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600호 특집_1·2·3·4·500호로 살펴본 한국의 낚시
1979년 11월호 지령 100호
국내 언론 최초로 낚시인의 의식구조 조사 실시
40대로 주 낚시연령대 젊어지고 서민층으로 확대
▲지령 100호인 1979년 11월호. 남해 갯바위에서의 바다낚시 모습을 표지로 정했다.
1971년 3월에 창간한 낚시춘추는 1979년 11월호로 지령 100호를 맞았다. 당시 가격은 임시정가 1,300원, 총 페이지는 177페이지였다.
지령 100호 특집은 창간인 한형주 박사 축사-국내 저명인사 축사-낚시계 최초의 통계 조사인 ‘낚시인의 意識構造 調査 韓國의 낚시人· 낚시觀·낚시界’ 순이었다. 마지막으로 지령 100호에 이를 때까지 국내에서 낚인 대물을 재조명하는 ‘최대어 기록 회상 조행기 다시 생각해보는 그날 그 순간’으로 짜여졌다.
총 4페이지 걸친 한형주 박사의 축사는 ‘本誌 誌齡 100호 부쳐 낚시春秋 100가 걸어온 길’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당시 한형주 박사는 낚시춘추 창간 7년째에 2대 발행인인 정효섭 대표에게 회사를 넘긴 상태로, 본업인 의사와 서울 한양낚시회 회장을 역임 중이었다. 축사에는 낚시춘추가 창간하기까지의 사연과 과정, 취재 당시의 우여곡절 등을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다.
한형주 박사의 축사를 통해 창간 당시의 필진 대부분이 사회 저명인사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고 이재학 선생을 고문으로 모셨고, 평화낚시회 회장이었던 신영보 씨가 편집에 참여했다. 창간 7호부터는 유명 만화가 김경언 씨가 합류해 고급지고 명쾌한 만화로 지면의 품격을 높였다. 소설가이자 KBS 사장을 지낸 서기원 씨, 시인 김시철 씨 등을 편집위원으로 추대했다.
이 중 지도 제작 전문가였던 박종하 씨는 지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낚시터 가는 길을 정확하게 소개해 꾼들의 출조길을 도왔고, 사진작가 노익배 선생의 멋진 낚시 사진은 잡지의 품위를 높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형주 박사는 74호를 마지막으로 2대 경영인 정효섭(창간인 한형주 박사와 2대 경영인 정효섭 대표는 서울대 동문이다) 대표에게 바통을 넘겼다. 당시 국내 잡지 시장은 흑자를 내는 잡지가 없을 정도로 시장이 작았다. 정효섭 대표에게 낚시춘추를 넘긴 후 정 대표와 낚시춘추가 겪을 고초를 걱정하는 마음이 축사 전반에 녹아있다.
총 44개 문항으로 대한민국 낚시 실태 조사 실시
지령 100호 특집의 하이라이트는 국내 언론사 최초의 낚시통계였던 ‘낚시인의 意識構造 調査 韓國의 낚시人· 낚시觀·낚시界’였다. 대상은 전국 각지, 각계 낚시인 500명이었으며 79년 9월 1일~15일 사이에 조사가 진행됐다.
당시 조사 취지를 발췌해보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낚시인구에 비례해 「낚시꾼」만 있고 「낚시인」은 없다는 자각의 소리가 높아가는 이때 낚시인의 심층의식을 파헤쳐보고, 현재 우리 낚시계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가 무엇이며 또한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한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이때 이미 낚시춘추에서는 낚시계 전반에 만연해 있는 문제점을 주시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조사지역을 전국으로 고루 나눴고 낚시 인구에 비례해 대상 인원을 정했다. 연령, 직업, 조력 등에 관계없이 전국의 정기구독자, 일반 독자, 낚시회 회원, 직장낚시회 회원, 본지 필자 등이 모두 망라됐다. 분배한 설문지는 총 5백통이었고 이 중 응답해온 설문지는 총 3백12통이었다.
제일 먼저 조사한 ‘낚시인 연령 분포’ 결과는 40대가 3백12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30대로 88명, 50대가 70명, 20대가 14명, 60대가 12명, 70대가 4명 순이었다. 당시 분석 기사를 보면 ‘낚시란 지긋한 노익장들이 한유 삼아 하는 취미생활이라는 종래의 관념과는 달리 낚시인의 연령층이 상당히 낮아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나와 있어 당시에 이미 낚시인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특이한 조사 중 하나는 낚시인의 직업 분포에 대한 내용이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직업별로 본 낚시인의 분포도 그 양상이 몇 년 전과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시간도 많고 경제적인 여유도 어느 정도 갖춘 사업가(상업도 포함)들이 대다수이던 것이 서민층인 샐러리맨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낚시의 직업별 분포를 보면 회사원이 74명으로 으뜸이고 다음이 상업, 사업, 의사, 교사, 공무원 순이었으며 무직이 8명이나 되는 것도 이제 낚시인구가 서민층으로 확산되어 가는 것은 낚시가 비교적 경제적인 취미에 속한다는 뜻도 되겠지만 한편 서민층일수록 가중한 스트레스의 해소가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고 나와 있다.
분석에서 보듯 1970년 중반까지만 해도 낚시는 서민이 쉽게 즐길 수 없는 고급 취미였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외의 주요 조사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낚시에 입문한 동기는? 2 무슨 낚시를 하십니까? 3 한 달에 몇 번 출조하십니까? 4 출조 방법은 ①낚시회를 따라 ②개인 플레이로 ③두 방법을 섞어가며 5 그 이유는 6 잦은 출조로 빚어지는 가정 내의 불화는 없습니까?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중략) 12 낚시도구는? ①국산만 이용한다 ②섞어서 쓴다 14 각종 전국대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습니까? 없다면 이유는? 17 저수지의 좌대 시설은? ①있어야 한다 ②없애야 한다 ③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18 저수지에서의 릴낚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9 만약 규제를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①자율규제 ②법규제 (중략) 20 유료낚시터의 입어료는 ①비싸다 ②싸다 ③알맞다 21 낚시터에서 불법어로 현장을 목격했을 때 관계당국에 고발해 본 적이 있습니까? ①있다 ②없다 25 낚시터 시절 중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①화장실 ②급수전 ③주차장 ④숙식시설 ⑤어류 도피방지 시설 ⑥쓰레기통 27 낚시터 풍토 건전화에 가장 역행하는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8 보호수면 지정, 해금에 관하여 당국이나 현지 책임자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중략) 37 낚시춘추 기사에서 가장 취약점은? 38 낚시춘추에 쓰이는 낚시용어 중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39 낚시春秋 페이지 분량이 ①너무 적다 ②알맞다 (중략) 40 낚시春秋 외에 외국잡지를 보십니까? 무슨 잡지입니까? 42 낚시春秋 자매출판사에서 펴내는 낚시관계 단행본들의 내용이 ①충실하다 ②불충분하다 43 낚시터百科의 의존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44 이상, 설문 외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설문조사 문항은 무려 44개나 됐다. 당시에는 현대적인 집계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아 오로지 수기로 기록하고 통계를 정리하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지금 생각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 대작업이었다. 다분히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포함된 문항들이었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우리 낚시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투영해볼 수 있는 실질적인 자료 조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실제로 최근의 낚시 설문 조사 문항들도 위 항목들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있다.
▲낚시춘추가 최초로 조사한 낚시인의 의식구조 설문 조사. 취합한 통계 수치를 막대 그래프를 첨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창간호부터 100호 사이 대물 조행기 소개
이어지는 ‘최대기록어 회상조행기(最大記錄魚 回想釣行記) 다시 생각해보는 그날 그 순간’은 창간1호부터 100호에 달하는 시기에 낚인 최대어 중 기념비적인 대물 조행기만 엄선해 소개했다.
1975년 5월 19일, 당시 임재형(이명래 한의원) 씨가 제주 차귀도에서 올린 67cm 돌돔 외에 1973년 8월 1일 제주대학 농학부 교수였던 양기천 씨가 서귀포 새섬에서 올린 112cm 다금바리, 천안낚시점 김종철 씨가 1973년 여름 아산 안골지에서 올린 101cm 잉어, 시흥 과림낚시회 박영 씨가 79년 5월 30일 시흥 과림저수지에서 올린 96cm 가물치가 선정 됐다.
지금에야 낚시 장비와 기술이 발달해 돌돔도 70cm가 넘는 씨알이 낚이고 미터급 바닷고기가 흔한 시절이지만 당시만 해도 소개한 기록들은 레전드급 기록으로 받아들여진 대 사건이었다.
▲낚시춘추 창간인 한형주 박사의 지령 100호 축사. 낚시춘추를 창간하기까지의 사연과 우여곡절 등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