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토종붕어 글루텐 집어낚시
용인 송전지 현장기
글루텐중독 붕어에겐
집어제도 글루텐!
이영규 기자
지난 4월 23일, 글루텐 떡밥낚시의 달인 성제현 씨와 함께 용인 송전지로 떠났다. 이번 촬영 테마는 토종붕어 글루텐 집어낚시다. 토종붕어 집어낚시는 붕어 낚시인들이 오랜 세월 습관처럼 익혀온 과정이지만 토종붕어의 생태와 낚시터 환경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 그에 맞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성제현 씨와의 동행출조를 통해 그 해결책을 살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좌대 위주로 낚시가 이루어지는 용인 송전지는 안성 고삼지와 더불어 수도권의 대표적인 토종붕어 대물터다. 산란기 무렵부터 배수기 이전까지가 4짜에 육박하는 대물붕어를 만날 수 있는 찬스다. 그리고 이맘때 가장 잘 먹히는 미끼는 글루텐인데 오래전부터 떡밥 미끼를 많이 써온 낚시터답게 유독 ‘떡밥빨’이 잘 먹히는 곳이다. 그래서 이날 취재의 테마 역시 글루텐떡밥을 이용한 집어낚시로 정했다.
토종붕어는 불러들이기보다 오래 묶어놓는 목적이 커
익히 알려진 대로 성제현 씨는 글루텐 떡밥낚시의 달인이다. 그의 집어낚시 노하우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데다가 실전성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다. 오늘 그가 준비한 미끼용 떡밥과 집어제 구성만 봐도 노련한 실전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오늘 그가 준비한 자연지 떡밥 레시피는 몇 년 전 쓰던 구성과는 전혀 달랐다. 이전에 많이 보던 보릿가루, 신장떡밥 등의 곡물떡밥들이 보이지 않았다. 토종붕어 집어에는 순수 곡물떡밥이 유리한 게 아닌가? 나의 의문에 성제현 씨가 답했다.
“토종붕어는 우직하고 입맛도 한결 같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시로 입맛이 변하는 변덕쟁이입니다. 과거에는 곡물떡밥이 잘 먹혔지만 글루텐 위주로 낚시하다보니 녀석들의 입맛에도 변화가 온 것이죠. 특히 송전지처럼 최근 들어 글루텐떡밥을 많이 써온 곳은 집어제 역시 글루텐 계열로 써주는 게 유리합니다.”
오후 12시경 송전지 상류권 장서리에 있는 오산집 좌대에 오른 우리는 서둘러 대편성을 마친 뒤 집어제 만들기에 들어갔다.
오늘 성제현 씨가 준비한 집어용 떡밥은 세 가지. 경원F&B의 딸기글루텐, 토코의 어분 글루텐, 경원F&B의 농축포테이토였다. 빨간색 딸기글루텐은 시각적 유인 효과, 어분글루텐은 냄새를 통한 집어 효과, 농축포테이토는 확산성에 중점을 둔 조합이다.
딸기글루텐, 어분글루텐은 각각 100cc, 농축 포테이토는 200cc를 섞어 총 400cc의 집어제를 준비했다. 유료터에서 낚시할 때보다 100cc가량 많은 양이다. 이유를 묻자 토종붕어는 양식붕어보다 집어력이 크게 뒤지기 때문에 더 잦은 밑밥질이 필수라고 한다.
그렇다면 토종붕어용 집어제는 얼마나 먼 곳에 떨어진 붕어까지 불러 모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성제현 씨가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성제현 씨의 설명이다.
“양어장의 양식 붕어는 떡밥이 떨어지는 소리만 듣고도 몰려오지만 토종붕어는 그럴 확률이 아주 낮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명칭은 집어제라고 부르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토종 붕어용 집어제는 포인트로 몰려온 붕어를 가능한 오래 모아놓는 역할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죠. 만약 토종붕어를 집어제로 불러 모을 수만 있다면 지금처럼 힘들여 다대편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쌍포로 집어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이니까요.”
성제현 씨는 10대의 낚싯대를 편성해도 정작 입질이 오는 낚싯대는 몇 대로 한정되는 것이 토종붕어가 잘 집어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바늘에 빠르게 달기 쉽도록 미리 환 형태로 만들어 놓은 미끼(왼쪽)와 집어제.
10대를 펴도 집어낚시는 4~5대로 한정해야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낚시해야 가장 효율적일까. 낚싯대가 10대나 되는데 모든 낚싯대에 10번씩 밑밥질을 해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두 번째 고민에 성제현 씨는 모든 낚싯대에 집중하기보다는 입질이 자주 왔거나 올 것 같은 낚싯대에만 집어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조했다.
“요즘처럼 10대 가까이 편성하는 상황에서 모든 낚싯대에 충실히 집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칫 집어에 몰두하다 다른 낚싯대에 들어온 입질을 놓칠 수 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요. 그래서 나는 10대를 편성해도 집어용으로는 몇 대만 운용합니다. 보시다시피 갈대숲 안쪽에 깊숙이 밀어 넣었거나 갈대 너머로 던진 채비에는 별도로 집어하지 않습니다. 그냥 시간이 되면 떡밥을 갈아줄 뿐이죠. 집어는 집어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낚싯대에만 한정하는 게 좋습니다.”
성제현 씨가 말한 충분히 집어할 수 있는 여건이란 이런 경우다. 첫째 장애물이 없는 열린 공간, 둘째 바닥이 깔끔한 맨바닥 포인트다. 장애물 지대의 경우 눈으로 보기에는 좋지만 막상 채비를 던지면 걸림이 생기는 경우가 잦다. 이런 곳은 채비를 더 자주 던져야 돼 피곤하고 자꾸 텀벙거리면 붕어에게 경계심만 유발할 수 있어 한 번 던진 후 장시간 기다리는 낚시를 하는 게 낫다.
바닥이 거칠고 삭은 수초가 많이 가라앉아있는 곳도 배제한다. 특히 수초 줄기가 삭아 가라앉은 곳은 집어제가 수초 사이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집어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게 성제현 씨의 설명이다.
▲낚시 시작과 동시에 32cm 월척을 올린 성제현 씨.
▲성제현 씨의 미끼용 글루텐 레시피. 경원F&B의 아쿠아 옥수수글루텐6, 토코의 어분글루텐, 체리피시 한강의 딸기글루텐5를 1대1대1 비율로 배합했다.
▲집어용 글루텐 레시피. 경원F&B의 딸기글루텐, 토코의 어분글루텐, 경원F&B의 농축포테이토를 1대1대2 비율로 사용했다. 포테이토 비중을 높인 것은 확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다.
▲다대편성한 낚싯대. 이 중 입질 확률이 높은 4~5대만 집어낚시용으로 활용했다.
▲반죽한 집어제(왼쪽)와 미끼떡밥을 보여주는 성제현 씨.
총 5마리 월척 중 성제현 씨가 4마리 독식
성제현 씨는 연안을 바라보는 갈대밭 포인트, 이날 취재에 동행한 낚시사랑 윤창석(나그네) 회원은 정면의 버드나무 포인트, 나는 초입의 갈대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가장 먼저 입질을 받아낸 것은 성제현 씨였다. 첫 입질에 32cm 정도 되는 월척이 올라왔다. 녀석은 미끼용 떡밥이 아닌 집어제를 먹고 올라왔다. 자연지 토종붕어낚시에서는 이런 경우가 자주 나타나는데, 앞서 얘기한 것처럼 평소 글루텐떡밥에 붕어들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1시간 뒤에는 윤창석 씨가 37cm를 올렸다. 윤창석 씨는 별도의 집어제 없이 딸기글루텐과 바닐라글루텐을 각각 단 콩알낚시로 붕어를 노렸다. 나는 마루큐사의 ‘페레글루’라는 제품을 단품으로 썼는데 이 제품은 어분이 들어간 글루텐떡밥으로 토종붕어낚시에서도 뛰어난 조과가 입증된 제품이다.
세 번째 입질은 밤 8시 30분쯤 들어왔고 이번에도 성제현 씨가 입질을 받아냈다. 허리급이랄 수 있는 36cm짜리. 이번에는 정확히 미끼떡밥을 물고 나왔다. 이후로는 밤새 입질을 볼 수 없었다. 보름달이 훤하게 뜬 데다가 하루 5cm씩 물이 빠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잠시 좌대에서 눈을 붙인 우리는 아침 5시경 일어나 낚시를 시작했다. 오전 8시경에 두 번의 입질이 들어왔다. 두 번 모두 성제현 씨가 입질을 받아냈으나 밤낚시보다는 씨알이 약간 잔 32cm와 33cm였다.
철수 배를 타고 나가는 도중에 좌대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취재일은 대부분 좌대가 몰황이었다고 한다. 오산집 좌대만 놓고 볼 때 10동이 넘는 좌대 중 고기가 나온 좌대는 우리 포함 2동뿐이었고 개인 마릿수 조과로는 4마리의 월척을 낚은 성제현 씨의 조과가 가장 탁월했다. 비록 여러 악조건으로 마릿수 조과는 부진(?)했지만 글루텐 집어낚시의 위력을 실감한 취재길이었다.
▲집어제와 미끼를 각각 단 윤창석 씨의 두바늘 채비.
▲갈대 포인트에 자리를 잡은 성제현 씨가 찌를 주시하고 있다.
▲취재일 낚인 4마리의 월척과 잉어.
▲37cm 월척을 올린 윤창석 씨.
성제현 씨의 미끼용 글루텐떡밥 배합
취재일 성제현 씨는 미끼용 떡밥으로 경원F&D의 옥수수 글루텐6, 토코의 어분글루텐, 체피피시 한강의 딸기글루텐을 각각 한 포(100cc)씩 섞어 총 300cc를 준비했다. 물은 175cc를 섞어 약간 되게 떡밥을 갰다. 미끼 역시 최근의 붕어낚시 패턴에 맞춰 레시피를 짰는데 옥수수글루텐6는 최근 많이 사용하는 옥수수 미끼에 길들여진 붕어 입맛에 맞춘 선택이었고 어분글루텐은 강한 점착력과 냄새를 통한 집어력 강화가 목적이었다. 한강 딸기글루텐은 시각적 유인효과를 위한 선택이었다. 다만 낚시터 현지의 토질이나 물색에 따라 딸기(붉은색 계열)와 바닐라(흰색 계열) 중 잘 먹히는 색상이 따로 있는데 그런 곳에서는 미리 현지 낚시인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색상을 선택하고 있다.
어분 성분의 이해
글루텐떡밥의 실제 어분함유율은
매우 낮아 잡어로 인한 악영향 크지 않다
미끼와 집어제에 함유된 어분 성분이 잡어를 끌어들인다는 얘기가 있지만 실제로 그 영향은 미미하다. 일단 어분글루텐은 자연지용 집어제 배합시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며, 어분글루텐 자체에서도 비율이 50% 미만이기 때문이다. 순수 어분을 거의 그대로 쓰는 유료터용 미끼와 집어제와는 배합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자연지에서는 잡어 영향이 적다는 게 성제현 씨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