, 군산권 대물터 르포 때 부곡지를 처음 접했다. 당시 부곡지는 이미 ‘배스가 유입된 터 센 계곡지’라는 이유로 찾는 이가 많지 않았다. 축산지, 강정지, 구절지 등이 손꼽히는 대물터였던 시기다. 이후론 부곡지를 뇌리에서 까마득히 잊어 먹고 있었는데 지난 5월 중순 무렵, 신의 한수 밴드 운영자 신혁진 씨로부터 부곡지로 출조했다는 얘기를 듣고 동행취재에 나섰다.
신혁진 씨는 내가 아는 수도권 대물 낚시인 중 출조 범위가 가장 폭넓은 낚시인 중 한 명이다. 보통은 누구나 잘 아는 시기별 호황터를 찾거나 번개조황을 좇아 출조하지만 신혁진 씨는 엄청난 양의 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만의 출조 코스를 선정한다. 가끔 그와 얘기를 나누다보면 수도권 낚시인들은 잘 모르는, 현지인들만 알음알음 찾는 숨은 낚시터도 잘 알고 있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만큼 많이 다녔고 출조권이 폭넓다는 얘기다.

▲신혁진 씨가 사용한 낚시 장비. 바낙스의 해결사 속공 낚싯대와 신의 한수 찌를 사용.

▲포인트 이동 도중 제방에서 올린 42cm 붕어를 보여주는 신혁진 씨.

▲밤 11시경 37cm를 추가한 신혁진 씨.

포인트 이동 중 걸려든 42cm 붕어
5월 22일 점심 때 부곡지에 도착해 신혁진 씨 일행과 합류했다. 전날 밤 늦게 도착해 대를 편 신혁진 씨는 우안 제방 초입에서 낚시했는데 밤새 네 번의 잉어 입질을 받아 혼쭐이 난 상태였다. 80cm급 잉어가 낚싯대를 끌고 가는 바람에 보트낚시인의 도움으로 건질 수 있었다. 대체로 잉어가 설친다는 것은 썩 좋은 징조가 아니다. 유료터에서도 잉어만 낚이는 날은 붕어 조황이 극히 저조한데, 이런 경우는 물속 여건이 붕어에게는 맞지 않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신혁진 씨는 나와 함께 우안 최상류로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오후 2시경부터 장비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먼저 이동해 상류에 대를 펴는 도중 신혁진 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를 걷는 와중에 42cm나 되는 붕어가 걸려든 것. 그래서 나는 옮기지 말고 그 자리에서 낚시해보라고 했지만 신혁진 씨는 과감하게 포인트를 옮겼다. 낮에 운 좋게 걸려든 4짜 한 마리에 혹하지 않겠다는 생각 같았다.
우안 상류 연안은 마름이 적당히 자라있었고 수심도 1.2~2m로 적당했다. 동행한 김학립 씨는 저수지 중앙에서 보트낚시를 시도했고 히트상사 오경선 대표는 우안 하류 콧부리에 자리를 잡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부곡지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제방을 가로질러 무넘기까지 가보니 금강에서 양수돼 온 물줄기가 폭포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일정 수위가 유지되는 듯했다.
대체로 부곡지는 큰 도로변인 좌안보다 우안의 포인트 여건이 뛰어나다. 우안은 수초도 적당하고 수심도 완만한 편이지만 좌안은 계곡지 특성 그대로 맨땅 경사지대다. 실제 조황도 우안보다는 떨어져 우안에 자리가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앉는 경우가 많다.
저녁 8시가 되자 날이 완전히 저물었다. 그런데 예상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가 앉은 뒤편의 어느 논에서 물을 방류했는지 뿌연 흙탕물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내 자리는 상류라 영향이 없었지만 신혁진 씨 자리는 10m 거리까지 뿌옇게 변해 버린 상황. 기껏 힘들여 포인트를 옮겼더니만 이런 악재가 생길 줄이야!
다행히 밤 8시30분 무렵부터 방류량이 줄어들었지만 포인트의 절반 이상이 흙탕물에 잠식된 상황이라 조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였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밤 11시경 신혁진 씨 자리에서 랜턴 불빛이 요란해 달려가 보니 37cm짜리를 걸어낸 직후였다. 6칸 대를 왼쪽 연안 쪽으로 펼쳐 1.5m 수심을 노렸는데 찌가 몸통까지 솟을 정도로 입질이 시원했다고 한다. 미끼는 옥수수. 그만의 장기인 긴 목줄 두 가닥을 사용한 옥올림채비로 걸어냈다. 밤 12시경에는 나도 한 차례 입질을 받았지만 하필 8치급에 머무는 잔챙이였다.
새벽 1시경 기온이 급강하해 잠시 차에서 자고 나왔는데 밤에 늦게 도착했던 서울의 김거태 씨가 36cm짜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이날 밤낚시로 올린 조과는 신혁진 씨가 올린 42, 37cm 2마리와 김거태 씨가 올린 36cm 1마리가 최고의 성적이었다. 이날은 총 10명 정도의 낚시인이 부곡지를 찾았지만 월척 이상 조과를 올린 팀은 우리가 유일했다.

▲금강에서 끌어올린 물이 제방 좌안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보트낚시를 한 김학립 씨가 식사를 마친 후 포인트로 진입하고 있다.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는 촬영팀. 왼쪽부터 김거태, 오경선, 신혁진 씨.

▲제방에서 바라보 부곡지 우안.

양수형 저수지는 출조 시기가 중요
취재일에는 4짜 붕어와 턱걸이급 월척을 구경할 수 있었지만 부곡지 붕어낚시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공통된 얘기다. 취재 당시 낚시인들이 많았던 것은 지난 5월 초에 터진 월척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고. 딱 하루 미친 듯 월척이 낚이곤 이후 낱마리 조과로 돌아섰다고 한다.
한편 부곡지는 양수형 저수지이지만 그렇다고 늘 안정된 조황을 보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낚시인들은 낮아진 수위가 양수로 인해 상승하면 오름수위 효과가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오름수위 특수란 장기간 메말랐던 연안에 장마 같은 큰 비가 와 수온을 안정시키고, 얕은 육초대가 잠기며 붕어에게 늦은 산란터와 각종 먹잇감을 제공하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멀쩡하던 수위가 갑자기 낮아졌다 높아졌다 하는 상황은 붕어들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로 적용한다.
게다가 저수지 물과 이질감이 큰 외부 유입수의 혼합은 수온에도 영향을 미쳐 이래저래 혼란스럽다. 차라리 꾸준히 배수가 되는 상황이 오래 이어지면 붕어들이 적응하지만 들쭉날쭉한 수위 변화와 이질감 큰 외부수 유입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다. 결국 양수형 저수지도 어느 시점에 출조하느냐에 따라 조과가 결정된다.
6월 둘째 주 현재 부곡지는 배수와 오름수위가 반복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수위 변화가 큰 시기이므로 조황 변수도 심하다는 점을 감안하고 출조하면 좋을 듯싶다.
가는 길 내비에 부곡저수지(군산시 나포면 원부곡길 42-6)를 입력하면 좌안으로 안내한다. 제방 못 미쳐 350m 지점 부곡사거리에서 우회전해 다시 좌회전하면 우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