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토종붕어 글루텐 집어낚시

변화상

글루텐은 오로지 미끼용이란 얘기는 이제 옛말

순수 글루텐떡밥만 쓸 때는 ‘한 번 던져 놓으면 다음날까지도 형체를 유지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집어가 필요 없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성질의 글루텐떡밥이 등장해 집어효과를 높여주고 있다.

붕어낚시에 있어 집어란 ‘반복된 채비 투척으로 포인트 부근에 떡밥을 쌓이게 만들어 붕어를 모으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낚시 시작과 동시에 부지런히 떡밥을 던져 넣고 헛챔질 하는 과정을 반복해 집어했다. 보통은 낚싯대 한 대 당 열 번 정도는 헛챔질해야 만족하고 낚시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낚시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과거처럼 낚싯대를 1~2대만 펴거나 많아도 3대까지만 펼 때는 가능했지만 지금처럼 10대 가까이 다대편성하는 상황에선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낚싯대 1대당 10번씩만 헛챔질해도 100번. 아마도 본격적인 낚시에 돌입하기 전에 팔이 아파서라도 못할 것이다.

배스 확산 이후 집어낚시 퇴보
그런데 요즘 떡밥낚시는 그런 ‘노가다’ 수준의 집어 과정이 필요성이 약해졌다. 배스의 확산으로 일단 붕어 자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집어낚시로 불러 모으기보다는 낚싯대를 최대한 많이 펴(다대편성) 요소요소에 덫을 놓는, 일종의 확률낚시가 일반화돼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낚시인들은 집어라 해도 고작 서너 번 던져 넣는 게 보통이며 아예 한 번 던진 후 입질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경우도 흔해졌다(심지어 요즘은 퐁당! 퐁당! 물소리를 내며 밑밥질하는 과정이 붕어의 경계심을 자극한다며 싫어하는 낚시인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집어낚시 불용론’이 최근 1~2년 사이에 흔들리는 분위기다. 그 요인은 미끼 즉 떡밥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순수 글루텐떡밥만 쓸 때는 ‘한 번 던져 놓으면 다음날까지도 형체를 유지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집어가 필요 없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성질의 글루텐떡밥이 등장해 집어효과를 높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떡밥이 어분을 함유한 어분글루텐이다. 주로 생선을 가공해 만든 어분은 동물성 특유의 냄새와 성분으로 고기를 유인하는 데 효과가 크다. 보통은 양식 어류의 먹이로 쓰이지만 낚시 미끼로도 효과적이다.
과거에 어분은 주로 향어와 잉어를 낚을 때 사용한 이유로 자연지에서는 쓰임새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지에서 어분을 쓰면 ‘잡고기가 몰려들어 낚시가 어려워진다, 잉어가 달려들어 채비를 터트린다’는 식의 말이 퍼져 토종붕어낚시에서는 금기시되다시피 했다.

글루텐에 가렸던 어분떡밥의 위력
어분에 잡고기가 들끓어 낚시가 어렵다는 것은 오해다. 어분은 토종붕어도 매우 좋아하며 어분을 쓰면 잡고기가 달려든다는 ‘잡고기설’은 아마도 유료터를 자주 다니던 낚시인들로부터 나온 얘기로 추정된다.
나는 오래전부터 자연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어분떡밥으로 낚시했지만 어분을 썼다고 잡고기 성화로 고생한 기억은 전혀 없다. 기사를 쓰고 있는 나는 대학생 때인 1990년대 초부터 어분을 사용해 붕어낚시를 즐겨왔고 콩떡밥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을 실감했다.
당시 내가 어분을 토종붕어낚시에 사용한 이유는 어분의 효과를 본능적으로 깨달아서가 아니라, 단순히 반죽하면 콩떡밥보다 쫀득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떡밥은 자주 주물러 쫀득하게 만들면 좋다’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확실히 고운 어분가루를 콩떡밥에 섞어 쓰면 찰기가 훨씬 좋아졌다.
처음에는 혹시나 어분이 토종붕어 입질에 악영향을 미칠까 싶어 어분 20, 콩떡밥 80 비율로 섞어 썼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로 어분 비율을 더욱 높였고 결국엔 90 대 10 비율로 어분 비율을 높여 사용했다.
어분떡밥은 저수지 뿐 아니라 댐낚시터에서도 위력을 보였다. 1994년 무렵 충주호 연론리 좌대에서 고운 어분떡밥만으로 낚시를 했는데 그날 좌대에 오른 세 명의 낚시인 중 나만 밤새 6번 입질을 받아 4마리의 월척을 뽑아냈다. 함께 낚시한 어른들은 당시 충주댐 붕어낚시의 ‘스탠더드 떡밥’인 깻묵가루와 신장떡밥 위주로 낚시했었다.
그후 90년대 중반 들어 떡붕어낚시용으로 개발된 글루텐떡밥이 토종붕어낚시에 위력을 발휘하면서 나 역시 더 이상 어분에는 손을 대지 않게 됐다. 솜털처럼 부드럽고 붕어가 먹기 좋으며, 바늘 고착력이 뛰어난 글루텐 떡밥의 장점이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이다.

▲주로 미끼용으로만 쓰이던 글루텐떡밥이 집어제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어분 성분이 함유된 마루큐사의 집어, 미끼 겸용 떡밥인 싱카(왼쪽)와 페레글루.

▲바늘에 집어용 글루텐과 미끼용 글루텐을 함께 단 상태. 글루텐에 길들여진 붕어들은 집어제에도 잦은 입질을 보이므로 사진처럼 미끼보다 약간만 크게 다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