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홍식의 로드빌딩_7

릴시트와 그립의 구입
릴시트와 그립
접착 전 알아야 할 것들

조홍식 이학박사

블랭크의 스파인을 올바로 맞췄고 가이드 위치도 결정했다면, 다음 과정은 릴시트와 그립의 접착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블랭크는 여러 가지다. 한 토막인 원피스, 두 토막인 투피스, 투피스라도 앞쪽이 긴 짝짝이 또는 그립 부분만 따로 분리되는 1&H, 휴대에 편한 스리피스 이상인 다절 구조도 있다. 블랭크가 여러 토막이라면 가이드를 먼저 부착할 수도 있지만, 원피스 블랭크라면 가이드를 먼저 부착했다가는 릴시트나 그립을 접착하기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이드 부착보다는 릴 시트와 그립을 먼저 접착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이번에는 릴 시트와 그립의 접착에 앞서서 이들을 구매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릴시트
릴시트는 먼저 스피닝용이냐 베이트용이냐를 결정하고, 다음으로 기능에 따른 다양한 모델 중에서 고르면 된다. 실로 여러 가지가 있고 가격 차이도 크다.
모델을 정했다면 다음은 크기를 정한다. 크기는 직경(구경)을 의미한다. 일단 블랭크의 굵기보다는 커야 릴시트를 접착할 수 있으므로 먼저 블랭크의 직경을 측정해서 참고해야 한다. 로드빌딩은 사용자에 맞추는 것이 기본이므로 실제 사용자의 손의 크기와 기호에 따라 크기를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일반적으로는 보자면, 민물용 루어낚싯대나 에깅대, 농어대와 같은 라이트급 낚싯대라면 대부분 가장 작은 사이즈인 Ø16mm를 사용한다. 그보다 조금 강한 낚싯대라면 Ø17mm, 그 이상 중량급이라면 Ø18~20mm, GT낚싯대 정도면 Ø20~22mm를 사용한다.
가격은 후지공업 제품이 고기능, 고품질로 1만5천~2만원 내외이고 기타 무명제품이라면 그 반값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그밖에 무늬목을 사용했거나 특수한 소재를 사용한 제품은 당연히 비싸다.

▲각종 릴시트

그립
지금 만들고 있는 낚싯대에는 어떤 그립을 붙여볼까? 로드빌딩에 사용하는 그립의 소재는 크게 3가지이다. 트레디셔널 한 코르크(cork) 그립과 기능적인 EVA 그립이 대표적이지만, 요즘 유행인 카본 성형 그립도 있다.
그립은 포어그립(fore grip, 앞손잡이)과 리어그립(rear grip, 뒷손잡이)으로 나누고 각각 용도와 모양이 다 다르다. 코르크나 EVA 모두 사용하기 좋게 외형을 미리 성형한 제품도 있고 단순히 직선적인 스틱 모양도 있다. 이런 것은 접착한 다음에 로드빌더가 마음대로 외형을 갈아서 가공할 수 있다. 코르크 그립의 경우, 링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 있다. 원래 코르크 그립은 다 이렇게 만드는데,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붙이고 나중에 외형을 갈아내는 것이다. 코르크 링을 쌓아 붙이고 그립을 만드는 과정도 로드빌딩의 재미 중 하나이다. 다음 회에 가공방법을 자세히 알아볼 예정이다.
참고로, 코르크의 품질은 눈으로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보통 최상급 등급을 AAAA로 표시하고 다음이 AAA 이렇게 내려가는데, 상등급은 질이 고르고 하등급일수록 검게 굳고 갈라지거나 파인 부분이 많다. 최상등급 코르크는 와인의 병마개로 사용하고 그다음 단계가 값비싼 플라이 로드용 그립으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코르크, EVA, 카본 등 소재가 무엇이든 그립은 모양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블랭크를 다 덮는 모습 일변도였다면 요즘은 중간을 비우는 분리형 그립도 유행하고 있고 아예 릴시트만 있고 그립 없이 블랭크가 드러나도록 만들기도 한다. 로드빌더 마음대로다.
실제로 그립을 구매한다면, 후지공업 제품과 같이 미리 성형된 코르크 그립과 EVA 그립이 가격은 비싸도 품질이 최상급이다. 코르크는 AAAA급이고, EVA도 고밀도로 단단하다. 그밖에 선택지는 중국제 통신판매인데, 코르크도 EVA도 카본 성형 그립도 다 중국제품이 대세라고 생각한다. 코르크의 경우, 최상등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용하기에 나쁘지 않다. EVA는 오히려 품질이 좋다고 생각한다.
가격은 코르크의 경우 등급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미리 성형된 최상품이라면 25cm 길이에 3만원 전후의 비용이 들어간다. EVA는 5천원 정도다. 중국에서 통신판매로 살 수 있는 무명제품은 그 반값이다. 카본 그립은 대부분 무명메이커 제품인 것 같은데, 가격은 2만~4만 원이다.

▲각종 EVA 그립. 단순한 스틱 형태와 외형이 가공된 형태도 있다.

▲코르크링을 쌓아 붙여서 만든 코르크 그립.

▲카본시트로 성형된 카본 그립. 코르크나 EVA보다 감도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블랭크 자체가 그립 형태로 성형된 낚싯대와 외모는 같으나 그 내용은 다르다.

▲버니어캘리퍼스(Vernier calipers)

그립의 규격 측정하기
그립을 구매할 때 신경 써야 하는 사항은 그립의 규격이다. 그립의 규격이라면 길이, 외경(外徑, 바깥지름), 내경(內徑, 안지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길이야 긴 걸 사서 브랭크에 맞춰 자르면 되고 외경도 너무 굵다고 생각되면 번거롭기는 하지만 나중에 갈아내서 줄일 수는 있다.
문제는 내경. 내경은 넓히기 아주 힘들고 줄이기는 아예 불가능하다. 그래서 블랭크의 외경에 잘 맞춰야 한다. 너무 작으면 끼울 수 없고 크다면 들떠서 아예 접착할 수 없다. 꼭 맞는 크기를 잘 골라야 하는데, 이상적인 내경 크기는 살짝 빡빡하게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딱 맞다. 그러므로 구매주문을 하기 전에 그립을 부착할 자리의 블랭크 외경을 확실하게 측정해야 한다.
외경과 내경의 측정을 위해서는 ‘버니어캘리퍼스(Vernier calipers)’가 필요하다. 캘리퍼스도 로드빌딩의 필수적인 도구 중 하나다. 정밀기계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너무 비싼 건 필요 없고 가장 저렴한 걸 사용해도 문제는 없다.

낚싯대 용도에 따른 포어그립의 길이
리어그립(rear grip)의 길이에 대해서는 본문에 충분하게 설명이 되었지만, 포어그립(fore grip)도 길이가 여러 가지다. 배스대 등 민물용 루어낚싯대의 경우, 포어그립이 짧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낚시할 때 별 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어그립이 아주 긴 낚싯대도 있다.
GT낚싯대와 같이 막상 물고기가 걸린 이후에 파이팅 과정이 중요한 낚시 장르에서는 포어그립의 역할이 크다. 포어그립을 붙잡고 파이팅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트롤링낚싯대나 돌돔낚싯대와 같이 대형 베이트캐스팅릴(서프캐스팅릴)을 장치해 사용하는 낚싯대도 포어그립이 길다. 참고로, 구조적인 차이와 캐스팅 방식의 차이 때문에 플라이낚싯대는 포어그립이 긴 모습을 하고 있다.

▲리어그립(rear grip, 뒷손잡이). 길이는 기준이 없다. 낚싯대의 용도, 사용자인 앵글러의 체격과 기호 등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다.

▲코르크의 등급 차이. 아래가 고급 소재다.

▲코르크 원목. 최상급은 와인용 병마개로 사용하고 그다음에 낚싯대 그립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릴시트의 위치 결정과 그립의 길이
릴시트 위치를 블랭크에 표시할 단계다. 릴시트의 위치를 잡는 데 필요한 사항은 낚싯대의 용도, 길이, 사용자의 체격(팔 길이), 사용자의 습관과 기호에 따른다. 릴 시트의 위치가 적절치 못하면, 사용하기 어려운 낚싯대, 사용자에게 잘 맞지 않는 낚싯대가 되어버린다.
일반적으로 전체 길이가 짧고 라이트급 낚싯대일수록 짧고 길고 중량급 낚싯대일수록 리어그립은 길다. 긴 리어그립은 채비를 멀리 던져 보내는 원투 목적과 전체적인 균형(무게중심)을 잡는 것을 고려한다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꼭 이래야 한다고 정해진 개념은 아니다. 그보다는 낚싯대의 용도가 더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더 예를 들어, 5~6피트 길이의 계류용 울트라라이트 낚싯대는 리어그립의 길이가 아주 짧다. 그런데 같은 길이의 지깅대는 리어그립 길이가 낚싯대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낚싯대의 용도에 더해서 앵글러의 체격과 기호(버릇)가 더해져 그립의 길이는 결정된다.
10피트의 농어대나 8피트의 부시리 캐스팅대의 리어그립 길이는 사용자가 릴을 장치하고 자세를 잡았을 때, 리어그립의 맨 끝부분인 버트캡이 팔꿈치에서 주먹 크기 정도 더 바깥으로 나간 길이가 가장 적합하다. 7피트의 배스대라면 버트캡이 팔뚝 근육의 가장 두꺼운 부분에 닿는다면 이상적인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에 말한 지깅대의 경우라면 리어그립이 충분히 길어서 겨드랑이에 끼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로드빌딩의 장점은 이처럼 낚싯대의 용도에 맞도록 또한 사용자의 체격조건에 잘 맞도록 릴 시트의 위치를 정한다는 데에도 있다. 사용자의 체격에 따라 릴 시트의 위치와 그립의 길이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더욱이 사용자의 버릇(릴을 쥐는 위치 등)에 따라 블랭크의 성능을 저하하지 않는 범위에서 릴시트 위치를 몇 cm씩 달리 부착할 수 있다.
리어그립의 길이에 따라 ‘싱글핸들(Single handle)’이니 ‘더블핸들(Double handle)’이니 구분하기도 하지만, 기준이 없으므로 무의미하고 명칭의 의미는 이름 그대로 캐스팅할 때 한 손으로도 편하냐 두 손 다 사용할 수 있는 길이냐의 뜻이 있을 뿐이다.
로드빌딩에 입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초보 로드빌더라면, 리어그립의 길이(릴 시트 위치)를 정하는 일도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이럴 때는 고민하지 말고 비슷한 스펙의 유명 브랜드 낚싯대를 참고하면 좋다. 그 낚싯대를 사지 않아도 된다. 고맙게도 몇몇 메이커의 홈페이지 카탈로그에는 친절하게 리어그립의 길이를 자세히 표시해주고 있다.

다운록과 업록, 그에 따른 나사의 방향
작은 차이이지만, 로드빌더는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릴 시트를 접착해야 한다.
베이트캐스팅릴용 릴시트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이 나사를 위에서 아래로 조이는 다운록(down lock) 방식밖에 없지만, 스피닝릴용 릴 시트라면 나사 조임이 위에서 아래로 하는 다운록으로 할지, 아래에서 위로 하는 업록(up lock)으로 할지 두 가지가 있다. 단순히 릴시트를 뒤집어 부착한 것에 지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으나 서로 비교해 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사진>은 리어그립의 길이가 거의 비슷한 두 낚싯대이지만, 실제로 릴을 장치하게 되면 릴의 위치가 몇cm쯤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방식이 좋은가는 개인적인 느낌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사의 회전 방향의 이유를 들어 다운록 방식이 좋다는 이도 있고, 릴시트를 쥔 손의 편안함을 들어 업록 방식이 우월하다는 이도 있다. 로드빌더의 측면에서 보면, 업록 방식이 나사 길이만큼 리어그립을 짧게 만들 수 있으므로 그립 전체 길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작은 차이이지만, 로드빌더는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릴 시트를 접착해야 한다.

취재협조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kogyo co.Ltd)

▲스피닝릴용 릴시트는 다운록이나 업록으로 방향을 바꿔 설치할 수 있다. 리어그립의 길이가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릴을 부착하면 위치가 서로 차이가 생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