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중간수영여에서
56CM

감성돔

김강호 서울 낚시인

영등 시즌 중반을 가고 있는 시점에 올해는 예년에 비해 조황도 저조하고 시기에 맞지 않는 씨알의 감성돔이 얼굴을 비치기에 원도권 출조를 망설였다. 하지만 낚시를 가지 않으면 또 무엇을 하겠는가? 추자도로 출조지를 정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조황을 물었으나 특정 몇몇 포인트를 제외하고는 씨알과 마릿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기운이 빠지긴 했지만 영등 시즌에 꼭 대물 한 마리를 보겠다는 각오로 추자도로 향했다. ‘아무리 그래도 추자도인데’라는 생각으로 추자도에 도착, 하추자도 묵리의 추자바다25시 김찬중 선장의 낚싯배를 타고 첫날 섬생이 포인트에 내렸다. 눈먼 고기라도 잡혀주길 바랐으나 전혀 입질이 없다. 가끔 복어들이 바늘을 가지고 도망가는 것 외엔 볼락 한 마리도 물어주지 않았다.
철수하여 주변을 보니 민박집에 40여 명의 낚시인들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하나 감성돔을 만나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를 접했다. 그리고 횟감이 없는 추자도의 저녁상을 맞아본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식사를 하며 ‘내일은 어느 포인트로 가자’, ‘어디에 가보자’, ‘조류가 이렇고 저렇고’ 등등 낚시인들의 열띤 토론이 펼쳐졌지만 조과가 용왕님 뜻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합수지점에서 5마리 연타
다음날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많은 낚시인들이 출조를 서둘렀다. 하지만 나는 아침 식사를 하고 느지막이 출조를 했는데, 마침 선장님이 “중간 수영여가 비었는데 내릴 사람?”이라고 묻기에 선뜻 내가 내리겠다고 하고 포인트를 정했다.
막상 내리니 참돔이 물어줄 것같은 본류가 세차게 흘렀고 참돔이나 한 마리 걸어볼 요량으로 고부력 전유동 채비를 꾸려서 발 앞부터 노렸다. 발 앞은 수심 8m, 조류가 뻗어나가면서 13m로 깊어 졌다가 다시 10m로 올라오는 지형. 그런데 갑자기 잘 가던 조류가 주춤하더니 이내 40cm 감성돔이 한 마리 물고 나왔다. 이게 웬 떡? 감성돔이 들어왔구나 싶어 본류 근처에서 지류와 지류가 만나는 합수지점을 집중 공략한 결과 56cm 감성돔을 낚는 데 성공했다. 한 마리가 아니라 이날 총 5마리의 감성돔을 낚아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날은 다른 낚시인들도 40cm 후반의 감성돔을 여러 마리 낚아 왔는데, 역시 추자도란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루하루가 다른 원도권의 조과에 혀를 내두를 때도 있지만 지금 같은 순간이 있기에 원도권 출조를 멈출 수 없다.

문의 추자바다25시 010-9440-7447

▲줄자를 대니 56cm가 나왔다.

▲추자도 중간 수영여에서 56cm 감성돔을 낚은 필자. 지류가 만나는 합수지점에서 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