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격렬비열도 배낚시

먼 바다 인공어초의 대반전

왕우럭 왕대구

잭팟!

이영규 기자

서해 우럭 배낚시가 본격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4월로 접어들어 수온이 오르자 먼 바다에 머물던 우럭들이 산란을 위해 근해로 몰려들고 있다. 좀 더 온화한 날씨, 좀 더 평온한 바다 위에서 더욱 큰 손맛을 볼 수 있는 시기가 다가왔다.

▲취재일 가장 돋보이는 조과를 올렸던 부천 낚시인 권석복 씨가 쌍걸이로 올린 우럭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신진도의 항공모함호를 타고 먼 바다 우럭 탐사를 계획했다가 매번 실패했다. 조황이 나빠서가 아니다. 날짜만 잡으면 주의보가 터지는 바람에 출항 자체를 못했다.
3월 초 취재 때 다루려고 했던 테마는 살아있는 빙어 미끼였다. 외수질낚시 전문선인 항공모함호는 주로 산새우(흰다리새우)를 미끼로 우럭과 광어를 낚아왔는데 3월에는 산새우가 너무 잘아 빙어를 대체 미끼로 쓸 예정이었다.
나는 ‘양식 중인 산새우가 너무 잘아서 문제라면 바늘 크기를 약간 줄이면 되지 않을까’싶었는데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전영수 선장은 “우럭은 육식어인만큼 먹이고기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즉 양식 흰다리새우가 미끼로 잘 먹히려면 바다 속에도 새우 자원이 풍부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매치 더 베이트 이론이죠. 그래서 보통은 5월 중순은 넘겨야 산새우가 미끼로 잘 먹히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우럭이 깊은 곳에서 물고, 베이트피시인 새우류도 부족하다면, 오히려 오징어살처럼 밝고 액션이 좋은 미끼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잘라놓은 오징어 살은 분명 고기 형태는 아니지만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돋보여 우럭의 시각을 자극한다는 설명이었다.

역시 우럭낚시는 물색이 중요해
일정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 4월 19일에 취재를 나섰다. 물때는 조금. 우럭낚시에 적당한 물때였다. 그런데 전영수 선장은 조심스러워했다. 내가 “충분히 죽은 물때이니 물색도 안정될 것 같다”고 말하자 전영수 선장은 장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여름이나 가을에는 평소에도 물이 맑기 때문에 13물 이후만 되면 금방 물색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겨울에서 봄으로 돌아서는 이 시기에는 불안합니다. 사리물때 이후라면 조금 물때까지도 물색이 탁해져 있는 경우가 많지요. 특히 이번 봄처럼 주의보가 잦은 경우에는 더욱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전영수 선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오전 5시에 신진도항을 떠나 2시간이 걸려 격렬비열도(격비)에 도착했으나 물빛은 엉망이었다. 한 곳의 여밭과 두 곳의 어초에 배를 대봤으나 30cm급 우럭 한 마리가 올라온 게 전부. 더 이상의 입질은 받을 수 없었다.
이에 전영수 선장은 아예 근해로 들어왔을 우럭을 노리러 안쪽으로 다시 돌아갈 것인지, 좀 더 먼 영해까지 나가는 모험을 감행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30분 정도 더 항해해 격비도 외곽의 어초 포인트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 결정은 모처럼 격비 외곽 해상의 조황을 타진해보자는 나의 바람과 전영수 선장의 모험심이 더해진 일종의 도박이었다. 아무리 먼 바다도 이맘때는 수온이 낮아 조황을 장담할 수 없고 산란을 앞둔 우럭들도 이미 내만권으로 이동한 개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공해상 방면으로 30분 정도 더 항해하자 물빛이 확실히 맑아졌다. 이곳은 약 15년 전 여름에 출조해 대구를 마릿수로 낚았던 포인트다. 겨울의 끝물로 볼 수 있는 취재일에도 대구가 올라올지 궁금했다. 그리고, 나의 예상이 현실로 입증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 번째로 들어간 인공어초 주변에서 35~45cm급 우럭이 연타로 물더니 두 번째 공략에서 40cm급 대구가 처음 올라왔다. 비록 씨알은 잘았지만 모처럼 만나는 서해 대구를 보니 반가움과 신기함이 몰려왔다. 이런 식으로 오전 12시까지 적게는 1인당 5마리 많게는 20마리 이상의 우럭을 올릴 수 있었다. 씨알은 대부분 35~45cm였고 5짜급도 몇 마리 올라왔다.
이날은 날씨가 좋지 못해 출조 인원은 10명 정도에 불과했고 그중 항공모함호의 명성만 듣고 찾아온 절반은 초보자였다. 그러나 초보자들도 마릿수 조과를 거둘 정도로 조과는 출중했다.
나는 격비도 근해보다 물색이 맑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었지만 전영수 선장은 자신도 예상 못한 결과라며 즐거워했다. 즉 3월 무렵까지는 우럭들이 격비 외곽 해상 어초에 머 물러나 있는 게 맞긴 하지만 4월 중순 현재는 많은 우럭 어군이 근해로 이동했기에 호황을 장담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취재일의 주인공은 임하병 사무장. 부지런히 손님들을 챙기는 와중에도 80cm급 왕대구를 올려 부러움을 샀다. 서해 먼 바다에는 사철 대구가 서식하고 있다.

▲임하병 사무장이 대구를 걸자 옆에 있던 낚시인이 대신 뜰채를 대주고 있다. 덤으로 낚인 40cm 우럭이 왜소해 보인다.

▲항공모함호를 타고 우럭을 노리는 낚시인들. 항공모함호는 조금물때 전후로는 우럭 외수질, 사리물때 전후로는 농어 외수질을 출조한다.

80cm 왕대구 출현에 깜놀
우럭이 계속해서 올라오자 점심식사 시간은 계속 미뤄졌고 결국 오후 1시경 잠시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일 즈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너울은 살아있어 멀미가 심했지만 연속되는 입질에 낚시인들의 손놀림은 분주했다.
오후 2시경에는 놀라운 대박이 터졌다. 사무장 임하병 씨가 무려 80cm에 달하는 대구를 올린 것. 나머지 한 바늘에 40cm급 우럭까지 걸려든 까닭에 올리는데 10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로서 서해 먼 바다에는 여름에만 대구가 서식하는 게 아니라 겨울에도 서식하며, 장거리 출조가 가능한 물때와 날씨만 받쳐준다면 동절기에도 충분히 대상어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5월 중순 이후의 출조 상황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취재일에 찾아간 격렬비열도 외곽 어초낚시는 어렵지 않을까 추측된다. 굳이 이 먼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중거리권인 옹도, 궁시도 근해만 나가도 굵은 우럭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5월 중순 현재도 나쁜 기상이 문제일 뿐 출조만 하면 쿨러 조과를 거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봄 피크가 끝나 우럭이 다시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여름이라면 그때 한 번 다시 찾아 대물 우럭과 대물 대구를 함께 노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은근히 여름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문의 신진도 태풍투어낚시 041-674-7936

▲선두에서 쌍걸이로 우럭을 올린 수원의 이필영 씨.

▲의정부에서 온 낚시인들이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권석복 씨가 사용한 다양한 미끼들. 주꾸미 외에 빙어, 염색한 오징어살을 함께 달았다.

▲연속되는 입질에 우럭을 들어뽕 하는 모습.

▲우럭 외수질낚시에 인기를 끌고 있는 제이에스컴퍼니의 CHARM CXT 로드.

▲선두에서 낚시한 서울 낚시인의 오전 조과. 40cm 이상급 우럭과 대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