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600호 특집_1·2·3·4·500호로 살펴본 한국의 낚시

2004년 11월호 지령 400호

특별기획 「토종붕어 치어 2세 깐돌이·깐순이 태어나다」
낚시언론사가 직접 길러 관찰 보도한 치어 성장과정 보고서

▲지령 400호는 서산 부남호에서 풍성한 조과를 거둬 철수 중인 낚시인의 뒷모습을 담았다.

지령 400호째를 맞는 2004년 11월호의 특별기획은 말 그대로 특별했다. ‘토종붕어 2세 깐돌이·깐순이 태어나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기획은 토종붕어가 알에서 깨어나 치어로 자랄 때까지 약 3개월간의 과정을 지면에 담은 것이다.
본지 김국률 전무의 진두지휘 하에 사진부 이기선 기자, 미술부 김광규 기자가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한국해양연구원 명정구 박사, 수중생태 사진작가 윤혁순 씨가 자료 도움을 주었다.
당시는 한국낚시진흥회를 주축으로 진행된 토종붕어치어방류사업에 전 낚시계가 동참해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이에 낚시춘추에서는 우리 토종붕어 치어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떤 성장 과정을 거치는가를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한 것이다(토종붕어 알과 치어를 기증한 공주 정안양어장이라는 곳은 치어 공급을 원하는 단체나 업체로부터 치어 생산을 위탁받아 공급하는 곳이다).

2000년대 초, 전 낚시계 동참해 토종붕어치어방류사업 진행 
기획의 시작은 공주 정안양어장에서부터 출발했다. 5월 10일에 정안양어장에서 수정된 붕어 알은 3일 만에 낚시춘추의 시험 수초로 옮겼다. 5일 뒤인 5월 15일에 알이 부화하면서 새끼가 태어났고 갓 태어난 새끼는 길이가 겨우 4.5mm로 육안으로는 보일락 말락 할 정도였다. 앞은 뭉툭하고 뒤쪽이 가는 형태로 당장은 홀로서기를 못해 붙어있던 수초줄기 등에 그대로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4일 후 부레가 생겨난 새끼들의 길이는 6~7mm였으며 난황(卵黃)을 거의 흡수한 상태로, 드디어 수초줄기에서 하나 둘씩 떨어져 나와 물속에서 꼬물거리기 시작했다. 보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각 부위의 지느러미가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부화 30일이 경과한 6월 15일에 드디어 1.2~1.6cm의 크기로 자라 치어기로 접어들었다. 이후 부화 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2.5~2.7cm까지 자랐으며 3개월이 넘어서자 치어 간 성장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사람도 같이 태어나도 성장 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토종붕어도 상황은 동일함을 알 수 있었다. 양어가들 사이에서는 일정 개체군에서 유난히 성장이 빠른 경우를 일명 숙성(熟成) 현상이라고 말하는데 이미 치어 단계에서 이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월척급 중 특히 4짜급 붕어는 대부분 숙성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본지 기자, 어류학자 협업으로 프로젝트 완성
장장 3개월여에 걸친 이번 기획은 본지 이기선 기자가 성장 시기별로 사진을 촬영하고, 너무 작아서 촬영이 어려운 사진은 한국해양연구원 명정구 박사, 수중생태 사진작가 윤혁순 씨가 보유한 자료사진(현미경 사진 포함)을 더해 실감나게 구성했다.
수초줄기에 점착된 붕어 알, 죽어서 하얗게 변한 백탁(白濁) 된 알, 배가 불룩한 암컷 주위로 수놈들이 따라다니며 암컷의 배를 문지르는 행동 사진, 태어난 새끼가 수초줄기에 몸을 의지한 장면 등은 기존 낚시잡지는 물론  방송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한 자료가 돼 독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크루징 요트 타고 우럭 배낚시 시도
지령 400호에서 다룬 기사 중 눈에 띄는 것은 크루징 요트 바다낚시였다. 본지의 지령 400호를 축하하기 위해 탄도항에 있는 경인지역외양범부협회(회장 천영우)가 크루징 요트 세 척을 제공해 촬영에 나섰다. 이전까지만 해도 요트는 일부 부유층들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졌으나 점차 대중 레포츠로 확산되면서 인구가 늘 때였다.
본지 이기선 기자가 한국어탁회 회원들과 함께 크루징 요트에 동승해 취재에 나섰다. 9월 25일에 경기도 안산시 탄도항에서 해동성국호(28피트), 익스프레스호(30피트), 씨그라퍼호(24피트) 세 척이 출항했다. 요트 한 쪽에는 ‘축! 낚시춘추 400호’란 큰 깃발이 휘날렸다. 비록 조황은 일반 우럭낚싯배에 뒤졌지만 편하고 고급스러운 럭셔리 요트만의 장점을 만끽한 취재였다.

난류성 어류 서해 북상 조명, 고군산군도에서 벵에돔, 만세기 출현
또 하나의 눈길을 끄는 기사는 「진단 난류성 어종 북상 러시! “이러다 서해가 제주도 되는 거 아냐?”」이다.
이 기사는 해수온 상승이 가팔라지면서 제주도와 남해안에서만 발견되던 어류들이 서해바다에서 낚인 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서해 고등어의 존재는 98년(충남 오천 녹도)과 99년(인천 소이작도)에 이미 본지를 통해 소개됐으며 이후로는 충남 태안과 당진, 서산권 방파제와 갯바위에서도 쉽게 낚이며 삼치와 함께 가을에 잘 낚이는 인기어로 자리를 잡았다.
기사에 의하면 2001년 8월 5일에는 무려 30cm급 독가시치가 어청도에서 낚여 화제가 됐다. 당시 생전 처음 독가시치를 구경한 현지꾼 이영환 씨가 맨손으로 독가시치를 만졌다가 침에 찔려 고생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서해 벵에돔 실물 첫 확인 보도
같은 해 11월 2일에는 독가시치보다 더 ‘충격적인’ 고기가 낚였다. 바로 대표적인 제주도 고기인 벵에돔이, 그것도 육지에 붙은 충남 안흥 앞바다에서 낚인 것이다. 독가시치야 이미 남해안까지 진출한 상황이라 그럴 수도 있다는 분위기였으나 벵에돔은 충격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약 15cm 크기의 이 벵에돔은 신진대교 밑 석축에서 학공치채비에 올라왔다.
‘서해 벵에돔’ 출현 징조는 지난 98년 가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수원 낚시인들의 얘기다. 당시 수원 삼원레저(대표 박선환) 회원들이 태안 만리포 방파제에서 10~15cm급 벵에돔을 4~5마리 낚았다는 제보가 본지에 들어왔었다. 그러나 낚은 직후 바로 놔주는 바람에 실물을 촬영할 순 없었다.
2002년 10월 12일에는 지금껏 서해에 출몰한 어종 중 가장 난류성 어종인 황줄깜정이가 낚였다. 고군산군도 방축도로 출조한 평택 낚시인 정상순 씨가 25cm짜리를 찌낚시로 올린 것. 황줄깜정이는 벵에돔이나 독가시치보다 더 남방 어종이고, 제주도에서도 흔한 어종이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8월 11일과 29일에는 어청도에서 강당돔이 낚여 화제가 됐는데 그때만 해도 이제 남은 건 만세기와 참치뿐이라는 농담이 나돌기도 했다.
그리고 14년 여가 지난 2016년 8월 18일, 드디어 고군산군도 근해 명도 해상에서 118cm 만세기가 타이라바에 낚여 낚시계를 놀라게 만들었다.(2016년 9월호에 보도)

▲토종붕어가 알에서 치어로 성장하기까지 약 3개월 간의 과정을 소개한 ‘토종붕어 2세 깐돌이·깐순이 태어나다’ 특별기획 기사 지면.

▲난류성 어종의 서해 북상 현황을 진단한 기사. 2000년대 초를 전후해 벵에돔, 황줄깜정이, 강담동, 독가시치 등의 어류가 이미 서해에서 확인됐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