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연재 업그레이드 캠핑낚시

캠핑과 어울리는 낚시가 있다

서성모 편집장

이번 호부터 업그레이드 캠핑낚시를 연재한다. 요즘 캠핑의 특징은 캠핑만의 멋과 감성을 살릴 수 있다면 정해진 틀 없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자유롭게 즐긴다는 것이다. 이삿짐 옮기듯 많은 장비를 고집하던 시대는 지났다. 차에서 먹고 자는 차박은 예전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캠핑이다. 달라진 캠핑문화에 맞춰 최근 트렌드와 함께 이에 어울리는 낚시는 무엇이고 낚시터는 어디에 있는지 연재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편집자 주>

연재에서 다루려는 캠핑은 가족이 함께하는 패밀리캠핑이다. 낚시인이 혼자서 또는 낚시 동료와 떠나는 캠핑이라면 사실 낚시가 주가 되고 캠핑은 뒤로 밀리기 쉽다. 낚시는 알아서 하고 평소보다 편한 잠자리와 먹거리를 챙기는 정도다. 하지만 아이들이 함께하는 캠핑에선 잠자리며 먹거리를 함부로 할 수 없다.
낚시는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아내가 함께 낚시를 즐길 수 있으면 캠핑낚시만큼 더 훌륭한 아웃도어 콘텐츠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가족 모두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가족낚시를 위한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다.
10년 전 캠핑업체가 주최한 캠핑행사를 취재한 적이 있다. 강원도의 대형 캠핑장을 빌려 진행된 행사는 캠핑문화의 다양성을 목적으로 캠핑과 접목할 수 있는 카약, 트레킹 등 여러 아웃도어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그중 낚시도 있었다.
낚시체험 프로그램은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 루어낚시인이 여럿 나와 강좌와 실습을 맡았는데 프로그램 초반의 높은 호응도와 달리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스피닝릴 장비 사용법과 캐스팅 요령을 익힌 참가자들은 캠핑장 옆의 강을 찾았는데 3시간 동안 진행된 낚시체험에서 아무 것도 낚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최 측에선 꺽지가 낚인다고 했지만 이날 낚시를 처음 배운 참가자들이 요행이라도 고기를 낚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일단 시간대가 고기가 물기는 어려워 보이는 한낮이었고 포인트가 강 중심에 형성되어 있어 그곳까지 루어를 날릴 만한 참가자는 보이지 않았다. 고기가 안 낚이자 참가자들은 얼마 안 있어 흥미를 잃고 지루해했다. 차라리 고기가 잘 낚이는 아침 일찍 일정을 잡고 거리가 있더라도 고기 많은 낚시터를 찾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캠핑업체의 낚시체험 프로그램 취재기
캠핑과 함께 낚시를 즐기려면 캠핑과 어울리는 낚시와 낚시터를 찾는 게 중요하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고 밤 시간이 중요한 캠핑에서 밤새 찌를 봐야 하는 붕어낚시를 함께 즐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캠핑에 어울리는 낚시가 따로 있는 것이다. 캠핑에 적합한 낚시의 조건을 따져보면 아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낮에 잘 낚여야 한다. 캠핑에서 밤 시간은 동행한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캠핑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낚시 등 캠핑과 별개로 무엇을 따로 해야 한다면 낮에 해야 한다. 물고기는 각기 잘 낚이는 시간대가 있다. 낮에 잘 낚이는 물고기가 있고 밤에 잘 낚이는 물고기가 있다. 붕어, 쏘가리, 메기, 장어, 동자개, 갈치, 볼락, 호래기, 한치 등은 밤에 잘 낚이는 어종이다. 그와 비교해 배스, 무지개송어, 꺽지, 파라미, 빙어, 광어, 가자미, 문어, 주꾸미 등은 낮에 입질이 잦은 물고기들이다. 낮에 물고기를 잡고 밤에 그 물고기로 요리해 먹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캠핑낚시 스케줄일 것이다.
둘째, 낚시방법이 쉬워야 한다. 낚시에도 난이도가 있다. 조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낚시는 하루 종일 해서 한두 마리만 낚아도 성공인 낚시가 있다. 쏘가리, 농어, 감성돔, 참돔 등 낚시인이 아니더라도 귀한 고기로 여겨지는 물고기는 전문 낚시인이 몇 번이나 낚시를 가도 못 잡고 돌아오는 일이 많다. 이런 ‘하드한’ 낚시는 짧은 시간밖에 낚시를 할 수 없는 캠핑낚시와는 어울리지 않다. 아침 서너 시간 또는 오후 서너 시간 낚시해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가 캠핑낚시 대상어로 적합하다. 피라미, 빙어, 고등어, 전갱이와 같은 물고기는 낚시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고 포획 강도, 낚이는 강도가 강하다. 낚시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조금만 요령을 익히면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끼를 던져 두고 낚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원투낚시가 캠핑낚시와 잘 맞는다. 낚싯대만 있으면 무릎 수심의 여울에서 피라미, 모래무지 등을 쉽게 낚을 수 있는 견지낚시도 캠핑낚시와 궁합이 잘 맞는다. 물고기를 방류해 놓은 민물 유료낚시터, 바다좌대낚시터, 배낚시는 입어료나 뱃삯이 지불해야 하긴 하지만 물고기를 낚을 확률이 매우 높아 캠핑낚시와 접목해 시도해볼 수 있는 낚시방법이다.  

▲캠핑사이트의 루어낚싯대. 캠핑낚시는 짧은 시간에 잘 낚이는 고기를 대상어로 삼는 게 좋다.

잘 낚이고 낚시방법 쉬워야
셋째, 낚시장비가 단출해야 한다. 캠핑 짐은 줄인다고 해도 언제나 차 트렁크를 가득 채우기 마련이다. 동행인이 많으면 짐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낚시 짐을 더해야 하므로 낚시장비는 간편하면 간편할수록 좋다. 낚시 장르 중엔 캠핑장비 못지않게 장비를 꾸려야 하는 것도 많다. 필수 낚시장비가 적고 비용이 적게 들며 또 단출하게도 꾸릴 수 있는 낚시 장르가 좋다. 우리가 흔히 생활낚시라고 부르는 고등어, 전갱이, 주꾸미, 문어 등이 캠핑낚시와 잘 어울린다. 캠핑낚시는 캠핑이 메인 콘텐츠다.
넷째, 캠핑할 수 있는 조건이 좋아야 한다. 낚시터 주변에 텐트를 설치할 공간이 있고 주차하기 편해야 한다. 낚시터와 캠핑사이트와의 거리가 짧으면 캠핑장에 머물면서 곧바로 낚시를 할 수 있어 더 오랜 시간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강에서 이뤄지는 견지낚시는 강변을 캠핑사이트로 이용할 수 있어 캠핑낚시와 잘 어울린다. 바닷가는 해수욕장이나 항구 주변에 운영하고 있는 유료캠핑장을 이용하면 편할 것이다.

▲바닷가 캠핑낚시. 아침식사를 일찍 마친 캠퍼가족이 방파제로 낚시를 가고 있다. 사진은 여수 금오도 직포마을.

낚시 스케줄 짜기
아침에 꼭 낚시를 해야 한다
낚시 장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물고기는 동틀 무렵과 해질녘에 잘 낚인다. 시간대를 보면 아침 5~7시, 오후 4~6시라 할 수 있는데 이 시간대를 놓치면 고기를 낚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캠핑이 아닌 캠핑낚시를 간다면 그에 맞는 스케줄을 짜야 한다. 평소보다 더 일찍 출발하거나 다음날 일찍 일어나는 등 그에 맞는 일정을 짜는 것이다. 캠핑 일정에 따라 낚시 스케줄을 어떻게 짜야할지 살펴보도록 하자.
1일
나들이 가듯 떠나서 하루를 즐기고 오는 일정이다. 차박용 차량에서 머물거나 타프와 테이블 정도만 가지고 가면 되므로 캠핑 장비도 단출하다. 새벽 일찍 출발해서 아침 6~7시에 곧바로 낚시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캠핑을 즐긴다. 캠핑사이트를 구축하고 낚시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낚시터와 캠핑장소가 같을 필요는 없다.
1박2일
현장에서 도착해서는 텐트를 설치하는 등 캠핑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하므로 낚시 시간은 오후 한낮과 다음날 아침 정도다. 한낮은 낚시가 잘 안되고 해질 무렵은 저녁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등 바쁘므로 다음날 아침낚시를 준비하도록 한다. 다음날 아침낚시를 위해 평소 먹던 술은 양을 줄이고 잠자리에 일찍 드는 게 좋다.
2박3일
캠핑과 낚시를 함께 즐기기에 가장 이상적인 일정. 금요일에 출발해 하룻밤을 묵을 경우 나머지 이틀 중 하루를 낚시에 쓸 수 있다. 첫날 밤은 캠핑을 제대로 즐기고 다음날 해질녘이나 셋째 날 아침에 낚시를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짠다. 바닷가를 찾는다면 둘째 날 배낚시나 바다유료좌대를 타는 것도 좋다. 그곳에서 낚은 고기로 저녁요리를 한다면 더욱 근사한 캠핑낚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