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도전! 몬스터 무늬오징어 에깅

지역별 가이드_포항

북동풍 피할 수 있는 잘피밭이 급소
강경구 포항 낚시인

▲지난해 5월, 포항 흥환리 일대로 출조해 무늬오징어를 낚은 필자.

바야흐로 포항권 에깅 매니아들이 학수고대하던 산란 무늬오징어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겨우내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수온이 14℃에 머무르던 4월 초순부터 포항권 무늬오징어 탐사에 나선 열혈 낚시인들도 있는 것을 보면 에깅의 재미와 중독성은 상상 그 이상인 듯하다.
에깅, 그 중에서도 산란 무늬오징어 시즌이 되면 SNS를 비롯해 각종 낚시카페가 들썩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때보다 예민한 입질, 굵은 씨알, 묵직한 손맛 등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빅원의 명예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매 시즌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도 4월 초순경 SNS에서 때 이른 산란 무늬오징어를 잡았다는 포항 낚시인이 나타났다. 비결과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몰과 미역이 있는 곳이라면 무늬오징어는 산란을 한다’라는 아리송한 답글만을 남겨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필자와 함께 포항권의 유명한 산란 무늬오징어 포인트와 특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미역과 모자반이 산란터?
호미곳을 중심으로 포항권 산란 무늬오징어 포인트는 크게 외해권과 내만권으로 나뉜다. 에깅이 지금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전인 10년 전에는 주로 구룡포를 중심으로 한 외해권 포인트가 강세였으나,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오히려 내만권의 열기가 더 뜨겁다. 이런 현상은 낚시인구가 늘어나며 탐사 범위가 늘어나 새로운 포인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오징어의 산란 습성에 기인하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도루묵의 산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다. 요지는 최대한 안전한 산란터를 찾아 알을 붙이는 도루묵들이 최근에는 심화된 백화현상으로 인해 알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다가, 통발이나 버려진 어구들에 산란을 하고 죽어간다는 내용이었다. 도루묵뿐 아니라 무늬오징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람보다 오히려 본능에 충실한 물속 생물들은 되도록이면 알이 안전하게 붙어 있고, 많은 개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산란을 하려할 것이고 그 습성을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포인트에 대한 접근이 쉬워질지도 모른다.
포항권에서 무늬오징어 산란 포인트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무늬오징어는 기본적으로 잘피, 미역, 모자반 등에 알을 붙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잘피를 제외한 미역과 모자반은 포항의 봄바다 어디를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모자반과 미역은 수온이 15도에 이르기 시작하면 슬슬 녹아 없어져, 무늬오징어 산란이 절정에 이르는 5~7월에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파도가 들이치는 외해권은 더 빠르게 떨어져 사라진다. 무늬오징어가 알을 붙이기에 참으로 애매한 환경이 아닐 수 없다. 포항의 지역적인 특색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필자는 몰과 미역보다는 사질대에 피어나고 무늬오징어의 알이 부화할 때까지 안전하게 지켜주는 잘피 군락을 선호한다. 어느 곳이든 산란과 부화를 하겠지만 확률적으로 개체가 많은 곳을 선호한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잘피는 산호초, 맹그로브와 함께 세계의 바다생태를 책임지는 3대 생물로 새끼 물고기들의 인큐베이터라고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경파괴로 잘피 인해 군락도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둘째는 거친 파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지형적 특성을 선호한다. 이는 외해권의 산란터들을 살펴보면 예상이 아니라 확신으로 바뀐다. 외해권 포인트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모두 북동풍을 피하는 방파제들이다. 포항권은 북동풍이 강하게 불어오면 파도가 일기 시작하여 큰 파도가 이는 경우가 많은데, 무늬오징어 산란터들은 대부분이 이러한 상황에서 지형적으로 파도의 영향을 덜 받는 곳이다. 산란한 알들이 거친 바다의 영향을 덜 받고, 꾸준히 햇빛을 받아 안전하게 부화하는 곳을 찾는 것이 바로 포항권 산란 무늬오징어낚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커다란 두 개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포항권의 유명한 무늬오징어 산란터를 소개한다.

모포방파제
포항 외해권 중 가장 유명한 무늬오징어 산란터다. 북동풍을 피할 수 있는 방파제로 외해권 중 가장 커다란 잘피 군락이 피어나는 곳이다. 개체수가 많아 조황이 좋던 2012년경에는 큰 방파제 전역에서 한 사람당 한두 마리 이상은 손맛을 볼 수 있던 곳이었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잘피 양도 많이 감소했고 개체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큰 방파제의 외항보다 끝부분정면이나 수심이 얕은 작은 방파제 정면의 잘피 군락에서 대물 무늬오징어가 낚여 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최근 어부들이 그물과 통발을 방파제 가까이 설치함에 따라 주의해서 낚시를 해야 채비손실을 피할 수 있다.
장기면 모포리 61-6

장길리방파제
낚시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포항남부권의 유명 방파제다. 지형의 특성상 북동풍이 불어도 파도의 영향이 덜한 곳으로 방파제의 끝부분보다 초입부터 중간지점까지가 핫포인트다. 방파제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잘피 군락이 있는 포인트라서 웨이더를 착용하는 수고를 감수하면 갯바위에서 씨알 좋은 무늬오징어를 잡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최근 백화현상으로 인해 잘피군락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인트 곳곳에 해조류가 풍부하게 자라있어 아침, 저녁의 피딩타임에 회유하는 산란 무늬오징어가 곧잘 잡히곤 한다.
구룡포읍 장길리 169

병포 작은 방파제
방파제 정면의 사질대에 듬성듬성 잘피 군락이 형성된 곳이 포인트이다. 크게 알려진 포인트는 아니지만 일조량이 좋은 날 잘피 군락 속으로 에기를 정확히 집어넣으면 알자리를 지키는 몬스터급 무늬오징어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바닥 특성상 채비 손실이 많지 않아 낚시하기 편하고, 잘피 군락이 멀리 있는 경우가 많아 로켓티어 채비를 이용하여 원거리 캐스팅을 하는 것이 좋다. 마주보고 있는 양식장의 방파제가 북동풍과 파도를 막아줘서 낚시하기 편하다.
구룡포읍 병포리 48-2

용주리방파제
본 시즌부터 산란철에 이르기까지 빈자리를 구경하기 힘든 이름난 포인트다. 내만권의 포인트가 인기를 얻기 전까지 모포와 더불어 산란 무늬오징어의 성지라 불리던 곳이며 이곳 역시 지형적 특성상 북동풍을 동반한 날씨에도 낚시가 가능할 정도로 파도의 영향이 거의 없다. 암반 지형에 미역과 같은 해초가 많은 포인트로 아침, 저녁의 피딩타임이 주효한 곳이다.
구룡포읍 삼정리 505-2

흥환리방파제

▲최근 산란 에깅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포항시 동해면의 흥환리방파제.

최근 몇 년간 포항권에서 가장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 포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파제 전역이 포인트이며 특히 중간부터 끝부분까지의 넓은 잘피 군락에서 조황이 좋다. 2012년경에는 작은 규모의 내항에도 잘피 군락이 빼곡하게 자라서 필자 혼자 내항을 공략해도 서너 마리를 거뜬히 낚을 정도로 환경이 좋았으나 방파제 증설 이후 내항에는 잘피 군락이 자라지 않고 있다. 무늬오징어가 잘피 군락의 알자리를 파고드는 특성상 한낮에도 무늬오징어가 낚여 올라오며 6월 중순을 지나가면 아침, 저녁 피딩타임이 더욱 뚜렷해진다. 단, 최근 무늬오징어의 인기와 더불어 산란 무늬오징어 시즌이 되면 마을 어민들이 잘피밭 위로 그물을 치니 채비 손실에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동해면 흥환리 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