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향 가득한 대게 고장의 풍미
영덕과 울진, 넌 감동이었어!

유영택

▲ 영덕 고래불해수욕장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연안. 8km에 달하는 긴 백사장을 가지고 있어 1년 내내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 대게 집하, 출하지로 유명한 울진의 죽변항.

4월. 곳곳에서 생명의 씨앗이 싹트고 나뭇가지마다 꽃망울을 터트린다. 싱그러운 아침햇살이 고개를 내밀 즈음 온화한 기온과 함께 계절은 이미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봄은 만물이 생장하는 계절.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민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설렘 가득한 한해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터키에서 온 여성 방송인 이렘츠라이와 여행 유튜버 채코제(한국)는 동해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대게의 고장 영덕, 울진으로 떠나는 낚시여행을 기획했다. 언뜻 두 사람을 연인 사이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여행을 좋아하고 각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컬래버레이션 콘텐츠 기획을 함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이렘과 채코제는 낚시와 캠핑을 좋아한다. 당연히 이번 여행에선 낚시와 캠핑 일정이 잡혀 있었다. 지난 1월에는 강원도 고성 가자미낚시, 2월에는 삼척 장호항 대구 지깅, 3월에는 인천 주꾸미낚시 출조를 할 만큼 낚시를 좋아한다.
봄 시즌 울진 오산항에선 참가자미, 볼락, 열기, 광어, 부시리 선상 출조가 한창이라는 소식에 한껏 기대를 하고 영덕·울진여행은 한껏 기대를 하고 출조 계획을 잡았다.

▲ 필자와 함께 영덕~울진 여행을 체험한 방송인 이렘츠라이(좌) 씨와 유튜버 채코제 씨.

영덕

갈천리 인문힐링센터 여명→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길→축산항 김가네식당 가자미요리→강구 대게거리→고래불해수욕장 카라반캠핑장 1박

하지만 2박3일 일정의 여행 첫날인 4월 3일. 날씨가 받쳐주질 않는다. 예상치 못한 주의보가 낚싯배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출조는 뒤로하고 영덕군 창수면 갈천리에 있는 인문힐링센터 여명으로 향했다. 여명으로 향하는 길목. 도로가에 내걸린 산내들농원 간판 안으로 복사꽃이 만발한 복숭아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난생 처음 복사꽃을 구경한다는 이렘은 보랏빛 복사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영덕 운서산 기슭에 자리한 여명에선 떨어진 기운을 찾게 해주는 명상, 기공, 오행 프로그램을 A, B, C 코스로 선택해서 체험할 수 있다.
다음 코스는 사진 찍기 좋은 메타세쿼이아숲길. 영덕군 영해면 벌영리에 자리한 이 숲길은 한 개인이 심었고 입장료 없이 무료 개방하고 있어 영덕을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메타세쿼이아숲길을 지나 점심식사 시간에는 영덕의 맛집 물가자미 정식으로 유명한 축산항 김가네식당을 찾았다. 살짝 말린 물가자미를 재료로 한 가자미식혜, 가자미조림, 가자미찜, 가자미매운탕, 가자미회가 한 상 가득 차려진다. 봄철 입맛 없는 분들도 밥 두 공기는 거뜬히 비울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에는 대게거리가 있다. 강구항을 따라가다 보면 대형 대게 모형 간판이 내걸린 식당들이 거리에 즐비하다. 그 끝에 자리한 5층 건물 동광어시장에선 각종 해산물과 대게를 저렴하게 구입 할 수 있다. 이렘과 채코제는 동광어시장에서 대게를 구입해 고래불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고래불해수욕장에는 영덕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라반캠핑장이 있으며 해변을 마주하고 있는 카라반은 강아지, 코끼리 등 동물 모양의 4인실, 6인실로 운영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내부는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식사를 즐기고 하루를 보냈다.

▲ 영덕 갈천리에 있는 인문힐링여명. 각종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복사꽃을 배경으로 촬영한 에렘츠라이 씨.

▲인문힐링여명에서 기공 체조를 체험했다.

▲진홍빛이 매력적인 복사꽃.

▲영덕 운서산 기슭에 있는 인문힐링여명의 유적터.

▲영덕 벌영리에 있는 메타세쿼이아숲길.

▲영덕군 카라반캠핑장을 찾은 채코제 씨와 에렘츠라이 씨가 대게 시장에서 구입한 해산물을 먹고 있다.

울진

등기산공원 산책로→등기산공원 스카이워크→죽변항 대게&쿡 대게요리→울진요트학교→울진해양과학관

아쉽게도 다음날 역시 바다는 선상낚시 출조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울진 등기산공원으로 향했다. 등기산공원에선 울진 죽변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세계 유명 등대 모형들이 설치되어 있고 그 중심에선 신석기시대 유물이 출토되어 작은 전시관도 갖추고 있다. 등기산공원 산책로를 걷는다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스카이워크도 꼭 가볼 명소다.
죽변항 한쪽에는 영덕 대게거리처럼 대게 맛집들이 몰려 있다. 이렘과 채코제는 다양한 대게 퓨전요리를 맛볼 수 있는 5층 유리건물의 대게&쿡을 찾았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5층 유리관 아래로 죽변항이 내려다보인다. 마치 전망대에 온 기분이 들었다. 메뉴는 대게라면, 대게 물회, 대게 볶음밥, 대게 비빔국수, 대게찜 등이 코스로 준비되어 있는데, 전 메뉴가 다 맛이 좋다며 이렘과 채코제가 극찬을 했다.
식사 뒤에 찾은 곳은 울진요트학교. 요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역시 바다 기상이 좋지 않아서 이날은 항내에서 요트를 체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울진해양과학관의 망원경 체험, 멀리 울릉도와 독도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울진군에서 1000억원 이상을 야심차게 투자한 해양과학관. 하루 세 번(시간대별 200명씩), 600명만 수용 가능한 해양과학관은 온라인 예약이 매시간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조금 단조롭거나 지루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이렘과 채코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시설에 놀랐고 흥미로워 했다. 이번 여행 이후 정식 교육신청을 하겠다는 다짐을 할 정도로 프로그램이 알찼다.
전망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울릉도와 독도를 볼 수 있었고 그 아래에 설치되어 있는 해저전망대에선 잠수함을 탄 듯 수중생태계를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틀의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체험과 관광, 맛집들이 즐비한 영덕, 울진 여행. 비록 기상악화로 인해 낚시를 할 수는 없었지만 이렘과 채코제에겐 봄날 소중한 추억을 안겨다준 여행이었다.

▲울진 죽변항에 있는 대게 퓨전 요리점 ‘대게&쿡’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오징어 건조장 체험

▲울진 요트학교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심해어의 상태 등을 모형 전시했으며 해양교육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