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연도에서
88CM
참돔
홍경일 다이와 필드테스터, FTV 홍경일의 바다낚시 웨이브 진행자
▲연도 목여 포인트에서 88cm 참돔을 낚고 힘겨워하는 필자. 필자의 서해 참돔 기록어다.
갯바위 참돔터로는 변방에 속하는 서해 군산 연도에서 88cm 참돔을 낚았다. 지난 5월 9일, 필자가 진행하는 FTV ‘홍경일의 바다낚시 웨이브’ 19회 촬영 때 올린 기록이다. 나의 참돔 기록어는 10년 전 남해 만재도에서 올린 93cm. 이번에 군산 연도 목개에 올린 88cm는 나의 서해 기록어로 남게 됐다.
이번 88cm 참돔 기록은 사상 유례없는 나쁜 날씨가 가져다 준 선물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원래는 완도 여서도를 촬영지로 예상했으나 남해안의 좋지 못한 바다날씨로 인해 서해로 방향을 틀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지난 5월 8일 토요일 밤 12시에 용인을 출발한 필자와 촬영팀은 새벽 3시경 서천 홍원항에 도착해 출조 준비를 했다. 이날은 항구 안에 잔 파도가 일 정도로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고 있었다. 이날 출조 인원은 총 4명.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에 연도 목개 포인트에 내려 채비를 준비했다.
연도는 오래전부터 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대형 감성돔이 잘 낚이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그러나 약 5년 전부터는 감성돔에 참돔까지 잘 낚이며 서해를 대표하는 참돔 포인트로 유명해졌다. 취재일에도 연도 해상에는 군산에서 출조한 수십 척의 타이라바 배들이 참돔을 노리고 있었다.
세 번 연속 터진 후 네 번째에 찾아온 입질
이날 나는 다이와의 이소시오Ⅲ 2호 릴대, 원줄 4호, 목줄 카본사 4호로 무장했고 바늘은 참돔바늘 8호를 사용했다. 구멍찌는 2호. 크릴을 한 번에 4마리를 꿴 뒤 썰물 조류에 채비를 태워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낚시를 시작한 시점은 중썰물이 막 지날 때라 물때상으로는 최고의 여건. 그러나 이날은 물색이 너무 탁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참돔은 약속을 지키는 고기’라는 속설대로 아침 6시30분경 첫 입질이 찾아왔다. 난바다를 향해 80m가량 채비가 흘러간 상황이었는데 아쉽게도 바늘이 빠져버리며 첫 고기를 놓치고 말았다. 너무 먼 거리에서 물다보니 제대로 챔질이 안 됐던 것 같았다.
이후 7시와 7시30분에 연타로 입질이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전방 40m 지점의 수중여에 4호 목줄이 쓸리고 말았다. 요즘처럼 방송 촬영에 성공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한 방만 터트려도 아까울 판인데 연속 3방을 터트리다니! 놓친 나도 속이 상했지만 촬영 중인 피디의 표정도 죽을 맛이었다.
다시 심기일전해 채비를 흘렸고 오전 8시경 40m 전방에서 드디어 네 번째 입질이 들어왔다. 찌가 스르르 잠기는 모습을 확인 후 충분히 더 기다리자 원줄까지 끌고 가는 입질이 전해졌다. 원줄이 팽팽해질 시점에 강하게 챔질하자 덜컥 하며 후킹이 됐다.
▲씨알이 너무 커 몇 번의 헛손질 끝에 참돔을 뜰채에 담을 수 있었다.
88cm 참돔, 과감히 방류 결정
이번에는 초반 저항이 너무 약했다. 그래서 ‘5짜 정도 되는 녀석이 걸렸구나’라는 생각에 실망하며 릴을 감기 시작했다. 그런데 20m 전방까지 끌려온 녀석이 갑자기 힘을 내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꾸욱- 꾸욱- 처박는 무게감에 본능적으로 70cm 이상은 충분히 넘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예상보다 큰 놈임을 직감한 나는 또 다시 수중여에 목줄이 쓸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녀석을 다뤘다. 그리고 8분 정도의 긴(?) 파이팅 끝에 수면에 뜬 녀석은 얼핏 봐도 90cm에 육박하는 대물이었다. 너무 커서 뜰채에 담았다 빠지기를 반복한 끝에 올라온 녀석은 88cm 정도 되는 대물 참돔이었다, 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 일행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필자를 축하해 주었다.
모처럼 맛보는 승리감에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이번 촬영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참돔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녀석을 바다로 돌려보냈다. 서해 참돔 개인 기록어를 낚은 2021년 5월 9일은 나에게 있어 영원히 잊지 못할 날로 기억될 것이다.
문의 서천 홍원항바다낚시 041-952-0411
▲ 필자가 난바다로 도주하는 참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