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 갈마곡지

산속 옹달샘

월척과의 밀월

황병구 영천 야사낚시 대표, 다이와 민물 필드스탭 

올해 봄은 주말마다 비가 내려 낚시인들을 힘들게 했다. 저수지마다 물색이 황토빛으로  바뀌었다. 일요일이 가장 한가로운 나로서는 날짜를 고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무작정 출조에 나섰다. 이곳저곳을 떠올리며 차를 몰았다. 산 속 소류지를 찾는 나로서는 큰 비에도 영향을 덜 받는 곳을 찾기로 했다. 경북 영천시 화산면 효곡리에 있는 갈마곡지(3천평)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물색이 엉망이다. 직감적으로 상류로 올라가보니 다행히 하류보다는 물색이 맑았고 그중 정수수초인 갈대군락이 눈에 들어왔다.

갈대밭은 밀집한 곳이 명당
내가 선택한 자리는 누군가 미리 갈대 제거작업을 해놓은 상태여서 편하게 대편성을 시작했다. 나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한 엄태진 씨는 좌안 상류에 대를 펴고 있었다. 이런 상류 갈대 포인트는 공략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바늘이 너무 크거나 채비가 강하면 밑걸림 시 낚싯대가 부러질 우려가 있으니 원줄은 다소 강하게, 바늘은 다소 작고 약한 걸 쓰는 게 좋다. 그렇다고 너무 약하게 쓰면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둘째, 채비를 캐스팅할 때 무리하게 갈대에 붙이기보다는 약간 앞쪽에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바닥도 깨끗하고 밑걸림도 덜하다.
셋째, 이런 포인트에서는 수심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본래 갈대가 서식하는 곳의 수심은 1.5m권이다 수심이 얕아도 물빛이 흐리면 입질은 찾아온다.
넷째, 군집갈대와 독립갈대를 적절하게 구분해 포인트를 정해야 한다. 홀로 떨어진 갈대는 피하는 게 좋다. 밀집한 갈대 쪽에 붕어가 많다.
다섯 째, 갈대밭 속에서는 밑바닥이 다소 깨끗한 곳에서 입질이 빠르고 그 중에서도 물색이 약간이라도 탁한 곳(수심이 얕기 때문에)이 좋은 포인트가 된다.
여섯 째, 입질이 들어왔을 때 급하게 챔질하면 설령 입걸림이 되었어도 바늘이 휘거나 목줄이 터질 수 있다. 충분히 예신을 기다렸다가 본신으로 이어질 때 챔질하는 게 좋고 일단 걸림이 확인되면 강제집행하는 게 좋다.
참고로 갈대는 마디마디로 연결이 되어 있어 그 마디에 바늘이 걸리게 되면 채비가 터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를 대비해 갈대 제거작업을 할 때는 갈대 밑동까지 잘라내는 게 좋다. 

참붕어를 물고 나온 37cm 월척
대편성을 마치고 삶은 보리밑밥을 뿌리고는 그 포인트에서 벗어나 동행한 엄태진 씨의 자리로 가보았다. 이곳처럼 평소 인적이 드문 저수지는 붕어의 경계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어두워질 때까지 자리를 비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먼저 온 엄태진 씨가 대편성 후 지렁이로 입질을 받아내고 있었다. 잔챙이 붕어들이었다.
날씨는 다소 쌀쌀함을 느낄 정도였다. 함께 저녁을 먹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케미를 꽂아 끼웠다. 난 전자케미가 아닌 젤케미를 사용한다. 수심이 얕은 만큼 아무래도 광량이 센 전자케미보다는 젤케미가 좋을 듯했다.
이윽고 어둠이 내리자 잔챙이 붕어의 성화는 줄어들었다. 미끼는 새우, 참붕어, 옥수수 등을 고루 사용했다. 참붕어를 미끼로 사용할 때는 반드시 기절시켜야 갈대를 감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밤 12시 즈음 정면의 2.4칸 대의 찌가 조용하고 부드럽게 3마디 정도 올라올 때 챘다. 묵직한 손맛과 물파장이 크게 일어나며 올라온 붕어는 37cm였다. 비슷한 시각에 엄태진 씨의 자리에서도 불빛이 반짝였는데 아침에 확인해보니 월척이었다. 그 후로 계속 입질은 이어져 6~8치급 붕어들이 주로 올라왔고 서서히 여명이 밝음과 동시에 밤낚시도 막을 내렸다.
조과를 종합해 보니 내가 최대어 37cm에 8~9치 붕어 5마리, 엄태진 씨는 턱걸이 월척과 7~8치급을 역시 5마리 정도 올렸다. 나는 참붕어로 월척을 낚았던 반면 엄태진 씨는 옥수수와 지렁이 등 다양한 미끼로 손맛을 봤다. 이곳 갈마곡지는 전형적인 산속 계곡지라서 산란이 늦다. 이날 우리가 낚은 월척 조과로 미루어볼 때 갈마곡지 붕어들의 산란이 이제야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갈마곡지는 아직까지는 소문이 덜 나 주변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혹시 기사를 보고 출조하는 낚시인이 있다면 반드시 뒷정리를 깔끔히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내비 주소 화산면 효정리 1092
문의 영천 야사낚시 010-3806-7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