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600호 특별 인터뷰 1
연예게 낚시 대통령 이덕화
“600호를 넘어 2000호까지 부탁해요~”
이영규 기자
▲“낚시춘추 독자 여러분 결국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덕화 씨가 새벽에 올린 43cm 붕어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연예계를 대표하는 낚시광 이덕화 씨가 낚시춘추 지령 600호의 표지모델이 됐다. 지난 3월호 낚시춘추 50주년 기념호 인터뷰 당시 이덕화 씨는 낚시춘추 지령 600호 때 기꺼이 표지모델로 나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그 약속을 지켜주었다.
과정은 매우 긴박(?)했다. 지령 600호인 7월호 발간일을 열흘 밖에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악재(?)가 겹쳤다. 이덕화 씨가 출연 중인 도시어부 촬영이 부진한 조황을 보여 추가 촬영이 잦아졌고, 여기에 이덕화 씨가 새로 출연하는 사극 촬영까지 끼어들면서 일정이 얽히고설킨 것이다.
결국 나는 이덕화 씨와의 스케줄 조율을 통해 현장 촬영이 어려울 경우 자택을 방문, 잘 꾸며 놓은 그의 낚시방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화보 촬영을 대신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 웬수 같던 코로나가 우리를 도왔다(?). 지난 6월 3일 새벽, 여느 때와 같이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부스스 눈을 떠보니 새벽 4시. 처음에는 ‘알람을 잘못 설정했나?’ 했는데 발신자 표시에 ‘이덕화’ 이름 석 자가 찍혀 있었다.
‘이 새벽에 무슨 일? 뭔 큰일이라도 났나?’ 하고 재빨리 수신 버튼을 누르자 특유의 낮고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신 맞았는데 멀쩡해, 그래서 염치지로 튀었지
“이 기자 나요 이덕화, 나 지금 아산 염치저수지에 있는데 한 시간 전에 사짜를 낚았어요. 얼핏 사십오는 충분히 넘을 것 같애. 바로 촬영 올 수 있겠어요? 더 늦으면 출근 시간에 길이 막힐까봐 이른 시간이지만 염치불구하고 전화했습니다. 여기가 염치지 아니요 염치지.”
상황은 이렇다. 그제 아침, 스케줄 문제로 이덕화 씨와 통화한 날은 그가 백신을 맞는 날이었다. 접종 후 있을 후유증에 대비해 모든 촬영 스케줄을 이틀간 비웠다. 그런데 우려한 고열이나 몸살 같은 후유증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덕화 씨는 얼른 낚시가방을 챙겼다.
“멀쩡하더라구. 그래서 이 아까운 시간에 붕어낚시를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염치지로 달렸죠. 아내가 그러다가 큰일 난다며 말렸지만 멀쩡한데 어찌 집에 박혀있겠어요. 챙겨주는 타이레놀을 받아 넣고 바로 염치지로 쐈죠.”
이덕화 씨는 내게 전화해 같이 촬영 가자고 할까 하다가 조황이 안 좋으면 어쩌나 싶어 일단 혼자 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새벽에 4짜를 낚아내자마자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창간 50주년 인터뷰에 이어 낚시춘추 통권 600호와 이덕화 씨와 만남은 그렇게 성사됐다.
▲염치지 좌대에서 채비를 던져 넣고 있는 이덕화 씨. 토종붕어 바닥낚시만 즐기는 정통 대물낚시 매니아다.
몸소 낚시를 홍보해온 초특급 연예인
올해로 조력 60년을 자랑한다는 이덕화 씨는 열혈 낚시광이었던 아버지 이예춘 씨로부터 낚시를 배웠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홀로 밤낚시를 다니기 시작했고 이미 그때부터 서울 광교에 있던 솔낚시 출조버스를 타고 장거리 출조에 나섰다. 솔낚시 김윤구 대표와의 인연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탤런트와 영화배우 활동 때도 그의 낚시는 멈추지 않았다. 길이 나쁘고 교통편이 좋지 못했던 70~80년대에 지방 촬영이 잡히는 날은 그가 원정낚시를 떠나는 날이었다.
촬영 도중 틈을 내 낚시했다는 얘기는 다소 과장됐다고 한다. 촬영 때는 본업에 충실하고 대신 촬영이 끝나면 며칠 더 남아 현지 지인들과 어울려 붕어낚시를 즐겼다. 어찌 보면 그에게 있어 연기와 낚시는 바늘과 떡밥의 관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덕화 씨의 낚시 사랑이 얼마나 순수한지는 지금까지의 행보만으로 쉽게 알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유명인이 낚시를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드물었다. 낚시는 ‘게으른 사람들의 취미’, ‘고급스럽지 못한 취미’라는 인식이 세간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덕화 씨는 꿋꿋하게 열혈 낚시인임을 밝혀왔다. 이덕화 씨 같은 초특급 연예인이 낚시를 홍보 중인 것만으로 낚시에 대한 이미지 상승은 물론 낚시산업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연예계의 낚시 대통령이라는 호칭까지 달렸겠는가.
한국 낚시계 대변지 역할 지속해달라
아침 6시경 이덕화 씨가 낚시한 염치지 좌대에 도착하자 이덕화 씨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줄자가 없어 뜰채 프레임으로 길이를 쟀는데 가로가 45센치 미터인줄 알았던 프레임이 알고 보니 43센치미터밖에 안 된다”며 날아간 2cm 때문에 억울(?)해 하고 있었다.
45cm나 43cm나 둘 다 낚기 힘든 4짜 붕어 아닌가. 나는 월척만 나와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덕화 씨의 마음은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였다. 그 모습에서 나는 초특급 연예인의 권위나 자존심보다는 순수하고 어린애 같은 우리 낚시꾼 모습 그대로를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지령 600호를 맞은 낚시춘추 독자들을 위해 인사말을 청하자 이덕화 씨가 4짜 붕어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낚시춘추의 창간 50주년과 통권 600호를 축하합니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낚시춘추를 사봤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재에 책이 한가득 있었어요. 이사를 다니면서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어릴 적 낚시춘추 기사를 읽으며 설레던 마음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이렇게 인연이 되어 다시 만나는군요. 앞으로 600호를 넘어 1000호, 2000호까지 승승장구해 한국 낚시계를 대표하는 대변지 역할을 계속해 주길 바랍니다. 부탁해요~”
▲염치지 출조에 동행한 OK피싱클럽 회원들이 철수 전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임교혁, 김헌수, 이종태, 이덕화, 이상수, 김석용 회원.
▲이덕화 씨가 43cm 붕어를 올릴 때 사용한 아피스의 조락무극 붕어대. 3.0칸 대로 올렸다.
▲조락무극 붕어대에 적힌 ‘명인 이덕화’. 이덕화 씨의 친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