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면 4짜라더니 진짜네

장재혁 객원기자

지난 4월 19일, 지난해 알게 된 전북 김제 소재의 저수지로 취재를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문득 전남 영암의 학파1호지가 떠올랐다. 아는 지인이 이맘때쯤 4짜급 붕어로 마릿수 조과 소식을 전해들은 적이 있었는데 달력을 보니 시기도 맞아 떨어져서 학파1호지로 방향을 돌렸다.
학파1호지는 전남 영암군 서호면 몽해리에 위치한 755.3천㎡(약 228.4천평) 규모의 양수형저수지다. 상류지역에 도로가 저수지를 가로질러 두 개의 저수지로 나뉘며 상류에 있는 소류지처럼 보이는 곳에서 주로 낚시를 한다. 우안은 연안을 따라 부들수초가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고 도로가 있는 제방권과 좌안 중하류권은 뗏장수초가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다.
우안은 장박 낚시인들이 선점을 해 자리 잡기가 어려웠고 좌안은 맞바람 때문인지 낚시인이 보이질 않았다. 나는 밤이 되면 바람이 잘 것을 감안해 한적한 우안에서 뗏장수초가 있는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대편성을 했다. 예상대로 어두워지면서 바람이 서서히 약해지고 졌다. 찌불을 밝히면서 옥수수와 옥수수글루텐 두 가지 미끼로 낚시를 해 보기로 하였다.

▲학파1호지 제방권에 자리를 잡고 뗏장수초를 넘겨 대편성한 필자.

뗏장수초가 문제
밤이 깊어가면서 바람은 멈췄지만 자정이 지나도록 찌는 미동도 없이 말뚝이었다. 그러다 1시쯤 되었을까? 찌에 미약하지만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벽 2시가 지난 시간 왼쪽 4.0칸 대의 찌가 슬그머니 두 마디쯤 오르더니 옆으로 이동을 하는 것을 보고 챔질을 하였다. 순간 낚싯대로 전해지는 묵직함과 동시에 낚싯대는 활처럼 휘었고 옆으로 차고 나가면서 옆의 낚싯대를 넘나들기를 반복하다가 제압을 해서 힘겹게 뗏장수초 위로 붕어를 올릴 수 있었다.
한눈에 봐도 4짜급 붕어.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붕어가 커서 그 무게를 낚싯대로 들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뜰채도 사용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 나는 원줄을 잡고 당겨 보려고 재빨리 낚싯대를 접고 원줄을 잡으니 그 사이에 붕어는 뗏장수초 틈사이로 파고들었고 원줄을 살살 당기자 그만 바늘이 빠지고 말았다. 바늘에서 떨어진 붕어는 바로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한동안 수초 틈에서 퍼드덕거리다 물속으로 사라졌다.
옆에 자리한 낚시인도 입질이 있었는지 챔질 소리와 동시에 수면에서 바늘털이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후로 새벽 4시까지 약 40분 간격으로 3.6, 4.0, 4.4칸 대로 3번의 입질을 더 받았지만 앞의 상황과 같이 목줄이 끊어지고 수초 속으로 파고들어 연안으로 낚아내지 못하였다. 나로서는 굉장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밤낚시였다.

다시 허공을 가르는 채비
날이 밝자 나는 서둘러 뗏장수초가 없는 바로 옆자리로 옮겨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새벽에 입질이 있었기에 오전낚시를 소홀히 했는데 간혹 찌가 다 올라와 있어서 다시 입질에 집중을 했다. 잠시 후 정면 4.0칸대의 찌가 서서히 올라오는 것을 보고 챔질을 하였다. 지난밤 낚은 붕어보다 힘이 더 강했다. 물속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쉽사리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힘겨루기 끝에 수면으로 올렸는데 거의 5짜급에 가까운 붕어였다. 뜰채를 잡으려는 순간 다시 물속으로 차고 나가자 낚싯대를 다시 세웠지만 그만 채비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놓친 고기가 크다고 하지만 수면으로 올라온 붕어를 본 이상 허탈한 심정뿐이었다. 정오까지 낚시를 했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지난밤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낚시를 하루 더 하기로 하였다.
2일차.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어두워지면서 다시 찌불을 밝혔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자정까지 찌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1시쯤 되었을까? 오른쪽 뗏장수초 옆에 가까이 두었던 4.2칸대 찌가 올라왔다. 챔질 순간 낚싯대를 통해 묵직함이 전해졌고 붕어는 수면 위로 모습을 쉽사리 보여 주지 않았다. 하지만 힘겨루기 끝에 뜰채에 담아 올릴 수가 있었고 낚은 붕어를 계측자에 올려보니 꼬리지느러미가 44cm를 가리켰다.

44cm를 가리키는 꼬리지느러미
낚아 놓은 붕어의 우람한 체형을 보니 전날 밤 상황이 그럴만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했던 새벽 입질시간이 다가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예상치 못한 빗방울과 동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새벽 입질을 볼 수가 없었다.
다시 날이 밝아오면서 바람은 멈추었고 햇살이 수면을 비추기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오전낚시 입질에 집중하였다. 9시경 좌측 5.3칸 대 찌가 서서히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챔질을 위해 의자에서 내려와 낚싯대를 움켜잡고 치켜세웠다. 든든한 장대 낚싯대임에도 불구하고 붕어의 힘은 정말 장사였다. 이리저리 휘저으며 가까스로 뜰채에 담겨진 붕어는 역시나 4짜급 붕어였다.
새벽에 내린 비와 동풍의 영향이었을까 정오까지 입질에 집중해 보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이번 취재에 아쉬움도 있지만 두 마리의 4짜 붕어를 낚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철수를 준비했다.

▲지난 4월 19일, 5짜 붕어를 만나기 위해 찾은 전남 영암군의 학파1호지. 수초가 밀생한 주변으로 붕어의 입질이 들어왔다.

▲이틀 동안 낚시를 해서 올린 4짜 붕어 두 마리를 보여주고 있는 필자.

내비 입력 서호면 몽해리 9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