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 배낚시

묵호항 앞바다

루어에 띠볼락이 낚인다

이기선 편집위원, 이기선피싱클럽 대표

▲일반 우럭과 외형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띠볼락.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육질 덕분에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사진 제공 근영호 박근영 선장).

한때 동해 공해상 우럭낚시가 큰 인기를 끈 적 있었다. 200m의 깊은 수심을 노려 4짜, 5짜급 띠볼락을 낚는 것인데 2019년 1월 1일부로 낚시어선의 12해리 이상을 벗어난 출항이 금지되면서 지금은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현지에선 띠볼락을 참우럭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근해에서 띠볼락 배낚시가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다. 보통 우럭하면 서해 물고기로만 알려졌지만 10년 전부터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도 우럭낚시가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동해 우럭낚시는 많은 자원에 비해 외부에 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동해를 대표하는 어종인 대구를 비롯 방어, 부시리, 가자미 등의 인기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근영호 박근영 선장은 묵호항에서 낚시점을 개업한 10년 전부터 동해 우럭낚시를 즐겨왔다. 그 결과 묵호 앞바다에 우럭 자원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5년 전부터 12인승 낚싯배를 건조해 본격적으로 포인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서해에서 낚시하듯 바닥에 붙여서는 못 낚습니다”
지난 4월 22일 목요일. 단골손님 10명과 함께 강원 동해 묵호항을 찾았다. 새벽 5시경 묵호 시내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아침 6시경 근영호를 타고 포인트로 향했다. 묵호항 우럭 루어낚시는 조류에 맞춰 루어를 흘려야 하므로 배의 한쪽에만 줄지어 서서 낚시하는 게 특징이다. 10분 거리의 우럭 포인트에 도착하자 박근영 선장이 마이크를 들고 낚시요령을 설명했다.
“낚시하시기 전에 제 얘기를 잘 들으셔야 한 마리라도 더 낚을 수 있습니다. 조류가 흐를 때는 여밭에서 낚시하고 조류가 멈추면 어초로 들어갑니다. 여밭이든 어초든 요즘은 우럭의 활성이 좋아 생각보다 많이 떠서 물고 있습니다. 서해에서 낚시하듯 바닥에 채비를 바짝 붙여 낚시하다가는 한 마리도 못 낚습니다.”
어탐기를 보던 선장이 또다시 말을 이어갔다.
“의외로 이곳을 찾은 초보자들이 우럭을 잘 낚는 이유는 선장 말을 잘 듣기 때문입니다. 서해안에서 우럭낚시 좀 해봤다고 으스대는 분들은 의외로 잘 못 낚아요. 우럭이 떠서 무니까 바닥에서 몇 미터 띄우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듣지 않거든요. 루어가 바닥에 닿으면 즉시 릴을 5바퀴만 감고 움직이지 마세요.”
이른 아침에는 조류가 빨라 여밭에서 낚시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입질은 자주 오지 않았다. 고물에서 낚시하던 최영수 씨(경기도 파주시)가 첫 입질을 받아 준수한 씨알의 우럭을 한 마리 올렸다. 4짜에 못 미치는 씨알이었지만 손맛은 아주 좋다며 즐거워했다. 그 뒤에도 몇 마리가 더 나왔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조과였다. 낚시를 시작한 지 두어 시간이 지날 무렵 조류가 멈추자 선장은 즉시 어초밭으로 포인트를 옮겨갔다.
“자 이곳에서는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열 바퀴 감고 낚시하세요. 우럭 활성도가 안 좋을 때는 미끼를 물고 돌아설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퍽 하는 입질이 전달되는 동시에 챔질해줘야 입걸림이 잘 됩니다.”
채비가 내려가기 무섭게 이곳에서도 최영수 씨가 제일 먼저 입질을 받았다. 그리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최영수 씨 바로 옆에서 낚시하던 이날의 홍일점 주명선 씨도 입질을 받았다.
선장은 배가 어초를 벗어나면 즉시 배를 돌려 다시 대주었고 그때마다 우럭 입질이 이어져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은 우럭의 활성도가 좋아 걸면 대부분 입걸림이 되어 올라왔다.
오전 11시가 지나자 활성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는지 더블히트에 이어 트리플히트까지 펼쳐졌다. 선장은 며칠 전만해도 띠볼락만 올라왔다고 하였는데 이날은 우럭과 띠볼락이 섞여 올라왔다.

더블히트에 트리플히트까지
이날 낚시는 오후 1시 30분까지 어초밭에서만 낚시가 이어졌는데 10명이 낚은 조과는 총 50수. 전반적으로 배 뒤쪽에서 낚시하던 사람들의 조황이 좋은 편이었다. 최영수 씨가 혼자 16마리를 낚아 장원을 차지하였고, 서울 낚시인 김용남 씨가 14마리를 낚아 뒤를 이었다. 홍일점으로 참석한 주명선 씨는 이날 처음 출조해 4짜급 2마리 포함 모두 6마리를 낚았다. 우럭낚시 초보자인 주명선 씨는 “생각보다 낚시가 쉬워 다음에 출조하면 열 마리 이상 낚을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출조문의 인천 이기선피싱클럽 010-8487-2672, 묵호항 근영호 010-6470-6219

▲개별적으로 근영호를 찾아온 단골들이 씨알 굵은 우럭을 자랑하고 있다.

▲40cm가 넘는 우럭을 올린 낚시인. 씨알도 만족스럽다.

▲단골 손님이 우럭을 걸자 박근영(가운데) 선장이 응원을 하고 있다.

▲홍일점으로 출조한 인천 주명선 씨가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묵호 우럭 선상루어 장비와 채비.

▲지그헤드와 웜을 결합한 루어낚시 채비로 우럭을 낚는다.

▲남양주에서 온 낚시인이 굵은 우럭을 낚고 기뻐하고 있다.

▲취재일 조과. 총 10명이 출조해 50마리 가까운 조과를 올렸다.

▲서울에서 온 김용남(왼쪽) 씨와 파주에서 온 최영수 씨가 동시에 올린 우럭을 자랑하고 있다.

띠볼락의 외형과 씨알

▲일반 우럭과 달리 가로 줄무늬가 특징인 띠볼락.

조피볼락이라 부르는 일반 우럭과 띠볼락의 외형 차이는 다음과 같다. 우럭은 몸에 별다른 무늬가 없고 띠볼락은 일정치 않은 가로줄무늬가 뚜렷하게 보인다. 박영근 선장의 말에 따르면 우럭보다 띠볼락의 씨알이 전반적으로 굵어 대부분 4짜급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같은 씨알이라도 띠볼락의 체고가 훨씬 높고 힘도 좋은 편이라고. 박영근 선장은 지난해 봄 57cm짜리 참우럭도 낚았다고 말했다.

동해 띠볼락 배낚시 장비·채비
낚싯대는 짧고 가벼운 쭈갑대(쭈꾸미, 갑오징어 전용대), 합사 1호가 감긴 베이트릴, 지그헤드는 1온스, 1과 1/2온스 두 가지면 충분하다. 웜은 5인치 길이의 꼬리가 긴 테일웜이 좋다. 어두운 암갈색에 펄이 박힌 웜이 효과가 좋으며 물색이 맑거나 맑은 날씨에는 흰색이나 붉은색 웜도 효과가 좋다. 특히 다미끼사의 웜이 인기가 높다.
낚싯대는 가급적 초리가 가늘고 낭창낭창해야 우럭이 경계심을 품지 않고 웜을 한 번에 물고 돌아선다. 우럭 활성도가 낮은 날에는 우럭이 웜 꼬리에 상처만 내고 도망가기도 하는데 이런 날에 대비해 약간 작은 3인치 그럽도 챙겨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