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도 가두리의 황홀한 오찬

 
전갱이, 너야말로 통영의 슈퍼스타

쫄깃하고 담백한 육질로 낚시인들 사로잡아

김진현 기자

언젠가 여수에서 일본 낚시인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금오열도로 출항하는 낚싯배 선장에게 ‘아지(전갱이)를 낚을 수 있는 곳에 내려달라’고 했다. 선장은 전갱이 등쌀에 낚시를 못하던 연도 알마섬에 내려주었고 그들은 전갱이를 쿨러 가득 낚고는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졌다. 감성돔 대신 전갱이를 찾는 그들이 그때는 의아했지만 지금은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 연화도 동두마을에 있는 가두리양식장에서 전갱이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가두리에 걸터앉아 편하게 낚시할 수 있다.

▲ 두 시간 동안 낚은 조과. 마릿수 조과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갱이만큼 한국 낚시인들에게 저평가된 물고기도 드물다. 감성돔 낚시인들은 한동안 전갱이를 잡어로 천대했다. 낚는 족족 바다에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전갱이는 낚으면 금세 죽고 죽으면 비린내가 심하게  나기 때문에 낚시인들은 집으로 가져가기를 꺼렸다.
그런데 최근 전갱이에 대한 평가가 급진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전갱이가 가진 감칠맛을 낚시인들이 알아챈 것이다. 특히 경남 일대의 좌대낚시터에서 전갱이낚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남 사람들뿐 아니라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의 낚시인들까지 대거 몰리고 있다.

▲ “겨울에는 이만한 고등어도 종종 낚입니다.” 이경근 선장이 낚은 수퍼 고등어.

“전갱이는 겨울에 가장 맛있다”

지난 1월 21일 오전 7시, 연화도 좌대로 나가는 낚싯배 헤밍웨이호를 타기위해 통영 달아공원의 선착장에 낚시인들이 모였다. 충남, 대전, 전북 등 타지에서 온 낚시인이었고 현지낚시인은 없었다. 그들은 왜 멀리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통영 좌대를 찾는 것일까?
대전에서 온 김현수씨는 요즘 전갱이낚시에 흠뻑 빠져 주말이면 통영으로 내려온다고 했다. “두세 명이 한 차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면 시간도 두 시간밖에 안 걸리고, 비용도 많이 안 들어요. 전갱이 외에도 고등어, 우럭이, 참돔, 학공치도 낚이니 늘 풍성한 조과를 거둘 수 있죠. 한번 오면 이것저것 합해서 100마리 정도는 낚아갑니다.”
이미 전갱이의 맛에 매료된 낚시인들이었다. 충남 금산에서 온 조정희씨는 “전갱이 회를 맛본 이후에는 전갱이 마니아가 됐어요. 헤밍웨이호 선장의 칼솜씨로 만든 초밥 맛이 끝내줍니다. 전갱이는 집으로 가져가 구이나 조림을 해먹어도 맛이 일품이더군요. 냉장고에 전갱이가 떨어질 때쯤이면 늘 통영으로 옵니다.”하고 말했다.
전갱이는 겨울에 가장 맛있다. 물이 찬 1~3월의 육질은 정말 단단하다. 통영 헤밍웨이호 이경근 선장은 “경남의 현지 낚시인보다 중부지역에서 더 많이 옵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동행해서 오는 경우가 많고 봄과 가을에는 직장이나 단체에서 야유회를 오기도 해요. 하지만 최근에는 현지 낚시인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어요. 사실 겨울에는 바닷고기를 낚기가 만만찮지 않습니까. 갯바위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낚시인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하고 말했다.

▲ “이 녀석 힘 깨나 쓰는데?” 하종태(경남 함양)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다.

“서비스에 반해 좌대를 찾는다”

헤밍웨이호는 연화도에 있는 동두마을로 향했다. 동두마을에는 열기, 고등어, 쥐치를 기르는 큰 가두리 양식장이 있었다. 이경근 선장은 양식장 좌대에 배를 정박하고 손님들을 가두리 양식장으로 안내했다. 전갱이 낚시터는 사무실로 개조한 컨테이너 박스가 얹어져 있는 좌대와 물고기를 기르는 가두리 양식장으로 나뉜다. 좌대에서도 낚시를 하지만 가두리 양식장의 조황이 좋다. 물론 양식장 안의 물고기를 낚는 것은 아니다. 가두리 양식장 울타리 사이에는 1m 내외의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으로 낚싯줄을 내려서 흘러나간 사료를 먹기 위해 몰려든 물고기를 낚는다.
낚싯대는 2~3m 길이의 연질 릴대를 쓴다. 계절에 따라 채비가 달라진다. 전갱이의 활성도가 좋을 때는 가지바늘 채비를 써서 한 번에 두세 마리씩 낚아 올리는 반면 겨울에는 전갱이용 편대채비를 쓴다. 활성도가 떨어지는 겨울에는 전갱이가 바닥 근처에서 아주 약한 입질을 하기 때문에 입질을 파악하기 어려운데, 편대채비를 바닥으로 가라앉힌 뒤에 3m 정도 띄워서 한 마리씩 낚는 것이 요령이라고 했다.
한 마리씩 낚아서 언제 마릿수를 채우나 싶었지만 전갱이는 생각보다 잘 낚였다. 고등어와 학공치에 간혹 망상어도 가세해 살림망을 금방 채웠다.

▲ 선장이 준비한 회와 초밥으로 점심식사를 즐기는 낚시인들.

이경근 선장은 직접 낚은 전갱이와 고등어를 가지고 회와 초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갱이는 장만하기 쉽습니다. 뼈가 억센 돔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죠. 몇 번 해보면 금방 배울 수 있어요.” 부인 윤현미씨와 부지런히 손을 맞춰 먹음직스런 회와 초밥을 만들어내는데 손님에게 공짜로 내주기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서비스였다. 그렇게 초밥을 만들고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고 한다. “단체 손님이 들어오면 하루 종일 초밥만 만들 때도 있어요. 손님들이 전갱이의 참맛을 알아가고 다시 찾아올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좌대에서 차린 점심이었지만 웬만한 일식집보다 낫다. 금산에서 온 곽지동씨는 “나는 순전히 선장님이 만든 초밥 먹으러 온다”며 준비해온 술을 주위 사람들의 잔에 채웠다.
점심을 먹고 나자 비가 내렸지만 오전보다 더 굵은 전갱이가 낚였다. 철수는 오후3시. 그 전에 낚시인들은 대를 접고 전갱이를 깨끗이 손질하기 시작했다. 부지런한 사람은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간을 한다. “이렇게 해서 가져가면 바로 구워 먹으면 됩니다. 프라이팬에 튀겨도 되고 숯불구이를 해도 좋아요. 식구들이 모두 전갱이에 맛을 들여 백 마리를 낚아가도 보름을 못 갑니다.” 곽지동씨가 말했다.  
출조문의 통영 헤밍웨이호 010-9455-3600

▲ “초밥과 회는 항상 서비스합니다.” 전문 요리사에 가까운 실력으로 낚시인을 사로잡고 있는 헤밍웨이호 이경근, 윤현미 부부. 전갱이 맛에 반하는 낚시인을 보면서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갱이 회와 초밥

南海 珍味

지방이 풍부한 전갱이 회는 봄철 남해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진미다.

전갱이를 회로 먹어본 사람은 고소한 감칠맛에 반해버린다. 일본인들이 왜 ‘아지’라면 사족을 못 쓰는지 알 수 있다. 고등어에 비해 살이 여물고 핏기가 적어 비리지도 않다. 모든 회가 마찬가지지만 전갱이는 살에 물이 묻으면 맛이 떨어진다. 전갱이 피를 뺀 후 껍질을 벗기기 전에 깨끗이 헹군 다음에는 물에 씻지 말고 수건으로 닦아 낸다. 또 손으로 오래 주무르거나 칼질을 여러 번 하면 전갱이 특유의 쫄깃한 맛이 사라지므로 장갑을 끼고 칼질은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