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미각 벚꽃참돔을 낚자

어떻게 낚을까?

타이라바 낚싯배만 타면 끝!

김진현 기자

▲여수 백도 해상에 떠 있는 여러 척의 낚싯배. 수 많은 낚싯배가 같은 포인트를 공유하며 참돔을 노리기 때문에 한두 번 오는 찬스를 놓치면 자칫 부실한 조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 3월 26일, 여수 국동항에서 거문도·백도로 매일 타이라바 출조를 나가고 있는 진승준 프로의 진프로호에 동승해 참돔 조황 취재에 나섰다. 진승준 프로는 한국프로낚시연맹(KPFA) 전남지부장 출신으로 프로들 사이에서도 대물 참돔낚시에 일가견이 있는 낚시인으로 유명하며. 지금은 생업을 위해 여수에서 선장을 하고 있다. 갯바위 참돔낚시에 전문가인 만큼 타이라바에서도 그는 빨리 두각을 나타냈고 실력 있는 선장인 만큼 기대를 가지고 취재를 부탁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번 취재도 으레 그랬듯 참돔을 낚는 낚시인은 낚고, 못 낚는 낚시인은 못 낚으며 작은 뱃전이지만 자리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참돔을 낚고 낚지 못하는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고개를 돌려보니 여수 백도 해역에만 진프로호와 같은 낚싯배가 서른 척이 넘게 떠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참돔을 낚았을까? 아마 한두 척이 대박을 맞았다 하더라도 다른 여러 척의 배들은 서로 비등한 조과를 올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초보가 참돔을 낚지 못하는 이유를 진승준 프로에게 배울 수 있었다.

▲여수 백도. 여수 최남단에 있는 섬으로 크고 작은 돌산이 여러 개 군집을 이루고 있으며 주변 수심도 변화가 심한 곳이다. 항상 강한 본류가 지나가고 참돔 자원이 많아 타이라바 명소가 되었다.

STEP 1

제발 챔질하지 마세요!

새벽 3시 여수 국동항. 모두 만선의 부푼 꿈을 안고 오늘은 ‘빠가(대형 참돔)’를 낚겠다고 다짐하는 낚시인들이 채비를 마치고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출조의 목적지는 여수 백도. 남해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섬이며 수심차가 큰 해역에 여러 개의 돌섬으로 이뤄져 있어 물고기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백도엔 낚싯배가 아주 많았다. 서로 포인트를 공유하며 포인트를 드나들고 선장마다 자신 있는 물골(포인트)로 들어가 배를 흘린다. 기회는 아주 짧다. 선장의 부저 신호와 함께 빨리 채비를 내리지 못하면 남들보다 타이라바가 늦게 바닥에 닿기 때문에 그만큼 노릴 수 있는 구간을 손해 본다. 참돔은 어스름을 타고 움직이기 때문에 첫 포인트에 진입할 때부터 긴장해야 한다. 이때 입질이 가장 왕성하므로 실수라도 하면 좋은 조과를 보장받기 힘들다.
해가 뜰 무렵, 이내 뱃전에서는 “히트!”라는 소리와 함께 드랙이 역회전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탄식이 쏟아진다. 경험이 적은 낚시인이 큰 참돔의 입질을 받았지만 초반에 강하게 챔질을 하는 바람에 랜딩 중 바늘이 빠지고 만 것이다. 많은 낚시인들이 실수하는 것이 바로 챔질이다. 입질이 오면 본능적으로 챔질을 하기 마련인데, 참돔은 타이라바의 끝부분, 타이를 깨물듯 쫓아오며 입질을 하기 때문에 처음 한두 번의 어신에서 절대 챔질을 하지 말고 같은 속도로 릴링을 해주어야 한다. 챔질을 하면 순간적으로 바늘이 몸통이나 입에 걸릴 수 있지만 대부분 설 걸리기 때문에 랜딩 중에 떨어지고 만다.
낚시인들이 참돔을 놓치자 진승준 프로는 선내방송으로 “섣불리 챔질하지 마시고 입질이 오면 천천히 릴링을 하다가 초릿대가 완전히 고꾸라지면 그때 살짝 챔질하고 릴링하면 됩니다”라고 안내해주었지만 많은 낚시인들이 참돔의 입질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랜딩 중에 참돔을 놓치고 있었다.

▲백도를 배경으로 진프로호에 승선한 낚시인들이 타이라바를 즐기고 있다.

▲물칸에 가득 담긴 쏨뱅이. 타이라바로 바닥을 찍으면 쏨뱅이가 먼저 입질하기 때문에 타이라바가 바닥에 닿는 즉시 릴을 한두 바퀴 감는 것이 좋다.

STEP 2

제발 펌핑하지 마세요!

그러나 낚시인들이 초보라고 한들 성질 급한 참돔은 단번에 타이라바의 바늘을 삼켜서 흔히 말하는 ‘자동빵’으로 걸려줄 때가 있다. 특히 바늘 하나는 입에 박히고 남은 바늘 하나가 몸통에 박히는 경우 작은 참돔이라도 큰 힘을 쓰는 것이 느껴지는데 그때 초보 낚시인들은 또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바로 ‘펌핑’ 동작이다.
펌핑이란 고기가 과한 힘을 써서 낚싯대로 힘이 전달되면 순간적으로 낚시인이 자세를 낮추며 로드를 높게 들어 대상어의 힘을 상쇄하는 동작인데, 갯바위, 빅게임, 선상낚시에서는 먹히더라도 타이라바에서는 참으로 잘못된 행동이다. 갯바위에서는 불리한 포지션을 극복하기 위해 펌핑 동작이 자연스러운 테크닉으로 통할 수 있지만 타이라바에서는 다르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앞서 말했듯 바늘이 설 걸린 경우 로드를 갑자기 들면 참돔에게 박힌 바늘을 뽑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밑걸림이 생겼을 때 낚싯대를 순간적으로 치켜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타이라바에는 100g이 넘는 헤드가 달려 있는데 헤드의 무게로 인해 바늘이 벗겨지는 일도 더러 있지만, 낚시인이 낚싯대를 과하게 조작하면 헤드에 무게가 더 실려서 바늘이 빠질 확률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수심이 80m가 넘는 깊은 곳에서는 랜딩 과정이 꽤 길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일정한 속도로 올리려 노력해야지 급한 마음에 낚싯대를 들면 참돔의 저항이 거세어져 랜딩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펌핑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드랙을 조금 느슨하게 조정해서 참돔이 일정 이상의 힘을 쓰면 낚싯대를 드는 것이 아니라 드랙이 풀리면서 힘이 상쇄되도록 한다. 버트(손잡이대)를 겨드랑이에 낀 자세를 항상 유지하고 낚싯대는 수평을 유지하면서 같은 속도로 릴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큰 참돔이 걸리면 계속 드랙을 차고나가곤 하는데 그때도 로드로 제압을 시도하는 게 아니라 참돔이 멈추길 기다려야 한다. 백도의 경우 수심이 80m 내외로 깊어서 참돔이 생각만큼 멀리 달아나지 않는다. 멀리 가더라도 베이트릴엔 200m 이상 충분한 양의 라인이 감겨 있기 때문에 섣불리 대응할 필요가 없다. 만약 자신의 베이트릴에 라인이 부족하다면 200m 이상 충분한 양의 라인이 감기는 릴로 업그레이드하길 바란다.

▲체형과 체색이 예쁜 참돔을 보여주는 낚시인. 백도와 같은 원도에서 낚이는 참돔은 색깔이 화려하고 강한 본류를 타고 회유하기 때문에 꼬리지느러미가 길고 날렵한 것이 특징이다.

▲취재 이튿날, 60~70cm 참돔으로 손맛을 본 낚시인이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타이라바 전용대의 초리. 입질은 초리의 움직임으로 파악하며 초리가 완전히 내려갈 때까지 챔질은 금물이다.

▲포인트를 이동할 때 낚싯배 난간에 거치해둔 장비들. 모두 베이트릴 장비를 쓴다.

STEP 3

문제는 80cm 넘는 씨알을 만났을 때

타이라바에 참돔이 풍년인 것은 맞지만 낚이는 씨알은 40~50cm가 주종이다. 마릿수가 터지는 날에는 오히려 씨알이 줄어들어 30~40cm가 많다. 이런 씨알은 초보든 고수든 별 어려움 없이 낚을 수 있다. 타이라바가 인기를 끈 이유도 어린 참돔이 쉽게 잘 낚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80cm가 넘는 씨알을 만났을 때다. 낚시인들은 대물 참돔을 ‘빠가’라고 부르며 ‘이번 기회에 꼭 한 마리 낚아야지’라고 쉽게 말하지만 사실 큰 참돔을 낚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진승준 프로는 “40~50cm 참돔과 80~90cm 참돔의 파워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30cm 참돔은 4짜 광어 수준이지만 80~90cm 참돔은 동급 부시리의 파워를 능가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느다란 타이라바 장비에 대물이 입질하면 초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40~50cm 참돔의 경우 드랙을 조금 차다가 차분히 릴링하면 이내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80~90cm 참돔은 낚시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무한질주를 한다. 여기에서 한 번이라도 대물 참돔을 낚아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실력이 차이난다.
초보가 대물을 걸면 대부분 당황하기 시작하고 앞서 말한 두 가지 실수를 아주 자연스럽게 하지만 고수는 큰 씨알을 걸면 빨리 상황을 판단하고 버티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선장에게 “히트! 크다 크다”를 외쳐서 선장이 대물을 랜딩하기 좋은 쪽으로 배를 돌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아무리 고수라도 참돔이 무한정 차고 나가면 별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에 선장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초보들은 고기를 걸어도 “어어어~”를 연발하며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참돔을 놓치고 나면 놓친 씨알이 대물인지 아닌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타이라바 첫 출조라도 대물을 낚은 낚시인들의 노하우를 반드시 숙지해야 출조 시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대물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90cm 대형 참돔의 경우 머리가 아주 큰데 그 큰 머리를 가진 괴물의 입술에 새끼 손톱만한 바늘이 걸려 올라온 것을 보면 누구나 바늘이 벗겨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만큼 타이라바가 아슬아슬한 낚시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본적인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참돔을 낚는 확률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출조문의 여수 진프로호 010-8796-1242

▲서울에서 온 정자영 씨가 참돔 랜딩에 성공하자 진프로호 박지남 사무장이 뜰채를 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