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 내린천

아빠와 함께

내린천 견지캠핑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부자간에 정을 나눌 수 있는 취미는 많다. 야구, 농구, 게임, 만화에서부터 요즘에는 주식이나 암호화폐 시장 투자를 취미로 함께하는 부자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인간적이랄까? 부자간의 정이라는 말 앞에 ‘끈끈한’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엔 낚시만한 취미가 없는 듯하다. 같이 낚고, 같이 먹고, 같이 자며 시간을 공유하는 끈끈한 사이야 말로 정이 깃든 사이가 아닐까.

▲“이제 시원한 계곡으로 들어가 피라미를 잡을 거에요.” 지난 5월 29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있는 진동계곡으로 견지캠핑을 나온 허근화(가운데 우측)·태영(가운데 좌측) 부자와 이종근·영석 부자가 바지장화와 수장대를 갖추고 기념 촬영을 했다.

▲“하하핫~ 손맛이 끝내줍니다.” 이종근 씨가 견짓대로 뭔가를 올렸으나 나뭇잎이었다.

▲이종근(좌)·영석 부자가 견짓대를 들어보이며 여유 있는 포즈를 취했다.

지난 5월 29일 토요일.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이종근(54), 이영석(22) 부자와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허근화(44), 허태영(12) 부자와 함께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있는 진동계곡으로 견지캠핑 길에 올랐다. 이종근, 허근화 씨는 견지누리 카페 회원으로 오랜 기간 견지낚시 선후배로 지낸 사이며 그 덕에 영석 군과 태영 군도 여러 번 낚시터에서 만난 사이라고 한다.
영석 군은 영국 유학 중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휴업이 길어져서 귀국한 상태고 태영 군은 올해 12살 초등학교 5학년으로 손에서 스마트폰과 닌텐도 게임기를 놓지 못하는 나이지만 견지캠핑을 갈 때는 모두 팽개치고 아빠를 따라 나선다고 한다. 이번 출조에서도 태영 군의 자신감은 대단했는데, “피라미 정도라면 여러 번 낚아봐서 문제없어요”라고 말했다.

▲“난 두 개.” “난 다섯 개!” 장난꾸러기 태영이와 함께 1년에 대여섯 번 함께 출조 하고 있는 허근화 씨.

피라미를 찾아 계곡으로
29일 오전 일찍 내린천 입구에 있는 ‘사는동안’이라는 식당과 숙소를 함께 운영하는 곳에 모인 후 곧바로 진동계곡으로 향했다. 원래는 홍천강으로 출조를 하려 했으나 누치보단 피라미가 더 가족적(?)이지 않겠냐는 이종근, 허근화 씨의 의견에 따라 내린천의 진동계곡으로 출조를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틀 동안 내린 비로인해 계곡의 물이 불어서 낚시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물색이 탁하고 너무 세차게 흘러서 견지가 아닌 보트를 타고 래프팅을 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수십 년 경력의 견지낚시 고수 이종근 씨는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피라미 한 마리 못 낚겠냐”고 자신을 했는데, 거짓말처럼 처음 찾아간 곳에서는 단 한 마리의 피라미도 낚지 못했다. 겨우 물 흐름이 느린 곳을 찾은 끝에야 피라미를 만날 수 있었고 그나마도 잔챙이가 많아 조금은 아쉬운 조행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도 5월의 싱그러운 수풀이 우거진 계곡에서 부자가 나란히 견짓대를 놀리는 모습은 그림 같았고 지금이 아니더라도 여름 견지 시즌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덜했다.

▲피라미를 낚고 입이 떡(?) 벌어진 태영 군.

▲“솔직히 이건 정말 피라미급 잔챙이에요.” 태영 군이 낚은 피라미를 손바닥에 놓고 아빠에게 보여주며 씨알 품평(?)을 하고 있다.

▲물살이 세자 연안으로 바짝 붙어 피라미를 낚는 데 성공한 이영석 씨.

▲초록이 영근 진동계곡의 5월. 그 아래서 즐기는 견지낚시는 한국 전통 고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낚시다.

▲아빠와 함께 열심히 캠핑 준비를 하고 있는 태영 군.

▲어렵게 낚은 진동계곡 피라미. 매운탕 재료로 쓰기 위해 내장을 제거한 상태다.

▲해가 질 무렵부터 비가 내려 타프가 흠뻑 젖었다.

▲파프리카, 양파, 양고기를 철망에 넣어 익히고 있다.

▲양고기 바비큐

▲피라미를 넣어 만든 매운탕. 민물새우를 한움큼 넣어 끓이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모닥불을 피운 테이블 옆에서 음식을 즐기는 일행. 비가 왔지만 가을 같은 선선한 날씨로 인해 캠핑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허근화 씨의 차량에 타프를 연결하고 캠핑 테이블을 설치했다.

빗소리에 취해, 음악에 취해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낚시를 했지만 거센 물살을 가르고 계곡을 누볐기에 금방 배가 고파왔다. 모두 함께 숙소 앞마당에서 차박을 준비했다. 파라솔을 펴고 식탁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2~3mm 내린다고 예보된 비는 굵은 장대비로 변해 계속 쏟아졌고 비를 피하기 위해 대형 타프를 연결해 그 아래에 식탁을 펼쳤다.
이종근, 허근화 씨는 견지누리 내에서도 캠핑에 일가견이 있는 회원들로 금방 필요한 것을 꺼내서 설치하고 불을 지펴 요리를 시작했다. 이종근 씨는 금방 먹을 수 있는 리코타치즈샐러드와 빵을 내었고, 허근화 씨는 양고기와 야채를 불에 구웠다. 낚은 피라미는 미리 준비한 양념과 야채에 담아 매운탕을 끓였는데, 타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먹는 매운탕의 맛은 여느 음식점의 맛에 비할 것이 못되었다.
음식을 먹고 있으니 강원도의 높은 산꼭대기 너머로 해가 사라졌고 계곡 주변에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캠핑의 운치는 해가 지고 나서야 드러났다. 캠프 한편에 피운 장작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올랐고 작지만 노란 빛을 내는 가스등은 주변을 수줍게 밝혔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블루투스 스피커의 음악과 분위기에 취해 이야기가 오갔고 그렇게 부자는 정을 나누며 밤을 보낸다.
내비 주소 기린면 현리 1226-2(캠핑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