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

4개월간 6개 지자체에서

하천 낚시금지 행정예고·공고

이번엔 낚시금지 대상 하천이나 추진 양상이 이전과 사뭇 다르다.
하천은 도심과 떨어져 있는 곳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약속이라도 한 듯
지자체들이 앞 다퉈 낚시금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관할 하천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했거나 지정하려는 지자체는 6곳이다. 1월 14일 여주시가 남한강 강천섬을 낚시금지구역 지정 행정예고를 한 것을 시작으로 평택시(2월 4일/진위천·안성천), 창녕군(2월 18일/낙동강), 김해시(2월 19일/낙동강·서낙동강·화포천), 완주군(3월 4일/만경강), 전주시(4월 9일/전주천·만경강)가 관할 하천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했거나 지정 행정예고를 공고했다. 한 달에 1~2개씩 하천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에 1~2곳씩 들려오는 낚시금지 소식에 낚시인들 패닉
낚시인에게 하천과 저수지의 낚시금지는 생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올해처럼 단기간에 낚시금지 사례가 무더기로 쏟아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저수지에 비해 숫자가 적은 하천의 경우 한강처럼 도심이 아닌 경우 낚시금지가 되는 일이 적었다. 그런데 이번엔 낚시금지 대상 하천이나 추진 양상이 이전과 사뭇 다르다. 하천은 도심과 떨어져 있는 곳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약속이라도 한 듯 지자체들이 앞 다퉈 낚시금지를 진행하고 있다.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려는 하천은 대부분 국가하천으로 하천법 46조를 근거로 낚시, 취사, 야양을 금지하고 있다. 낚시는 46조 6항의 ‘나. 떡밥·어분 등 미끼를 사용하여 하천을 오염시키는 행위’를 근거로 삼고 있다. 위반을 하면 횟수에 따라 100만~300만원 내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4월 중순 현재 올해 들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했거나 행정예고를 고시한 지자체와 하천, 그리고 진행 상황은 다음과 같다.

여주 남한강 강천섬

올해 낚시금지된 첫 하천, 붕어낚시와 루어낚시 모두 불허
강천섬은 여주시 동남지역의 남한강 줄기에 있는 섬으로 휴양시설인 강천섬유원지가 있다. 1월 14일 행정예고를 고시하고 2월 23일 지정 공고를 냈다. 낚시금지구역은 강천섬 전역과 강천섬을 마주보고 있는 강 연안이다. 공고문에 낚시금지 사항을 세부적으로 명시했다. 금지행위에서 야영 외 ‘숙영(宿營)’을 추가해 텐트를 치지 않아도 밤을 새는 행위 자체를 막았다. 미끼에 대해서도 하천법에 명시되어 있는 떡밥과 어분 외 생미끼, 루어낚시를 추가했다.

창녕군 낙동강 13km

반대민원 성공 사례, 낚시 빼고 야영과 취사만 금지
창녕군은 지난 2월 18일 창녕낙동교~용산전망대 6km 구간, 본포교 상류 7km 구간을 낚시·취사·야영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행정예고를 하고 3월 9일까지 20일간 의견수렴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낚시금지구역 지정과 관련해 반대하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자 의견수렴기간 3일 후인 3월 12일, 낚시를 빼고 야영과 취사만 금지하는 내용의 공고문을 올렸다. 낚시인의 반대 민원이 낚시금지구역 지정을 막은 것이다.

평택시 평택호(진위천·안성천) 84.6km

낚시허용 구간 1곳 2.2km에서 4곳 6.2km 확대 지정
올봄 낚시계에서 가장 큰 이슈였던 평택호 낚시금지는 낚시허용 구간 1곳 2.2km을 4곳 6.2km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수정해 공고됐다. 평택시는 지난 3월 29일 시 홈페이지에 ‘평택시 관할 진위천, 안성천 84.6km 구간에서 팽성읍 신호리 등 4곳 6.2km 구간에서 낚시를 허용하되 나머지 구간은 낚시, 야영, 취사를 금지시킨다’는 내용의 ‘진위·안성천 낚시·야영·취사 금지지역 지정 공고’를 올렸다.
평택시는 2월 4일 행정예고를 통해 관할 구역의 진위천과 안성천을 낚시금지하려 했다. 진위천과 안성천은 이름만 다를 뿐 평택호를 말하며 추진하려 했던 낚시금지구역은 평택호 수면적의 3/4에 해당한다.
2월 25일까지 의견수렴을 하고 다음날 낚시금지구역 지정 공고를 내려 했던 평택시는 낚시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반대의견이 쇄도하고 항의시위까지 이어지자 평택시장이 참석하는 낚시계와 시의 면담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는데, 이후 결성된 평택호낚시금지비상대책위원회가 지역구 국회의원과 평택시의회장을 만나는 등 낚시금지 철회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확대된 낚시허용구간은 비대위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평택호의 낚시허용구간은 아래와 같다.
▶팽성읍 신호리 150-1 ~ 신대동 712 1.8km
▶오성면 창내리 17-9 ~ 오성면 창내리 145 1km
▶청북읍 백봉리 34-3 ~ 오성면 안화리 49-2 2.2km
▶고덕면 궁리 476-5 ~ 고덕면 동고리 405-127 1.2km

▲ 평택호 수변에 걸린 평택시의 낚시 금지구역 지정 안내 플래카드.

김해시 서낙동강·낙동강·화포천 58.2km

행정예고 없이 곧바로 지정 공고, 낚시인들 행정정보 공개 요청
김해시는 2월 19일 지자체 관할 국가하천인 서낙동강, 낙동강, 화포천에 대해 낚시·야영·취사 행위 금지구역 고시‘를 공고했다. 고시안엔 서낙동강 7.39km 낙동강 36.94km, 화포천 13.84km 구간을 낚시금지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아무런 의견수렴 절차 없이 강행한 것이어서 낚시인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지자체가 낚시금지구역을 지정하려 할 때는 보통 행정결정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행정예고라는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김해시는 그런 절차 없이 곧바로 낚시금지구역 지정 공고에 들어갔고 그 공고 게시물마저 한동안 사라졌다가 앞서 공고를 본 낚시인들이 항의하자 다시 게시했다.
김해시에 하천과에 전화를 걸어 행정예고를 하지 않은 이유와 공고 게시물이 한동안 사라진 이유를 묻자 담당자는 “2월 19일 올린 낚시금지 공고가 행정예고를 겸한 공고다. 반드시 행정예고 절차를 따를 필요는 없다. 게시물이 사라진 것은 홈페이지 관리상의 문제로 삭제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2월 19일 공고문이 행정예고를 겸했다고 했는데 의견수렴 내용은 어디에 있느냐”고 다시 묻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행정예고 등 행정절차를 무시한 김해시의 낚시금지 결정에 대해 낚시인들은 행정정보공개를 요청한 상태다.

완주군 만경강 9.4km

반대의견 폭주에 완주군청 홈페이지 마비 사태 빚기도
완주군은 지난 3월 4일 관할 하천인 만경강 9.4km 구간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행정예고를 올렸다. 완주군이 낚시를 금지시키려는 9.4km 구간은 장자보와 화전보 사이로 낚시인들이 많이 찾은 곳이다. 루어낚시와 붕어낚시 모두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의견수렴기간인 3월 25일 이틀 전 3월 23일 군의 행정예고를 발견한 낚시인들은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는데 너무 많은 양이 한꺼번에 몰려 홈페이지가 잠시 마비되는 일도 생겼다. 3월 23일 장성호, 평택호에서 낚시금지 철회 1인 시위를 나섰던 서정은, 안지연 작가가 이번에도 역시 완주군청으로 1인 시위를 갔다.

전주시 전주천·만경강 13.5km

하천법상 근거 없는 수달 보호 등을 낚시금지 이유로 들어
전주시가 관할 하천인 전주천과 만경강 일부 구간에 대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다는 소식은 언론에 먼저 공개됐다. 시는 4월 1일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낚시금지구역 지정의 이유를 수달 등 멸종위기종 보호와 수질 개선 등을 들었고 완주군과 함께 만경강을 동시에 낚시금지시켜 수변환경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낚시인들은 하천 낚시금지를 추진했던 지자체가 낚시인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는 것을 보고 하천법의 낚시금지 근거와 관련이 없는 동물까지 들고 나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주천은 전주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으로 지류인 삼천 합수지점부터 만경부 합수지점까지 전 구간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전주시는 4월 9일 전주천과 만경강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행정예고를 홈페이지에 올렸으며 의견수렴기간은 4월 29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