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 파로호

동촌리 월척붕어들

장마철 오름수위를 기다린다

이영규 기자

▲취재일 낚인 월척 조과를 자랑하는 동일레저 허영천(왼쪽), 박동우 대표.

▲드론으로 촬영한 동촌리 연안. 여름 장마철에 또 한 번 오름수위 호황이 예상된다.

▲동촌리 연안에서 낚인 붕어와 메기.

비만 오면 시작되는 월척 입질
5월 15일에 박동우, 허영천 대표와 함께 동촌리를 찾았다. 간동면소재지-구만교로 이어지는 호반도로를 달리며 파로호 본류를 바라보니 그동안 피로에 찌들었던 몸이 가뿐해졌다. ‘역시 붕어낚시는 댐낚시가 최고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동촌리 연안에 다다르자 도로 아래로 수면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댐 골짜기였지만 상류 쪽으로는 축구장처럼 푸르고 넓은 ‘운동장 포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파로호에 이런 멋진 연안 포인트가 있을 줄이야…
아직 소문이 덜 난 것인지, 아니면 아직 본격 오름수위 기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낚시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도로에서 연안으로 내려가는 길은 두 곳 있었다. 시멘트 포장이 된 소로였는데 70도 가까운 경사여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시멘트 포장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맨땅. 길이 험하고 땅이 축축해 승용차로는 진입이 어려워 초입에 주차하고 걸어서 짐을 옮겼다. 내가 도착한 지 30분 뒤에 박동우, 허영천 대표도 도착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해 첫날 낚시는 꽝이었다. 기온이 급강하해 강원도 지방에 한파주의보까지 내린 날이었는데 그 영향인지 밤새 별다른 입질이 없었던 것. 멋진 풍경 사진을 많이 찍어놨는데 모두 버리자니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다음날에는 많은 양의 비 소식까지 잡혀있어 취재를 연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이날 나는 철수했고 이틀 더 있기로 한 두 사람은 남아 낚시를 이어갔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 무렵, 박동우 대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허영천 대표가 밤에 38cm나 되는 붕어를 낚았고 본인도 8~9치를 몇 수 올렸다는 것이다. 내가 낚시한 날보다 수위는 약간 더 올랐고 물색도 적당히 탁해져 약하게나마 오름수위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날 나는 퇴근과 동시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다시 파로호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새벽 2시. 어차피 늦은 시간이라 새벽 입질을 기대하고 4칸 대 이상으로 5대를 편성하고 자리를 잡았다. 내가 달려오던 밤 10시경 박동우 대표가 33cm 월척을 한 마리 낚아놓은 상태였다.
랜턴을 물에 비춰보니 마치 찰흙을 풀어놓은 듯 물색이 탁해져 있었다. 전날 낮부터 내린 비의 영향이었다. 너무 졸려 새벽 3시 무렵 잠시 눈을 감은 사이에 박동우 대표가 또 한 마리의 월척을 추가했다. 턱걸이를 약간 넘는 씨알이었다.
박동우 대표는 “아직도 외부 기온이 찬 영향인지 입질이 예민하네요. 반 마디 올려놓고 마는 입질이 잦아 그냥 챘더니 걸려나오는군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시계가 아침 5시를 가리키자 동이 트기 시작했다. 파로호는 물이 맑아 날이 새면 더 이상은 입질이 들어오질 않는다. 아쉽지만 나도 대를 접어야 했다.
내가 오기 전까지 낚시하다 새벽 2시경 차로 들어간 허영천 대표는 8~9치 붕어 외에 메기를 8마리나 낚아놓고 있었다. 총 10마리나 됐는데 모두 지렁이에 올라온 것들이다. 메기는 씨알이 30cm 이상급이라 힘도 붕어만큼 좋았다고 한다. 메기 만 노린다면 지렁이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연안이 젖어있어 4륜구동차만 진입이 가능했다.

▲박동우 대표가 사용한 나이스 에어봉돌 채비.

▲지렁이에 낚인 메기들. 죄다 30cm가 넘는 놈들이었다.

주차공간 적고 진입 여건 나쁜 게 옥의 티
동촌리에서는 6월 10일 현재까지도 붕어가 곧잘 낚이고 있다. 지난 6월 첫째 주말에 들어간 박동우 대표는 1박낚시로 월척 1마리와 7~8치 4마리를 낚았다고 알려왔다. 수위는 촬영 때보다 1m 이상 상승했지만 오름수위가 진행 중은 아니어서 마릿수 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동촌리 연안은 장마철 오름수위에 호황을 기대해볼만한 곳이다. 그때는 크고 무거운 대좌대보다는 수위에 맞춰 이동이 수월한 발판좌대 정도만 준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장마가 빨라진다고 하니 동촌리의 오름수위 호황시기도 덩달아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
한편, 소개한 동촌리 연안은 주차공간이 부족한 게 단점으로 꼽힌다. 도로변에는 주차할 만한 공간도 부족하고 시멘트 경사로를 내려가도 연안까지는 접근이 쉽지 않다. 특히 지난 5월 박동우 대표 일행의 조황이 소문나며 낚시인들이 몰리자 현지 주민 한 명이 경사로 두 곳의 입구를 막고 ‘낚시차량 진입금지’ 플래카드를 걸어놓아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한다. 도로변 정자 부근에 주차공간이 있지만 짐을 들고 연안까지 내려가기엔 부담스러운 게 옥의 티다.
가는 길 내비에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474를 입력하면 내리막길 부근으로 안내한다.

▲파로호 동촌리 위치도

▲밤낚시로 올린 38cm 월척을 자랑하는 허영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