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안국낚시터

신선이 놀다간

낚시터가 여기구나!

김병조 ㈜천류 민물스탭, 유료터닷컴 고문, 유튜브 춤추는찌불의 일조삼락

▲안국지 좌안 골의 아름다운 풍경. 안국지는 경치 하나만으로 힐링이 되는 낚시터다.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봄이 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신록의 계절 5월이다. 5월은 온 천하가 녹색인 자연의 색으로 마음껏 물드는 싱그러운 계절이다. 이런 계절은 한 곳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이번 낚시여행은 자연의 멋을 그대로 간직한 충남 당진의 안국지로 떠났다.

▲응봉산 7부 능선에 있는 안국지. 오염원이 전혀 없는 깊은 산 속 옹달샘 같은 낚시터다.

좌대, 잔교 없이 노지낚시터로만 운영
올해로 안국지를 22년째 운영 중인 정제택 씨는 연안좌대와 잔교시설 없이 안국지를 오로지 노지낚시터로만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자연이 내어준 풍광 그대로를 간직하기 위해서인데 무엇보다 낚시인들이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길 원한다고. 그러다 보니 조용하고 자연미 있는 곳에서 캠핑과 낚시를 즐기려는 출조객이 많은 편이다. 단골 낚시인 중에는 “신선이 놀다간 낚시터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다”라며 안국지의 비경을 칭찬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안국지는 응봉산 7부 능선에 있는 약 6천평의 계곡지다. 골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주변에 민가가 하나도 없어 조용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깊은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계곡수 덕에 수질이 깨끗하고 수심이 깊다. 계곡지답게 가장 깊은 곳은 수심이 27m 정도나 된다니 놀라웠다.
안국지는 1년 내내 배수가 거의 없는 곳이다. 안국지 바로 밑에 있는 원당지의 물이 바닥을 보일 경우에만 배수를 한다는데 아직까지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55석의 노지만 운영되고 있으며 입어료는 4만원이다.
식당 바로 뒤에는 농어촌민박으로 허가를 맡아서 운영되고 있는 은봉민박이 3동 있다. 2인 기준 최대 4인까지 이용 가능하며 요금은 평일 10만원, 주말 및 휴가 시즌에는 12만원이다. 이용 요금에는 1인 낚시비가 포함되어 있다. 1인 추가 시 만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실내에는 TV, 냉장고, 에어컨 등의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싱크대와 인덕션도 있어서 조리를 할 수 있다. 욕실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갖춰져 있고 온수가 나와 일반 펜션에서 지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입실 시 침구는 항상 새 것으로 교체해준다.
안국지는 예전에는 터가 센 대물터로 알려졌었는데 꾸준한 방류로 지금은 누구라도 쉽게 손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토종붕어만 방류하고 있으며 그 외에 떡붕어, 잉어, 가물치, 쏘가리, 메기 등이 서식한다. 자생 새우도 많아서 새우를 채집하여 미끼로 사용하면 큰 붕어를 만날 수 있다.

▲대전에서 온 이종복 씨가 새물유입구 부근에서 올린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대부분 월척이다.

▲농어촌 민박으로 운영 중인 은봉민박.

▲살림망 속의 월척 붕어들.

▲마릿수 재미가 좋은 관리소 앞 포인트.

▲아빠와 동출한 봉민준 군이 아침에 붕어를 노리고 있다.

1년에 100회 이상 출조하는 단골 낚시인
제방 근처 50번 자리에서 대를 편성했다. 2.4칸부터 4.0칸까지 6대의 낚싯대를 편성하고 미끼로는 글루텐과 정제택 사장의 추천을 받아 안국지에서 판매하는 떡밥으로 준비했다. 2.4칸 대 수심이 거의 3m에 육박하고 4.0칸 대를 펴니 4m 정도로 깊다.
낚싯대 편성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은봉산장에서 제육볶음으로 식사를 했다. 정갈한 반찬과 안국지 텃밭에서 기른 쌈 채소에 제육을 한 쌈 싸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다.
식사를 마치고 저수지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산책하는 마음으로 오솔길을 걸었다. 관리소 앞 주차장에 멋진 캠핑카를 주차하고 낚시하는 낚시인을 만났다. 경기도 과천에서 출조한 이종원 씨는 낚시를 배운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1년 동안 다른 낚시터는 다니지 않고 안국지만 100회 넘게 출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낚시를 처음 배울 때 직장 후배가 안국지에 데리고 왔어요. 자연 그대로의 풍경에 매료되어 다른 낚시터는 안 가게 되네요”라고 말한다. 캠핑카를 낚시터에 모셔놓고 거의 매일같이 안국지로 출퇴근을 한다 하니 가히 안국지의 매력에 흠뻑 빠진 마니아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제방에서 낚시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눈에 띄어 다가갔다. 전북 고창에서 출조한 봉연종, 민준 부자는 200km가 넘는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거의 주말마다 안국지로 출조한다고 한다. 장거리 출조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안국지는 민준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다니기 시작해 올해로 19년째가 되었어요. 물이 깨끗하고 무엇보다 낚시터 풍경이 빼어나서 낚시터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 지금까지 다니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민준이는 작년 봄에 안국지에서 토종붕어 38cm를 낚아 개인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필자 역시 조과보다는 낚시터 풍경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이런 풍광이라면 안국지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인공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안국지 같은 낚시터가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나 하는 바람이다.

아침장에 쏟아진 준월척들
은봉산 뒤로 해가 기우면서 어둠과 함께 안국지만의 고요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깊은 산 속 소류지에 앉아 있는 느낌이 너무 적막하고 고즈넉하다. 이 분위기에서 찌불만 밀어 올려주면 금상첨화일 텐데 소식이 없다. 그런 적막강산 속에 오롯이 서 있는 찌불을 바라보다가 자정 무렵 제방에 설치한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수많은 산새들이 지저귀는 청아한 노래 소리에 저절로 잠이 깼다. 오랜만에 자연의 소리에 잠이 깨니 기분이 상쾌하다. 안국지는 아침 입질이 좋다는 단골꾼의 얘기에 아침장을 보기 위해 낚시에 집중했다. 그의 말처럼 아침 입질은 활발했다. 보통 낚이는 붕어의 씨알은 8치 이상으로 굵어 손맛이 대단했다. 준척급 붕어 몇 수에 월척 한 수를 더 추가하고 낚시를 마감했다.
이번 낚시여행은 마치 자연 휴양림 같은 곳에서 자연과 하나 됨을 느꼈던 출조여서 그 어느 때 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휴식을 얻고자 한다면 이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아서 앞으로도 자주 찾을 것 같다. 무엇보다 단풍이 물든 가을의 안국지는 어떤 황홀한 모습으로 변할지가 궁금하다.

문의 010-2079-2925, 충남 당진시 정미면 원당골1길 238

▲19년째 전북 고창에서 안국지를 찾고 있다는 봉연중 부자가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