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부사호

보 공사로 물길 막힌

소황교 하류에서
4짜 대란

이영규 기자

▲박현철 씨가 4월 22일 아침에 37cm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맑은 물빛에 대비해 4칸 이상의 긴 대로 규모 큰 갈대군락 주변을 노린 게 주효했다.

올해 부사호 붕어낚시의 가장 큰 이슈는 소황교 밑의 보 공사다. 부사호 염해 피해를 막기 위해 시작된 이 공사는 2016년 무렵부터 준비돼 왔는데 올해 4월경에는 모래주머니를 쌓아 상류와 하류를 막으면서 물길이 막힌 상태다. 부사호 내 염도가 높아진 이유는 노후화된 부사방조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10여 년 전부터 농사에 염해 피해가 발생하자 소황교 밑에 보를 막아 상류와 하류 물을 격리해 상류 물만 농사용으로 쓴다는 계획. 현재는 배스낚시인들이 모래주머니 보 위로 올라가 낚시할 정도로 공사가 진행됐다. 보로 인해 부사호 물길이 막힘에 따라 올 한해 부사호 붕어낚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부사호에서 가까운 홍원항 인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즐기는 촬영팀.

▲보 공사가 한창인 소황교 하류. 모래주머니를 쌓아 물길을 막았다.

오전에 연안낚시에 올라온 4짜만 4마리
지난 4월 21일. 비바붕어 운영자 박현철 씨와 함께 부사호 보트낚시에 나섰다. 올해는 봄부터 주말마다 궂은 날씨가 지속돼 부진한 조황의 연속이었는데 전날 밤까지 김제 능제와 부사호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부사호로 결정했다. 박현철 씨는 “두 곳 다 예년 이맘때 4짜 붕어가 잘 낚이는 곳들이다. 그런데 궂은 날씨 탓인지 딱히 잘 낚인다는 곳이 없다. 일단 거리가 가까운 부사호부터 탐색해본 뒤 다음 후보지를 정해보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취재일 즈음에는 대호 조황이 가장 무난했지만 이미 소문이 난 터라 기사거리로는 썩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다행히 그 와중에 들려온 희소식이 하나 있었는데 소황교 하류로 연안낚시를 들어간 신혁진(신의 한수 밴드 운영자) 씨와 군계일학 회원 고승원 씨로부터 전날 낮에 허리급 월척을 1마리 낚았다는 소식이 우리의 구미를 당겼다. 오전에는 소황교 상류에 앉았다가 너무 잔챙이만 입질해 소황교 하류로 이동한 상태였다. 아무튼 취재하는 내 입장에선 연안낚시와 보트낚시 조황을 모두 체크해볼 수 있어 반가운 소식이었다.
아침에 부사호로 내려가는 도중에 또 한 번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신혁진 씨가 42cm와 39cm, 고승원 씨가 43cm와 42cm를 올린 것이다. 두 사람이 자리한 곳은 소황교 하류에서 약 500m 지점으로 제방에서 봤을 때 우측 연안이다.
이곳은 연안 가까운 수면에 대형 불법좌대가 여러 개 설치된 곳일 정도로 포인트 여건은 부사호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마치 갈수기 때 물속에 들어가 일부러 갈대를 심어 놓은 것처럼 곳곳에 그림 같은 갈대 군락이 형성돼 있었다.
그래서 피크 시즌에는 여간해선 자리 차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다행히(?) 취재 기간에는 조황이 부진해 그 넓은 구간에 낚시인은 5명도 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 4짜와 허리급 월척으로 큰 손맛을 본 두 사람은 1박 더 낚시하기로 했고 박현철 씨와 나는 보트를 타고 부사호 붕어를 노려보기로 했다.

▲신의 한수 밴드 운영자이자 옥올림낚시 고수로 알려진 신혁진 씨가 취재일 올린 47cm와 45.5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고승원 씨가 4칸 이상의 장대로 먼 거리의 갈대 포인트를 노리고 있다.

▲부사호 중간 지점의 정자 부근에서 보트를 내렸다.

▲붕어가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갈대군락 뒤편에 보트를 대고 대편성한 박현철 씨.

▲취재 둘째 날 아침에 37cm와 34cm 월척을 올린 박현철 씨.

1m 물속 훤히 들여다보여도 4짜 속출
박현철 씨와 나는 보트를 띄우기 위해 하류 제방권으로 이동했다. 소황교 상류 2km 지점에도 보트를 띄울만한 곳이 있지만 보 공사로 물길이 막히는 바람에 하류로 이동할 수 없어 제방에서 보트를 띄워 상류로 올라오기로 했다. 그런데 과거에 배를 띄우던 수문 부근 ‘배터’ 진입로가 자물쇠로 막혀있어 난감했다. 결국 제방 중간의 정자 부근에서 보트를 띄워 상류로 이동해야만 했다.
오후 4시 무렵 신혁진 씨 일행이 있는 곳까지 올라간 우리는 왜 부사호에 낚시인이 보이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제방에서 만난 한 장박낚시인으로부터 “벌써 며칠 째 물빛이 수정처럼 맑아 낚시가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보트에서 내려다보니 1m 물속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포인트를 잡고 옥수수를 물속에 뿌리자 바닥에 닿은 옥수수가 몇 알인지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어디까지 보이나 궁금해 점점 투척거리를 늘려봤는데 최종적으로 5m 거리 물속에 떨어진 옥수수까지 보일 정도였으니 상황을 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날 보트 밤낚시는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반면 연안에서는 또 다시 4짜가 올라와 대조를 보였다. 밤 8시경 신혁진 씨가 47cm와 45.5cm를 추가로 올렸고 고승원 씨는 다음날 아침에 40cm 1마리를 걸어냈다. 고승원 씨는 “포인트 양 옆 농수로 수문을 통해 탁한 새물이 유입되는데 그 물 덕분에 물빛이 일시적으로 탁해진 것이 좋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트낚시로는 박현철 씨가 아침 8시경 37cm, 33cm를 연타로 뽑아냈다. 맑은 물빛에 전투력을 상실한 나는 일찌감치 대를 걷고 잠이 들었던 반면 박현철 씨는 밤새 부사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물색 탁한 곳을 찾아다녔고 기어이 아침에 손맛을 본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사실 이날 낚시 여건은 보트낚시보다는 연안낚시가 훨씬 유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연안낚시는 붕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이 대부분 단절되지만 물 위에 떠있는 보트낚시는 미세한 일거수일투족이 붕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물론 연안에서 낚시한 신혁진 씨와 고승원 씨는 모두 4칸부터 6칸 이상의 장대를 이용한 ‘원격낚시’로 맑은 물빛과 붕어의 경계심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기량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멋진 갈대 포인트가 형성돼 있는 소황교 우안. 소황교에서 약 500m 하류 지점이다. 뒤로 보이는 구조물은 물 위에 지어 놓은 불법좌대들이다.

▲박현철 씨가 34cm 월척을 끌어내는 모습.

▲보트에서 바라본 포인트. 듬성한 갈대 사이보다 규모 큰 군락 주변에서 입질이 왔다.

부사호 붕어들 소황교 주변으로 몰릴지도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배수기의 부사호 조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박현철 씨는 “소황교 일대는 매년 4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대물 붕어낚시가 피크를 맞는다. 산란기가 끝남과 동시에 밤낚시도 잘 되는 곳이다. 그런데 올해는 의외의 맑은 물빛과 궂은 날씨 탓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말했다. 아울러 소황교 밑 보 공사로 물길이 막히면서 봄에 상류로 올라갔던 붕어들이 하류로 내려오지 못하는 점, 반대로 하류에 있던 붕어도 소상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올해 부사호 붕어낚시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길목이 막힌 정치망 주변이 붕어낚시의 특급 포인트인 것처럼 부사호 붕어들이 보로 막힌 소황교 인근으로 대거 몰릴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어쩌면 취재일에 우리가 거둔 뜻밖의 조과도 그 연장선의 결과일지도 모를 일이다.

▲둘째 날 오전에 4짜붕어를 추가로 올린 고승원 씨.

▲고승원 씨가 신혁진 씨와 함께 연안에서 올린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들고 있는 붕어 포함 1마리만 빼고 모두 4짜다.

박현철의 현장 레슨

물 맑을수록 대형 수초군락 주변을 노려라

박현철 씨는 보트낚시 전문가답게 포인트 선정 능력도 탁월했다. 이번 취재 기간 동안 나는 듬성듬성 나 있는 갈대 무더기 사이사이에 찌를 세웠는데 누가 봐도 한눈에 반할 정도로 멋진 대편성이었다. 반면 박현철 씨는 ‘그림 좋은’ 듬성한 갈대 사이보다는 규모가 큰 갈대군락 앞을 집중적으로 노려 악조건 속에서도 붕어를 낚아냈다. 박현철 씨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처럼 물이 맑으면 붕어의 활성이 극도로 낮아져 활발하게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노린 밀집한 대형 수초군락 같은 곳에 은신해 있다가 잠깐 동안 먹이 활동하고 바로 은신처로 돌아가는 것이죠. 제가 아침에 낚은 37센티미터와 33센티미터 모두 밀집한 대형 갈대군락의 벽 앞에서 입질했습니다. 듬성한 갈대 사이에서는 전혀 입질이 없었습니다. 맑은 물빛을 감안해 4.5칸 이상의 장대로 먼 거리를 공략한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현철 씨는 보트낚시 전문가답게 포인트 선정 능력도 탁월했다. 이번 취재 기간 동안 나는 듬성듬성 나 있는 갈대 무더기 사이사이에 찌를 세웠는데 누가 봐도 한눈에 반할 정도로 멋진 대편성이었다. 반면 박현철 씨는 ‘그림 좋은’ 듬성한 갈대 사이보다는 규모가 큰 갈대군락 앞을 집중적으로 노려 악조건 속에서도 붕어를 낚아냈다. 박현철 씨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처럼 물이 맑으면 붕어의 활성이 극도로 낮아져 활발하게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노린 밀집한 대형 수초군락 같은 곳에 은신해 있다가 잠깐 동안 먹이 활동하고 바로 은신처로 돌아가는 것이죠. 제가 아침에 낚은 37센티미터와 33센티미터 모두 밀집한 대형 갈대군락의 벽 앞에서 입질했습니다. 듬성한 갈대 사이에서는 전혀 입질이 없었습니다. 맑은 물빛을 감안해 4.5칸 이상의 장대로 먼 거리를 공략한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