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호 삼봉지

농번기 배수 걱정 없는

최고의 선택

김철규 호봉레저,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대호방조제 축조 당시 대호만의 지류인 가장 왼쪽 수로의 상류를 막아 두 개의 저수지로 만들었는데 해창지와 삼봉지가 주인공이다. 그중 삼봉지는 다시 V자 형태로 나뉘어 우측 제방엔 대호 본류의 당진포리권와 맞닿아 있고, 좌측 제방엔 초락도리권과 접해 있다. 이번에 출조한 곳은 당진포리권 연안으로 제방에서 가까운 우안 하류에 해당하는 곳이다.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기 전인 20여 년 전에는 토종붕어도 많았지만 떡붕어 자원이 더 많아 하룻밤 낚시에 살림망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그러나 외래어종 유입 후 어자원이 급속도로 줄어들어 터 센 대물터로 바뀌었다. 그러던 곳이 지난 2년 전부터 마릿수 붕어가 낚이기 시작했다.
삼봉지는 당진, 서산지역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이다. 배수가 되어도 인근 삽교호에서 지속적으로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는 언제나 만수위를 유지하는 게 큰 특징이다. 특히 5월 초가 돼 농번기 영향으로 배수가 시작되면 어느 저수지건 조황 부진에 허덕이게 되는데 그때 삼봉지를 찾으면 안정된 수위 속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삼봉지 수면. 멀리 보이는 제방 위쪽은 해창지이며 더 멀리는 대호 본류권이다.

▲필자가 자리한 우안 산 밑 포인트 구간.

옥수수에 올라온 38cm에 혹했으나…
4월 23일에 삼봉지를 찾았던 전기훈(쩐프로) 후배로부터 월척급부터 4짜까지 마릿수 붕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4월 26일 오전에 집을 나서 삼봉지 당진포리권에 도착했다. 마침 철수 중인 분들이 있어 조과를 물어보니 소문대로 월척급부터 허리급까지 그런대로 나온다고 한다. 포인트가 될 만한 몇 곳을 둘러본 후 부들이 듬성듬성 올라오고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포인트는 도로가 좁아 주차공간이 없다. 그래서 짐을 포인트 앞에 내려놓고 약 50m 떨어진 공간에 주차 후 자리로 돌아왔다.
좌대를 설치하고 텐트를 올린 후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좌측의 부들 앞은 3.4칸, 멀리 정면으로는 4.8칸 대를 펴야 부들 가까이에 찌를 세울 수 있었다. 그렇게 긴 대 위주로 모두 12대를 편성하였다. 대를 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렁이를 달아 놓은 낚싯대의 찌가 솟아올랐다. 입질 형태로 보아 블루길이었다.
그때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현지인이 옆에 대를 펴면서 “옥수수에 굵은 씨알이 낚이니 옥수수를 써보세요”라며 권했다. 그러더니 그 낚시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38cm의 대물 붕어를 한 수 낚아냈다. 나도 곧바로 옥수수로 미끼를 교체했지만 오전 동안 더 이상의 붕어는 낚이지 않았다.
오전 시간은 그렇게 지나가고 낮이 되자 멀리 4.6칸 대에 입질이 들어왔다. 오후 1시쯤에 온 첫 입질이었는데 아쉽게도 끌고 오던 중 물속에 끊어져 있던 낚싯줄에 붕어가 걸리면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렵게 걸었던 붕어를 맥없이 놓치고 나니 그 후로는 좀처럼 입질이 없었다.
이번에는 밤이 되어 케미를 교체하자마자 왼쪽 지렁이를 달아 놓은 찌가 빨려 들어갔다. 끌려 나온 녀석은 황금색의 큼지막한 동자개였다. 밤 11시가 조금 지나서야 첫 붕어가 나와 주었는데, 어분글루텐을 탐한 붕어는 26cm가 조금 넘는 8치급으로 체구가 너무 좋아 준척 이상은 되는 줄 알았다. 새벽녘에 또 9치 붕어가 나오는 등 밤낚시에 3수의 붕어가 나오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월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밤케미를 꽂고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은 주로 밤에 입질이 잦았다.

포인트에 따라 씨알, 마릿수 편차 커
오전 9시가 지날 즈음 드디어 31cm의 월척 붕어를 만날 수 있었다. 조과를 정리해보니 전날 필자를 찾아왔던 오관수(보름짱) 씨가 33cm급 2수의 월척을 낚았고 밤낚시를 하지 않고 집에서 자고 온 현지인 허호영 씨는 전날 낚은 38cm 외에는 조과가 없었다.
이날은 낮에는 입질이 없다던 전기훈 후배의 말과 다르게 한낮에도 가끔씩 붕어가 나와 주었다. 상류 펌프장 앞에 자리 잡은 홍순진 씨는 대를 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33cm 월척 붕어를 낚았고 42cm 떡붕어도 낚는 등 낮 시간에 잦은 입질을 받고 있었다.
낮에도 꾸준한 조과에 다시 기대를 하며 밤낚시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강풍이 정면에서 불어 밤낚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늦은 밤에 비까지 내리면서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비바람 덕분에(?) 텐트 속에서 긴 휴식을 취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니 바람이 잦아들었다. 다시 미끼를 달아 찌를 세운 후 아침 낚시를 시작해 보았다. 그러나 동이 트기 전부터 심심치 않게 올라온 붕어는 좀처럼 월척을 넘지 못했고 대부분 28~29cm의 준척급에 머물러 아쉬움을 주었다. 결국 오전에 32cm를 한 마리 낚았을 뿐 허리급 이상은 만날 수 없었다.
필자의 부진과 달리 다른 일행들의 조과는 매우 양호했다. 상류권에 자리한 홍순진 씨는 떡붕어 42cm와 34cm 월척 등 월척 이상으로만 모두 8수를 낚았다. 강학성 씨가 4수 그리고 필자가 12수의 붕어를 낚았지만 월척 붕어는 몇 수 되지 않아 대조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니 포인트에 따라 나오는 씨알이 다른 듯했고 마릿수 조과도 차이가 있는 듯했다. 낚은 붕어는 사진 촬영을 마치고 방생했다.
참고로 삼봉지는 포인트에 비해 주차공간이 많이 부족한 곳이다. 농번기가 시작되며 농업용 차량과 기계가 수시로 다니는 만큼 농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농로를 막거나 통행을 어렵게 하는 일은 없도록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 앞서 언급한대로 삼봉지는 농번기에도 수위 변화가 적은 곳이다. 따라서 모내기가 시작되고 출조지가 만만치 않을 때가 한 번쯤 찾아가볼 만할 것이다.
내비 주소 고대면 당진포리 2314

▲삼봉지에서 올린 월척을 자랑하는 필자.

▲전기훈 씨의 월척 조과.

▲부들이 자라 올라오는 자리에 포인트를 잡았다.

▲홍순진 씨는 4짜 떡붕어를 올렸다.

▲전보윤 씨의 월척 자랑.

▲다대편성한 필자가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