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600호 특집_1·2·3·4·500호로 살펴본 한국의 낚시

1988년 3월호 지령 200호

89년 해외여행 자유화 내다본 「世界의 낚시」 반응 폭발적

인천항에서 10시간 최전방 섬, 백령도 바다낚시 본격 탐사

▲지령 200호인 1988년 3월호. 강원도 고성 북천에서의 산천어 루어낚시를 표지 사진으로 사용했다.

1988년 3월호로 낚시춘추가 지령 200호를 맞았다. 3월호는 낚시춘추가 창간 17주년 기념호이기도 하다. 지령 200호에서 눈에 띄는 특집은 ‘世界의 낚시’였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정부는 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 치른 자신감과 함께 민주화 바람을 감안해 89년 1월 1일 해외여행 자유화를 본격 단행했다. 88년은 해외여행 자유화 정책 시행 여부가 언론을 통해 부각되던 시기로, 세계에 흩어져 있던 낚시춘추 필자들이 보내온 해외낚시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1989년 이전까지 한국은 유학이나 회사 업무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단순 여행 목적의 해외여행은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될 때였다. 방송에서도 낚시장르는 국내외 할 것 없이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어 구체적인 해외낚시 정보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이에 낚시춘추에서는 우리 교포와 해외 체류 낚시인들의 기고를 통해 각국의 낚시 문화를 소개하는 지면을 편성했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케냐, 이라크가 대상이었으며 일본 쪽 소식은 일본 최대 낚시 전문지인 츠리비토 편집장의 기사를 받아 소개했다. 

미국 알시어강의 스틸헤드 낚시 소개
世界의 낚시 첫 번째는 미국 편이다. 필자는 당시 한국낚시진흥회 회원이자 경희대 공대 부교수이며 미국 오리건 스테이트 대학의 교환교수로 재직 중이던 박종국 교수로, 오리건주 알시어강에서의 연어(스틸헤드)낚시를 소개했다. 제목은 ‘1m짜리 친눅연어, 어찌 한국의 루어꾼을 몰라보는가’ 
미국에 도착한 지 4개월 여 만에 낚시를 떠난 박종국 교수는 지인들과 알시어강으로 수차례 출조했지만 결국 원했던 대물 연어는 낚지 못했다. 그러나 낯선 미국 땅에서의 이국적인 대형어 루어낚시는 소개 자체만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당시 오리건 스테이트 대학 내에 낚시가 정규 과목으로 체육과에 개설되어 있다는 소식은 참신했다. 플라이낚시와 스틸헤드 낚시가 주 강좌로 이뤄졌고 한 강좌 당 매주 2주씩 3개월간 강좌가 진행된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世界의 낚시편에 소개된 통신원들의 기고들. 왼쪽이 한국낚시진흥회 회원이자 경희대 공대 부교수, 미국 오리건 스테이트 대학 교환교수였던 박종국 교수가 보내온 미국 알시어강의 슬틸헤드 낚시 기사.

두 번째 기사는 본지 캐나다 통신원 이의환 씨가 보내온 ‘캐나다 낚시의 4季’로 온타리오 호수 낚시를 소개했다. 당시 캐나다 낚시인들이 어군탐지기를 장착한 첨단 배낚시를 소개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대형어 한 마리 위주로 낚시하는 현지인들과 달리 한국 교포들은 회, 구이, 절임 등의 다양한 물고기 요리를 즐기다보니 본토 낚시인들보다 고기 욕심이 많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토론토에서 1시간30분 거리인 심코호수의 얼음낚시도 소개하고 있다. 주요 대상어는 우리나라의 가물치와 비슷한 습성과 외모의 발틱 파이크라는 고기였다. 이어 서부 해안 도시인 벤쿠버 인근 레드 디어 밸리(Red Dear Vally)에서 낚이는 1.5m 크기의 캣피시낚시도 이색적이었다. 

▲브라질 통신원 김성한 씨가 기고한 히야소 가란지 지역의 삐량라낚시 소개 기사 지면.

전국학생낚시대회 우승자가 보내온 브라질 통신
세 번째 기사는 본지 브라질 통신원인 김성한 씨가 보내온 브라질 히야소 그란지(Riacho Grande) 지역의 댐낚시다.
필자 김성한 씨는 80년 중반 무렵 낚시춘추 독자투고란에 글을 보내며 인연을 맺은 사람으로, 낚시춘추가 주최한 제4회 전국학생낚시대회에서는 전체 장원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브라질로 이민을 가 상파울로에 정착해 보내온 독특한 현지인들의 낚시는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김성한 씨는 현지 대학생 신분이었다.
그동안 해외낚시 기사는 미국, 일본, 유럽 등지 소식이 단골이었던 터라 남미 브라질의 낚시는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김성한 씨는 상파울로 외각의 히야쇼 그란지(Riacho Grande) 인근 댐에서의 보이아(Boia) 낚시와 마뚜 그로수(moto grosso) 지역에 서식하는 삐량랴(Piranha) 낚시를 소개했다. 특히 씨알이 20~30cm급인 삐량랴는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어 브라질에서는 식인어로 불린다고 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네 번째는 아프리카 ‘카냐(캐냐)’ 편이다. 영화감독 정창화 씨가 보내온 기사로 인도양과 맞닿은 마란디 해역에서의 트롤링낚시가 소개됐다. 87년 12월에 케냐에 도착한 정창화 씨는 수도 나이로비에서 몸바사까지 렌터카를 타고 5시간 이동한 뒤 다시 마란디까지 2시간 더 운전해 숙소에 도착했다.
현지 호텔에서 마주친 호전적인 마사이족에게 놀란 에피소드, 숙소 귀갓길에 마주친 독사 얘기 등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당시 정창화 씨는 영국인 선장이 모든 트롤링 배를 타고 35kg대 참치는 물론 2m가 넘는 돛새치까지 낚았다고 한다. 보통 아프리카라고 하면 넓고  넓은 초원과 밀림을 떠올리지만 정창화 씨의 조행기 덕분에 바다낚시의 천국이라는 사실도 새삼 부각됐다.  
다섯 번째는 이라크 편이다. 현대건설 이라크 YOSY 현장 공장장으로 부임한 최영근 씨가 보내온 통신으로, 티그리스강에서의 민물낚시를 소개했다. 현지인들은 ‘걸레빵’을 물에 적셔 미끼로 쓴 데 반해 최영근 씨는 한국에서 낚시했던 것처럼 찐 감자와 콩가루 반죽을 사용해 낚시를 시도했다. 당시 현지인들은 대부분 조잡한 릴낚시로 고기를 낚았으나 최영근 씨는 한국에서 쓰던 두 칸 반, 세 칸 민장대로 낚시해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특히 회사에서 가까운 간헐천인 와디에서 한국에서도 자주 낚이는 비단잉어, 잉어, 붕어 등을 하룻밤에 200마리도 넘게 낚았다고 밝힌 점이 이색적이었다. 

88년 일본 낚시 인구 2천만명
마지막 여섯 번째는 일본 편이다. 당시 쯔리비토 편집장이었던 楠山正良 씨가 낚시춘추 지령 200호를 축하하며 보내온 기사였다. 당시 기사를 통해 역으로 우리가 일본 낚시계의 현재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楠山正良 씨의 글에 의하면 당시 일본의 낚시 인구는 약 2천만명으로 예상하며 바다와 민물낚시 인구의 비율은 50 대 50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2천만명이라고 하지만 순수 낚시인 즉 낚시를 완전한 취미로 갖고 있는 사람은 그 절반 또는 3분의 1 정도로 추산하다는 개인적인 견해도 밝혔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낚시가 보건(保健)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후생성(厚生偗)에 속해야 하는지, 스포츠라는 측면에서 문부성(文部偗)의 교육국(敎育局)에 속해야 하는지 또는 수산자원과 관계가 깊다는 점에서 농림수산성(農林水山偗)의 수산청에 속해야 되는지에 논의가 오래 지속됐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수산청에 유어대책실이 설치돼 이제는 정식으로 수산청에서 낚시에 관한 정책을 펴간다고 알려왔다.
일본의 민간낚시단체에 대한 소식도 실려 있었다. 재단법인 일본낚시진흥회 회장은 참의원 의원인 德永正利 씨가, 사단법인 전일본 낚시단체협의회는 중의원 의장인 原建三郞 씨가 맡고 있다고 한다. 유력 정치인들이 낚시단체의 수장을 맡음으로서 정치계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고 로비력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아울러 당시만 해도 일본에는 낚시 저널리즘이 활성화되어 낚시 관련 언론사가 약 50개사가 있고 월간지만도 20개가 넘는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 당시부터 일본에 루어낚시와 플라이낚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서해 최전방 백령도낚시 최초 집중분석
국내 편 특집으론 백령도 바다낚시가 기획르포 형식으로 소개됐다. 백령도는 국내 섬 중에서는 최전방 지역에 속해 88년 무렵까지도 외지인의 왕래가 매우 뜸한 곳이었다. 워낙 전방과 가깝다보니 외지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별다른 제재 없이 출입 가능한 사실이 확인돼 본지 김근학 기자가 르포를 떠났다.
당시는 고속여객선이 없던 터라 인천항에서 백령도까지 무려 10시간이나 소요됐다. 그것도 1주일에 딱 2번 운항하며 소청도-대청도-백령도 순으로 가다보니 더욱 시간이 걸렸다. 당시 김근학 기자의 취재로 인해 백령도의 낚시, 관광, 숙박 여건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소개되면서 백령도낚시 바람이 불기도 했다. 당시로는 지면 할애도 파격적이었다. 컬러 화보 3페이지에 흑백 분석기사만 14페이지에 달했다.

▲서해 백령도낚시에 대한 본격 탐사기가 국내 편 특집으로 실렸다. 사진은 백령도 두무진 갯바위에서의 낚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