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 청월낚시터
손맛, 눈맛, 입맛까지
여기가 진정한 일조삼락 낚시터
김병조 ㈜천류 민물스탭, 유료터닷컴 고문, 유튜브 춤추는찌불의 일조삼락
▲고삼지와 접해 있는 청월낚시터를 드론으로 촬영했다. 작고 아담하지만 손맛과 입맛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알찬 낚시터다.
일요일 아침 고속도로 상행선이 막힐 것에 대비해서 아침 일찍 대전을 출발해 나서니 서서히 동이 터온다. 뻥 뚫린 고속도로처럼 늘 그렇듯이 낚시터로 향하는 마음이 상쾌하다. 1시간 20분을 달려 경기 안성 청월낚시터에 도착하니 고요한 아침 풍경에 나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청월낚시터는 고삼면 월향리에 있는 소류지를 낚시터로 만든 것이다. 고삼지 제방에 올라설 경우 좌안 첫 번째 골에 붙어 있다. 낚시터 주변으로 울타리를 친 것처럼 나무가 울창하고 다양한 꽃들이 만개하여 마치 예쁜 정원에 연못이 있는 풍경 같다. 이런 잔잔한 아침 풍경을 보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라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는 바로 사진을 확인하니 카메라에 담긴 풍경이 꽤 만족스럽다.
청월낚시터는 1200평의 아담한 크기의 낚시터로, 손맛터로 운영이 되다가 작년 11월, 지금의 김용우 대표가 인수해 시설을 보강하면서 잡이터로 바뀌었다. 고삼호수로 불리는 고삼지와 붙어 있는 아주 특별한 낚시터이다.
입어료는 3만원으로 2인과 3~4인이 낚시할 수 있는 방갈로가 16동이 있다. 방갈로에 난방은 되지 않고 원하면 전기장판은 대여가 가능하다. 방갈로 사용 시 1만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방갈로 맞은편에는 새로 신축한 연안 잔교가 있는데 낚시 좌석은 28석이다. 잔교 양쪽 끝에만 방이 있으며 이용료는 3인 기준 입어료 포함 14만원이다. 방에는 TV, 에어컨 시설이 있으며 전기 패널 보일러로 난방을 한다. 방갈로에서는 취사를 금하며 관리실 앞에 따로 취사장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
낚시터에는 토종붕어, 중국붕어, 떡붕어, 향붕어, 잉어, 동자개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평균 수심은 2.5m로 고른 편이다. 김용우 대표에게 조황을 물으니 ‘요즘 꾸준하게 붕어가 나오는데 특히 새벽 5시부터 아침 10시까지가 가장 입질이 활발한 시간대’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전날 밤낚시를 한 낚시인들이 철수를 하지 않고 아침 낚시에 열중이었고 이곳저곳에서 랜딩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오늘 필자가 낚시하고자 하는 고목나무 옆 방갈로에도 낚시인들이 늦게까지 낚시를 해 1시간가량을 기다린 후에야 입실할 수 있었다.
조황만큼 소문난 낚시터 식당
2.8칸 대 두 대를 편성하는 중에 이날 동출하기로 한 이상민 씨가 도착했다. 이상민 씨는 용인에서 ‘찌멋대로’라는 수제찌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본래는 여행사 대리점을 운영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행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취미로 시작했던 수제찌 제작이 지금은 업이 되었다고 한다.
낮에는 집어나 하자는 생각으로 집어제를 열심히 투척하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건너편 방갈로에서 낚시 중인 젊은 조사가 랜딩을 하여 뜰채에 붕어를 담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씨알이 괜찮아 보였다.
이상민 씨도 붕어를 낚았는데 역시나 체고가 높은 향붕어다. 곧 나에게도 입질이 왔다. 반마디도 올리지 않고 이내 멈춘다. 그리고는 정적이 흐른 후 찌를 점잖게 올리는 것을 보고 챔질했으나 헛챔질이다. 향붕어 특유의 간사한 입질이었다. 결국 반 마디 올릴 때 챔질을 하여 첫 붕어를 낚아냈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낚시터에서 운영하는 청월식당으로 향했다. 청월낚시터는 초행이라 출조 전에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였더니 조황보다 더 눈에 띄는 게 낚시터 음식 얘기였다. 얼마나 음식 맛이 좋기에 그런가 하고 궁금했는데 반찬을 보고는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닭볶음탕과 함께 나온 반찬이 제대로 한 상 차려진 진수성찬이다.
청월낚시터 김용우 대표의 부인이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데 전남 순천에서 숙이네식당이라는 간판으로 식당 영업만 20년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에 순천 맛집을 검색하면 바로 검색될 정도로 음식 맛이 좋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식당에서 만난 낚시인 이성재 씨는 “청월낚시터는 중급자가 고급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실전을 익히기에 좋은 낚시터예요. 왜냐하면 붕어의 입질 형태가 아주 다양하게 나타나기에 붕어 입질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습니다. 그 입질을 읽어 낼 수 있으면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거죠”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낮에 입질 파악이 쉽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청월낚시터는 온갖 꽃과 나무들로 둘러싸여 풍경이 아름답다.
▲청월낚시터 인근 고삼지 좌대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작년 11월에 신축한 연안 잔교.
▲안성에서 출조한 이동우 씨가 허리급 떡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동이 터오면서 시작된 폭발적인 입질
밤이 되어서도 사악한 입질은 계속되었다. 어떤 때는 깜박이는 입질에 챔질을 하여야 입걸림이 되었고 때로는 쭉 밀어 올리는 입질에도 입걸림이 되지 않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그런 입질에 약간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래도 간간히 나와 주는 붕어를 위안삼고는 아침의 활발한 입질을 기대하며 새벽 1시쯤 잠을 청했다.
새벽 5시에 맞춘 알람 소리에 잠이 깨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아침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서는 다시 집어를 시작했다.
먼동이 터 오면서 드디어 아침 입질이 시작되었다. 지난밤에 보였던 까칠한 입질 표현은 나타나지 않고 대부분 몸통까지 밀어 올려주는 시원한 입질이 계속되었다. 어린 붕어부터 월척 붕어까지, 다양한 크기와 다양한 종류의 붕어를 낚는 재미에 아침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붕어를 아침에 낚았다.
일기예보처럼 9시가 넘어서면서 수면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계속하면 더 많은 붕어를 낚을 수는 있겠지만 빗줄기가 굵어지기에 미련을 접고 낚싯대를 거둬들였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청월낚시터에서 짜릿한 손맛과 다양한 입질을 보여준 찌맛, 그리고 순천의 입맛까지 일조삼락을 제대로 즐긴 것 같아서 이번 낚시여행은 만족스럽다. 세 가지 즐거움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낚시터를 알게 된 흐뭇한 마음을 간직한 채 청월낚시터를 떠났다.
문의 010-4663-6559, 안성시 월향리 402-2
▲필자가 청월낚시터에서 올린 하룻밤 조과.
▲향붕어와 떡붕어 등으로 고른 손맛을 봤다.
▲청월식당의 깔끔한 내부.
▲순천에서 25년간 식당을 경영해온 안주인의 노하우가 묻어나는 닭볶음탕과 반찬들.
▲오산에서 온 최인묵(왼쪽) 씨가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붕어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어릴 적부터 동행출조를 한 터라 아들도 낚시를 꽤 잘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