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홍식의 로드빌딩_8

릴 시트 및 그립의 접착
중량급 낚싯대라면

강력한 접착제 필요

조홍식 이학박사

▲하나씩 쌓아 붙여서 코르크 링 그립을 바이스를 이용해 압착하는 과정.

릴 시트와 그립의 준비를 잘 마쳤다면 실제로 블랭크에 접착할 순간이 다가왔다. 이 단계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한 번 접착을 하게 되면 다시 분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방향을 잘못 정했다거나 길이나 굵기를 잘못 측정했다면 이 단 한 번의 실수로 로드빌딩을 망칠 수 있다.
이전에도 말했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로드빌딩은 아날로그 방식의 수작업이다. 정확하게 재고, 빈틈없이 접착제를 바르고, 방향도 딱 맞추고,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해야 한다. 천천히 신중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릴시트와 그립을 블랭크에 붙여보자.

릴 시트 접착의 사전작업
릴 시트를 부착할 장소를 결정했다면, 릴 시트의 크기(길이와 직경)에 맞도록 블랭크에 일단 표시해둔다. 표시해둔 이 자리를 샌드페이퍼로 살짝 문질러 표면을 거칠게 하고 알코올이나 시너와 같은 용제로 잘 닦아 기름기나 불순물을 없앤다. 접착 효과를 높이는 1차 사전작업이다.
다음에 블랭크의 외경과 릴 시트의 내경은 차이가 있으므로 무작정 접착제를 발라서 붙이는 게 아니라 먼저 빡빡하게 끼워지도록 2차 사전작업을 한다.
‘아버(arbor)’라고 부르는 블랭크와 릴 시트 사이에 들어가는 심을 먼저 접착한다. 아버의 재료는 나무, 코르크, 합성수지, 금속 등으로 만드는데 릴시트 길이와 비슷한 것도 있고 짧은 형태를 2~3개 사용하기도 한다. 아니면, 아버 대신에 2~4군데 정도 듬성듬성 종이테이프나 비닐테이프를 감아서 릴시트가 꼭 끼이도록 만들어도 좋다.
테이프를 감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블랭크 위에 굵은 실을 몇 겹으로 감아올리는 방법도 있고 종이를 길게 잘라 둘둘 말아서 대신하기도 한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지 다 릴시트와 블랭크 사이를 좁혀서 끼게 만들고 접착제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릴시트 접착하기
이렇게 아버를 먼저 잘 고정하고 나서 그 위에 다시 접착제를 발라 릴시트를 접착한다. 접착제는 접착력이 강력한 로드빌딩용 에폭시 접착제(본지 2021년 1월호, 로드빌딩 3회에 소개)를 사용해야 한다. 만들고 있는 낚싯대가 지깅대나 부시리용 이상의 중량급 낚싯대라면 보다 더 강력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 페이스트(퍼티) 타입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접착과정은 다음과 같다.

▲릴 시트 접착. 아버(arbor) 사이에 접착제가 잘 들어가도록 릴 시트를 돌려가며 밀어 넣는다.

▲각종 아버(arbor). 굵은 노끈이나 종이테이프 등을 감아서 사용하기도 한다. 무엇을 사용하든 릴 시트와 블랭크 사이를 좁혀 접착하기 좋게 만드는 역할이다.

1 먼저, 릴 시트 자체를 비닐테이프 등으로 잘 감싸서 접착제가 묻는 걸 방지한다.
2 다음으로 에폭시 접착제를 릴 시트 안쪽과 블랭크 표면에 골고루 바른다.
3 릴시트를 블랭크에 끼워 살살 돌려가며 접착제가 충분히 들어가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며 밀어 넣는다.
4 원하는 위치, 또한 블랭크 스파인에 어긋나지 않도록 릴시트 방향을 잘 맞춘다.
5 밀려 나오거나 여기저기 묻은 접착제를 알코올이나 시너로 깨끗이 닦는다.
6 접착한 릴시트는 접착제 경화에 시간이 다소 걸린다. 하루 정도 완전히 굳을 때까지 내버려둔다.

EVA 그립 접착하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그립의 치수 측정이다. 접착할 포어그립(fore grip)과 리어그립(rear grip) 각각의 내경과 접착할 부분의 블랭크 외경을 정확히 측정한다. 그런데,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블랭크의 직경은 일정하지 않고 테이퍼 상태여서 굵기가 다르다. 접착할 위치의 맨 아래와 맨 위, 양 끝의 외경을 각각 측정해 작은 쪽에 맞춰서 EVA 그립의 내경을 정하면 무난하다.
딱 맞는 것이 없다면, 블랭크 외경보다 그립의 내경이 약간, 아주 약간 작은 것을 선택한다. 빡빡하게 들어가거나 힘들여야 겨우 들어갈 정도인 게 좋다. 접착제를 바르면 윤활작용도 생기는 데다가 EVA 그립 자체에 신축성이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 접착제는 로드빌딩 3회(2021년 1월호)에서 소개한, 천천히 굳고 윤활작용이 있는 전용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접착과정은 다음과 같다.

▲EVA, 코르크 그립의 내경을 조금 넓혀주는 도구인 리머(raemer). 내경이 너무 좁아 끼워 넣지 못하는 경우 사용한다. 다만 과하게 갈아내면 곤란해질 수 있다.

1 작업하는 자리에 신문지 등을 충분히 깔고 접착과정을 시작한다.
2 먼저, 접착 위치 블랭크 표면을 알코올이나 시너로 깨끗하게 닦고 나서 접착제를 바른다. 블랭크 표면에만 바르는 게 아니라 그립의 안쪽에도 골고루 발라주어야 한다. 그래야 빈자리가 생기지 않고 완전하게 접착할 수 있다.
3 그립을 돌려가면서 천천히 밀어 넣는데, 빡빡하여 힘이 들 수도 있지만 이게 정상적이다.
4 접착제가 밀려 흘러나오는 양이 꽤 되므로 깨끗한 천에 알코올이나 시너 등을 이용해 밀려 나와 지저분해진 접착제를 잘 닦아낸다.
5 완전건조가 되기까지는 하루 이상 걸린다.

만일, EVA 그립의 내경이 너무 좁거나 블랭크의 굵기 변화가 커서 반쯤 들어가다 말고 더 끼우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간에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그립 자체를 뜨끈해질 정도로 가열하도록 한다. EVA가 조금 더 유연해져서 강하게 밀어 넣으면 어떻게든 들어간다.
직선 형태인 EVA 그립을 개성적인 모습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완전하게 접착이 된 이후에 외부를 성형한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목공용 선반이나 랩퍼가 있어야 하는데,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사진>과 같이 샌드페이퍼로 표면을 갈아낼 수 있다. 성형이 끝난 그립의 표면은 가스 토치를 이용해 살짝 그슬려주면 매끈하게 만들 수 있다.

▲샌드페이퍼를 이용한 마무리 공정.

▲EVA 그립 접착이 끝나고 하루 이틀 지나 완전히 고정된 이후에 외관을 성형할 수 있다.

코르크 그립 접착하기
미리 성형된 코르크 그립을 구매했다면 EVA 그립과 같은 방법으로 블랭크에 접착한다. 물론 코르크는 EVA와 달리 신축성이 없으므로 너무 빡빡하지 않게 코르크 그립의 내경과 블랭크의 굵기를 잘 맞춰야 한다.
이렇게 미리 그립 모양을 갖춘 완제품을 접착한다면 특별하게 어려운 일이 없지만, 이전에 설명했던 것과 같이 원래 코르크 그립은 일정한 크기의 링을 하나씩 쌓아 붙여서 만든다. 코르크 링 접착과정은 아래와 같다.

▲코르크 링을 하나씩 쌓아 붙여서 그립을 만든다. 바이스를 이용해 압착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1 코르크 링으로 그립을 만들 때는 코르크 링의 내경을 드릴, 줄, 샌드페이퍼 등으로 블랭크에 잘 맞도록 다듬는다. 코르크 링이나 완성품 그립의 내경을 넓혀주는 도구인 리머(reamer)를 사용하면 아주 편리하다.
2 원하는 위치에 하나씩 쌓아가듯 블랭크에 끼우는데, 링 사이사이에 충분한 양의 접착제를 발라가면서 쌓는다. 작업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접착제의 초기 경화시간도 긴 것을 사용해야 낭패가 없다.
3 원하는 길이 만큼 다 쌓았으면 압착시킨다. 쌓아 붙인 코르크 링은 강한 압력으로 눌러줘야 접착된 사이가 들뜨지 않게 완성할 수 있다. 실은 이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코르크 링을 강하게 눌러줄 도구가 없다면 코르크 링을 이용해 그립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포기하는 편이 좋다. 코르크 링 압착에 사용하는 기구가 따로 있다. 일종의 바이스인데, 기성품을 구매해도 좋고 간단한 구조이므로 1m 정도 길이의 긴 볼트와 너트, 나무판자 등을 이용해 직접 만들 수도 있다.
4 차례로 쌓은 코르크 링을 압착하면 사이사이로 접착제가 삐져나온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시너나 알코올 등으로 깨끗이 구석구석 닦아낸다.
5 하루 이상 지나서 접착제가 완전히 굳었다고 생각되면 바이스를 풀어준다.
6 코르크 그립을 원하는 형태로 성형할 차례다. 샌드페이퍼를 이용해 쉽게 갈아서 성형할 수 있다. EVA와 마찬가지로 목공용 선반이나 랩퍼에 고정시키고 회전시키면서 갈면 가장 좋다. 샌드페이퍼는 거친 굵은 번수로부터 시작해서 가는 번수(200번~800번)까지 사용하여 표면을 매끄럽게 가공한다.
7 그립 모양을 만드는 동안에 나오는 코르크 가루는 따로 보관해 두도록 한다. 이것을 ‘코르크핏’이라고 부른다. 이 코르크핏으로 보수용 퍼티를 만들 수 있다.
8. 그립이 원하는 모양으로 될 때까지 샌드페이퍼로 가는 작업을 계속한다.

코르크 그립이 완성된 이후에 추가 작업을 할 수 있다. 코르크 표면에 보이는 검은 부분을 없애주는 것으로, 상하거나 벌레에 의해 부식되고 갈라진 부분을 메우는 작업이다. 코르크의 품질에 따라 정도 차이가 크다. 코르크 색의 목공용 퍼티를 사용해 틈을 메워도 좋고, 코르크핏을 에폭시 접착제에 섞어서 만든 걸 사용해도 좋다. 보수작업이 끝나면 다시 표면이 매끄러워질 때까지 샌드페이퍼로 갈아주면 완성이다.
취재협조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kogyo co.Ltd)

▲르크 링이 완전하게 접착된 이후에 랩퍼에 올려서 외형을 성형한다. 샌드페이퍼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모양을 다듬을 수 있다. 갈려 나오는 코르크핏은 코르크 그립 표면의 갈라진 틈을 메우는 보수 충진제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