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배낚시

피문어 선상 스타트

2021 문어大戰이 시작됐다

이영규 기자

▲공현진낚시마트의 돌핀호를 타고 문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강원도 고성 앞바다의 인기 배낚시 상품인 피문어낚시가 지난 4월 1일부터 시작됐다. 피문어는 남해와 서해에서 낚이는 참문어(돌문어)와 달리 별도의 금어기가 없어 연중 낚시가 가능하지만 고성군 낚싯배들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를 자체적인 금어기로 지정해 출조를 자제하고 있다. 자원보호와 더불어 어민들과의 갈등 해소 차원에서 금어기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2일, 공현진낚시마트의 돌핀마린호를 타고 올해 첫 피문어낚시 취재에 나섰다. 공현진낚시마트는 돌핀마린호 외에 돌핀호, 장명호 등 총 3척의 낚싯배를 운영 중인데 이날은 평일임에도 3척의 낚싯배가 모두 출조에 나섰다. 그만큼 피문어낚시의 인기가 높다는 얘기일 것이다.
출항 전 뱃머리에서 만난 서울의 김진호 씨는 “사실 피문어낚시는 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워낙 마릿수가 적기 때문이죠. 잘 낚으면 하루 서너 마리가 평균입니다. 하지만 운이 좋아 10킬로그램짜리 한 마리만 낚으면 우리 가족이 몇 달은 먹을 수 있습니다. 사실 5킬로그램만 되도 작은 씨알이 아니죠”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이성균 씨는 “피문어를 노리는 선상낚시인들에게는 대물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가끔씩 잡지나 인터넷에 등장하는 이삼십 킬로그램짜리 문어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죠. 오늘 그런 행운이 저에게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라며 비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한 마리로 오늘 제 낚시는 끝났습니다." 서울에서 온 박상용 씨가 5kg이 넘는 피문어를 낚고 기뻐하고 있다.

입질인지 헷갈리면 강제집행 필수
오전 6시에 항구를 빠져나간 낚싯배들이 북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10분 정도 전속력으로 달렸다. 전날 피문어가 많이 나온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었다. 도착한 곳은 동호리 마을이 바라다 보이는 간성 앞바다. 연안에서 불과 2km 밖에 안 떨어진 근해였다. 수심은 15~20m였는데 여름~가을에 노리던 70~90m 비하면 엄청나게 얕은 편이다.
그러나 이날은 전날 배 한 척당 25마리 정도 낚였다는 소문과 달리 한 척당 5~6마리 꼴로 피문어가 낚이는 부진을 보였다. 아마도 첫날 수십 척의 낚싯배가 한꺼번에 몰린 것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이에 전날 공략하지 않은 포인트로 이동해 낚시를 해보았지만 이미 오전 시간 대부분을 소비한 상태라 낱마리 조과만 거둔 채 낚시를 마쳐야 했다.
돌핀마린호 최상용 선장은 “단순히 시즌 초반이라 조황이 불안정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피문어는 평소에도 조황 기복이 심한 녀석이기 때문이죠. 그보다는 채비를 좀 더 강하게 갖추고 문어 입질을 정확하게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도 큰 씨알을 걸었지만 밑걸림인 줄 알고 지체하다 놓친 녀석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밑걸림인지 문어인지 헷갈린다면 전동릴을 최대한 강하게 돌려봐야 합니다. 한 번 바닥에 달라붙은 피문어는 좀처럼 떼어내기 어렵습니다”하고 말했다.

▲간성 앞바다로 몰린 낚싯배들. 공현진 피문어낚시 포인트는 항구에서 멀어야 20분 안쪽 거리에서 이루어진다.

▲용인에서 온 허병천 씨의 마수걸이.

10kg 오버급은 바다의 로또
한편 시즌 개막이라 굵은 씨알이 속출할 것으로 기대했던 낚시인들은 평균 2~4kg이 주로 올라오지 다소 실망하는 눈치였다. 보통 산란기 때는 어종 관계없이 큰 씨알 위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반면 문어는 특성이 약간 다르다. 10kg이 넘어가는 대형급 문어는 암컷인데, 봄이 되어 대거 근해로 몰려드는 것은 맞지만 알자리(굴이나 돌틈)에만 은신하는 녀석들도 꽤 많아 낚시에 걸릴 확률이 낮은 편이다. 그와 달리 2~4kg급 수컷들은 왕성하게 돌아다닌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봄에 잔챙이로 느껴지는 씨알들이 자주 올라올 수밖에 없다. 특히 취재일에 이런 경향이 강했는데 그렇다고 봄 패턴이 매번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시즌 초반임에도 어떤 날은 10~20kg급이 마릿수 올라오는 날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낚시인 중에는 피문어 씨알은 가을에 가장 굵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다른 시즌에 비해 확률이 약간 높다는 얘기지 절대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결국 10kg 오버급 대물 문어는 일종에 ‘바다의 로또’라고 보면 될 것이다.
공현진 피문어 배낚시는 오전 6시경 출항해 오후 1시에 철수한다. 철수 후 점심식사를 제공하며 선비는 7만원을 받는다.

문의 공현진낚시마트 010-3352-6692

▲피문어 채비. 20kg 이상급이 걸릴 것에 대비해 바늘이 크고 강한 에자를 끼워 넣었다.

▲ 갑판에 달라붙은 문어를 떼어내느라 고생 중인 낚시인.

▲ 돌핀마린호 최상용 선장이 가프로 문어를 들어내는 중.

▲문어낚시에 사용되는 에기와 반짝이.

▲출조버스 이기선피싱클럽에서 나눠주는 간식. 목장갑과 물수건도 들어있다.

▲부천에서 온 이준수 씨는 2kg급을 낚았다.

▲선두에서 3kg급 피문어를 올린 파주의 남한식 씨.    

▲박진호 씨가 강원도 피문어 채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에서 보듯 반짝이는 최소한으로 다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