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문제점

하천생태공원사업 위해

낚시인을 쫓아내고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하천 낚시금지 상황은 지자체마다 저수지 수변공원 사업이 유행처럼 일었던 2010년대 말과 매우 비슷하다. 당시에도 지자체들은 저수지를 수변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낚시를 금지시켰다.
용인 신갈지(2010년), 수원 신대지(2008년), 아산 신정호(2007년), 군산 은파지(2008년), 사천 서택지(2012년) 등 우리에게 친숙했던 많은 저수지들이 수변공원으로 바뀌었다. 해양수산부가 2014년 발표한 전국 101개 수변공원 현황을 보면, 44개의 저수지 수변공원 중 33개가 2005년 이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된 뒤 수변공원으로 바뀌었다. 이때 공윈화된 저수지들은 지금까지도 낚시를 할 수 없다.
관할 하천을 낚시금지구역 지정한 지자체 공무원들을 직접 만난 낚시인들은 답을 미리 정해놓은 듯한 자세에 답답했다고 입을 모은다. 반대해볼 테면 해봐라 식의 배짱행정을 펼치기도 하고, 으레 밟아야 하는 행정예고도 건너뛰고 낚시금지구역을 관철시키는 등 비상식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낚시인들은 지자체의 이번 하천 낚시금지 사태가 단순히 수질 개선이나 쓰레기 관리 차원이 아니라 대규모 개발사업이 연계돼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본지 역시 같은 의혹을 갖고 취재하던 중 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 문건을 입수했다. 환경부가 올해 1월 작성한 ‘2022년도 국고보조사업 신청지침’이다. 

하천 관련 환경부 국가보조사업들
국고보조사업이란 국가가 재원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지역사업을 말한다. 377페이지에 이르는 ‘2022년도 국고보조사업 신청지침’엔 환경부가 2022년에 시행할 물, 기후대기, 자연보전, 자원순환, 환경경제·기타 45개 사업의 내용과 참여를 원하는 지자체의 사업계획서 작성 기준, 국가보조 예산 비중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지자체가 환경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이 승인되면 최소 50%, 최대 100%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가보조사업의 예산 규모를 보면 45개 사업 분야에서 1개 사업의 1년 지원금이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다. 환경부의 사업 승인이 나면 내년에 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고보조사업 중 이번 하천 낚시금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하천 및 쓰레기 정화사업, 수질 및 수생태계 측정조사, 한반도 생태축 연결·연결보전사업 세 가지로 압축된다. 3개 사업의 주요 내용과 지원대상은 다음과 같다.    

■ 하천 및 쓰레기 정화사업
매년 장마와 태풍 등 집중호우 때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다량의 쓰레기가 하천과 하구에 유입되어 수질오염, 수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어 쓰레기 발생량 감축, 상하류 지자체간 비용분담, 쓰리기 처리체계를 구축하여 부유쓰레기를 신속하게 수거 처리하기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지원 대상 지역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하구, 아산만(평택호), 새만금, 탐진강, 가화천, 태화강, 형산강, 영덕오십천, 삼척오십천, 강릉남대천, 양양남대천, 경포호, 향호, 매호, 영랑호, 송지호, 화진포, 광포호 등의 유입하천과 하구다.

■ 수질 및 수생태계 측정조사
4대강 수역을 제외하고 수질오염총량제를 시행 중인 기타수계(진위천·삽교호) 하천수질 개선을 위해 경기도(8개 지자체)와 충청남도(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기본계획·시행계획 수립 등의 비용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수질오염총량제란 환경부가 1998년 물관리종합대책의 하나로 도입한 제도로 자치단체별로 목표 수질을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오염물질의 배출 총량을 관리 규제하고 있다. 참여 지자체에겐 오염물질 관리에 필요한 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고 지역 개발에서 환경규제를 완화해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 한반도 생태축 연결·연결보전사업
생태적 가치가 우수하나 훼손·단절된 지역을 대상으로 복원·복구 및 생태탐방 등을 함께 추진하여 생태계 보전과 이용사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하천 낚시금지를 남발하고 있는 이유
문건엔 환경부 국가보조사업의 사업제출서 신청 기간을 3월 24일로 정해놓고 있는데, 이 날짜 안에 올해 잇따른 하천 낚시금지구역 지정 행정예고, 공고일이 대부분 몰려 있다. 지자체별로 살펴보면 여주 남한강 강천섬(1월 14일 행정예고), 평택시 평택호(2월 4일 행정예고), 창녕군 낙동강(2월 18일 행정예고), 김해시 낙동강(2월 19일 지정공고), 완주군 만경강(3월 4일 행정예고), 전주시 전주천·만경강(4월 9일 행정예고)이다.
국고보조사업이 아니라도 환경부가 올해 벌이고 있는 지원사업을 따져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하천 낚시금지 사태가 환경부의 지원사업과 관련이 깊다는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환경부 2021년 예산 총액은 11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책사업인 ‘그린 뉴딜’의 주무부서인 환경부는 막대한 예산을 토대로 지자체와 함께 대규모 환경분야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중 하나인 ‘도시 녹색 생태계 회복’을 목적으로 한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엔 자연환경인 물이 주요한 사업 분야다.
2021년 스마트 그린도시 대규모 투자 대상지로 경기 화성, 전북 전주, 전남 강진, 경북 상주, 경남 김해가 선정됐으며 5개 도시엔 각 167억원이 투입된다. 환경부는 각 도시 사업계획의 실현 타당성을 검토해서 투자 규모와 시행계획을 확정했는데 그 검토 기간이 3월 말이었다. 스마트 그린도시엔 이번에 낙동강, 전주천, 만경강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김해시와 전주시가 포함되어 있다.

하천 낚시금지시킨 지자체들, 대규모 생태공원사업 예정
올해 관할 하천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 지자체들은 이후 대규모 생태공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평택시는 평택호에 농업생태원, 해양생태공원, 수변친수공원을 조성하는 평택호관광단지 추진할 것을 직접 밝혔고 김해시는 화포천을 세계적인 습지로 개발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은 ‘건강한 물환경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주시 역시 전주천과 만경강을 수달 등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생태하천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천에서의 낚시금지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국고보조사업인 하천 및 하구 쓰레기 정화사업의 경우 2009년부터 시작되어 해마다 예산이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가 하천을 대상으로 한 환경부 지원사업에 참여하려 할 경우, 단기간에 수질개선이나 쓰레기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정책이 낚시금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낚시인들은 최근 이 사태가 지자체들이 환경부 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또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낚시인을 쫓아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수질개선을 이유로 낚시금지된 뒤 수변공원이 조성된 용인 신갈지. 사진은 2015년 여름에 촬영한 사진으로 녹조가 수면을 뒤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