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정은·안지연 작가

“지자체 행정예고 후 반대의견 제출이 가장 중요”

1년 전만 해도 낚시계에서 서정은, 안지연 씨는 낚시를 좋아하는 유명 만화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만화가보다 지자체의 낚시금지에 반대하고 철회운동을 주도하는 낚시인으로 더 유명하다. 서정은, 안지연 작가는 코믹 메이플스토리, 수학도둑 등 아동만화 베스트셀러 작가다. 지금까지 출간한 700여 권의 책 판매량을 합하면 4천만부를 훌쩍 넘는다. 두 사람은 같은 화실에서 20년 가까이 만화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코믹 메이플스토리 그린 베스트셀러 만화가
낚시동호인 만화가 두 사람이 낚시금지철회운동 전면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장성군이 장성호 낚시금지 행정예고를 내렸을 때다. 화실이 있는 경기 안산에서 전남 장성으로 내려간 두 사람은 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를 계기로 군 내 여론이 반대 쪽으로 돌아섰고 장성군은 장성호 낚시금지 행정유예 결정을 내렸다.
올봄 낚시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평택호 낚시금지 역시 두 사람이 철회운동을 주도했다. 역시 1인 시위에 나섰고 이를 통해 평택시장이 참석하는 면담회가 마련되었으며 그 자리에 모인 낚시인과 낚시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평택호낚시금지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서정은, 안지연 씨는 지난 4월 4일 페이스북에 ‘전국 낚시금지 철회를 위한 낚시사랑’ 그룹을 만들고 지자체의 하천 낚시금지 지정 움직임과 관련해 관련 정보와 반대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이 그룹은 개설 일주일 만에 1,400여 명이 가입했다. 4월 5일 본지 편집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페이스북에 낚시금지철회운동 그룹 개설
-페이스북에 ‘전국 낚시금지 철회를 위한 낚시사랑 모임’ 그룹을 만들게 된 배경은?
(안지연, 이하 안)그동안 낚시금지 철회운동을 펼치면서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낚시는 붕어낚시, 루어낚시, 바다낚시 등 장르가 다양한데 낚시인 모두가 낚시금지 철회 하나만을 얘기하고 외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서정은, 이하 서)우리는 협회나 단체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 낚시 자체가 혼자서 하는 여가이다 보니 뭉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인구는 많으면서 뭉치지 못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지금과 같이 안 좋은 상황이 온 게 아닌가 싶다.
-두 분 모두 평택호낚시금지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해왔다. 평택시는 얼마 전 2.2km 구간만 낚시를 허용하고 전 구간을 낚시금지시키는 행정예고를 했다가 낚시계의 반대에 부딪혀 낚시구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낚시금지 지정공고를 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안)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은 지금도 낚시금지 전면철회로 확고하다. 원래 평택시는 평택호의 거의 전 구간을 낚시금지시키려 하지 않았나. 결과적으로는 붕어낚시와 루어낚시를 할 수 있는 구간을 더 받아냈으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계속해서 전면철회운동을 벌일 것이다.
(서)이 과정이 쉽지 않았다. 평택시의 입장과 대응이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너무 강경하고 또 이중적이었다.
-강경하고 이중적이었다?
(서)완전 꽉 막힌, 들으려고 하지 않는 권위주의적인 모습이었다. 어떤 식이었냐 하면 100명 이상의 낚시인들이 댓글로 의견을 밝혔는데 그것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들으려 하지 않았다. 너무 막고 있고 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장선 평택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낚시인이 평택호 낚시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댓글을 달자 모두 지워버렸다).
(안)나는 낚시가 수질오염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시에 제출했다. 담당 공무원은 내 앞에선 인정한다고 말하고는 언론이나 공고에 나오는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서)우리 앞에서는 무언가 다 해줄 것 같이 얘기하다가 그것을 언론 등에 발표할 때는 완전히 반대로 내는 것이다. 언론플레이를 교묘하게 했다. 두 개의 보도자료를 돌리는 것 같았다. 인지도가 있는 언론은 낚시금지 내용을 강조해 나가고 그렇지 않은 언론은 낚시인의 의견이 조금 반영돼 있더라. 그래서 공무원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되겠다 생각했다.

신갈지 낚시금지 후 깊은 무력감
-1인 시위는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무엇이 두 분을 투사로 만들었다고 보는가?
(안)낚시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20년간 만화를 그려왔는데 물가가 없었으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의 물가를 빼앗기는 처지가 되니까 가만히 있으면 낚시할 곳이 다 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서야겠다보다는 내가 해야겠다 생각했다.
(서)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니 1인 시위란 답이 나왔다.
(안)장성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때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주장을 펼치려 하는데 이게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까 두려움이 컸다. 사실 피켓 글을 쓸 때부터 떨리더라. 처음 한 발 떼고 정문 앞에 서니까 두려움이 사라졌다. 관심을 갖는 분도 있었고 응원을 하는 분도 있었다. 담당 공무원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니 내가 저 사람들에게 꼭 보여줘야 돼 하는 마음이 확 올라왔고 떨리는 마음이 사라졌다.  

-만화 작업 업무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낚시금지철회운동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서)두 달에 3권의 만화책을 내는데 20년간의 노하우가 있다 하더라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시간이 날 때 낚시를 하고 낚시금지철회운동을 한다. 낚시금지는 행정예고가 떨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신갈지가 낚시금지가 된 뒤 나는 깊은 무력감에 빠졌다. 만약 장성호가 낚시인의 노력에 불구하고 낚시금지가 됐다면 아 이것은 하면 안 되는 거구나 어쩔 수 없는 거구나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현지 낚시인이 적극 반대운동 나서야
-지금 낚시금지 행정예고를 하고 있는 지자체에 대해 낚시인들의 취해야 할 행동지침을 얘기해준다면?
(서)페이스북에 낚시금지철회운동 그룹을 개설하면서 한 가지 세운 방향이 있다. 내 고장의 낚시터는 그 고장에 사는 낚시인이 지키자는 것이다. 평택호도 만경강도 낙동강도 장성호도 관할 지자체에 항의시위를 가거나 전화를 하면 우리 고장 사람도 아닌 타지 사람이 왜 참견하냐는 식이었다. 그 고장 사람이 행동을 옮기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평택호도 평택시민이 비상대책위원회에 구성원으로 참여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안)낚시인들은 자기 고장에 낚시금지 공고가 뜨지 않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다. 요즘은 지자체가 행정예고도 무시하고 낚시금지 공고부터 올리는 일도 있다. 그럴 경우 행정절차를 무시한 행정부터 따져야 한다. 낚시금지 공고가 뜨면 이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반대행동에 나서야 한다. 행정예고 후엔 일정기간의 의견수렴기간이 있는데 반대의견을 많이 제출해야 한다. 이후 의견을 같이 하는 현지 낚시인이 중심이 된 낚시인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해당 지자체와 맞서야 하는데 우리 두 사람은 그간의 경험을 살려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낚시금지철회운동은 낚시금지가 내려진 지자체의 현지 낚시인이 많이 참여할수록 큰 힘을 발휘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안)그렇다. 특히 낚시점주와 같이 생업과 관련 있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낚시금지 행정예고 공고 문서엔 의견제출서가 꼭 첨부되어 있다. 행정예고가 떨어지면 반대민원, 즉 낚시금지 반대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반대의견서 제출이 낚시금지철회운동의 시작이다. 그런데 같은 반대의견서라고 해도 타지인이 보낸 것과 현지인이 보낸 것은 영향력이 다르다. 현지 낚시인이 보낸 반대의견서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지자체에선 이 둘을 따로 보관한다.
(안)공무원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여론화다. 민원이 많이 들어오면 면담 자리를 갖는 등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 본지 편집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안지연 씨가 낚시금지철회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 서정은 씨가 주의 깊게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