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자도

조용히 막 내린 영등감성돔 축제
지금부터 참돔이 주인공이다

이영규 기자

추자도가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기록 경신의 최고 찬스인 영등감성돔 시즌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갯바위낚시의 메인 어종이 감성돔에서 참돔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영등감성돔 시즌은 특별난 호황 없이 조용히 막을 내렸기에 다가올 참돔 시즌에 거는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엄청나게 차고 나가 대형 감성돔인 줄 알았는데 5짜 참돔이었습니다.” 인천피싱클럽 정창범 대표가 섬생이에서 올라온 참돔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영등감성돔 시즌이 맥없이 막을 내린 데는 유례없던 궂은 날씨가 결정타였다.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주의보가 빈번하게 발효되면서 낚시인들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강추위까지 몰아쳐 수온을 끌어내린 바람에 날씨가 좋은 날 번개출조를 해도 조황은 신통치 않았다. 이런 현상은 원도뿐 아니라 근해권에서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5짜마저 드물었던 영등 조황
지난 3월 24일, 올해 마지막 영등감성돔을 노리기 위해 추자도를 찾았다. 내가 찾은 3월 넷째 주는 모처럼 나흘간 맑은 날씨가 예보됐다. 올 영등철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마침 물때도 조금을 지나 이제 막 살아나는 시기여서 영등 대물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첫날은 2물이라 조류가 약했고 남동풍 너울마저 강해 조과가 없었다. 나를 포함해 민박집 손님 5명이 출조 했지만 입질 한 번 못 받고 철수.
둘째 날은 멀리 인천에서 단체출조객들이 묵리25시민박으로 들어왔다. 수도권의 갯바위낚시 버스 출조점인 인천피싱클럽 회원들이었다. 나는 먼저 들어와 있던 수원의 김주현 씨와 묵리포구에서 지척인 섬생이를 찾았고 인천피싱클럽 회원들은 상추자권에 내렸다.
여전히 조류가 약한 탓인지 이날 섬생이에서는 김주현 씨가 올린 40cm급 1마리가 전부. 반면 상추자 염섬과 악생이 등지로 나갔던 인천피싱클럽 회원들은 40~48cm 감성돔으로 손맛을 봤다. 7명이 나가 5마리를 낚아왔으니 기본은 한 셈이다.
셋째 날은 날씨가 완연한 봄날로 변해 좋은 조과가 기대됐다. 너울도 완전히 죽은 이날은 수영여, 나바론, 다무래미 쪽에 손님을 내려놓았다. 그 결과 수영여에서 45cm 전후로 3마리, 다무래미 3번과 5번에서 역시 40~45cm급으로 5마리가 올라왔다. 물때가 4물이라 조류가 약할 것 같았지만 이번 주가 ‘대사리’ 물때라 조류 흐름은 매우 좋았다.
다무래미 3번에 내렸던 인천피싱클럽 조중희 대표는 “물때가 네 물이라 기대를 했는데 초썰물부터 뻘물이 밀려와 당황했다. 다행히 끝썰물이 다 돼 물색이 맑아져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네물인데도 뻘물이 밀려온 것은 이번 사리 물때가 대사리라 그런 것 같다. 이번 사리 물때를 고비로 수온과 물빛이 안정되면 영등 후반에는 좋은 조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철수 후 조과를 체크해 보니 이날은 1인당 평균 1마리 꼴의 감성돔을 낚아 비교적 양호한(?) 조황을 보였다. 다만 씨알이 아쉬웠는데 큰 놈들 대부분이 45~47cm에 머물렀을 뿐 5짜는 한 마리도 낚이지 않았다. 조황만 부진한 게 아니라 5짜 마릿수 출현도 드문 게 올 겨울 추자도 영등감성돔낚시의 특징이었다.

▲다무래미의 혈투! 다무래미 3번자리에 내린 정창범 대표가 감성돔을 히트하자 동행한 김시형 씨가 뜰채 지원에 나섰다.

▲다무래미 3번자리에서 끝썰물에 45cm급 감성돔을 올린 조중희 씨.

▲영등철 후반에 꾸준한 조황을 보여준 수영여.

▲순천 낚시인 김주현 씨는 섬생이에서 농어와 참돔을 올렸다

▲취재 기간 중에 묵은 묵리25시민박.

▲섬생이에서 올린 굵은 감성돔을 자랑하는 인천피싱클럽 정회성(왼쪽), 김태길 회원.

조황 부진 속에 염섬, 수영여 돋보여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기사를 작성하던 지난 3월 7일. 묵리25시민박 김찬중 사장에게 최근 조황을 물었으나 예상 외로 신통치 않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보통 영등철 막판 대사리가 지난 후 조황이 살아나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해는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없다는 게 김찬중 사장의 말이었다.
다만 상추자 염섬에서는 지난 3월 초, 6짜 감성돔 1마리와 5짜급이 여러 마리 낚여 포인트 경쟁이 치열했다는 점 정도가 올 겨울 추자도 영등감성돔낚시의 눈에 띄는 조황이었다.
감성돔 조황이 부진하자 일찌감치 참돔낚시를 준비하는 분위기도 강해졌다. 보통 4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참돔이 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참돔 역시도 입질이 더딘 상황이다. 취재 당시에는 염섬과 섬생이 등지에서 50cm 전후의 참돔이 올라왔지만 마릿수 조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추자도 단골 낚시인 김주현 씨는 “4월로 접어들었지만 물색이 아직은 탁한 영등물빛을 유지하고 있다. 나의 예상으로는 5월은 넘겨야 참돔들이 본격적으로 낚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때부터 볼락과 농어도 함께 낚이기 때문에 루어낚시 장비도 챙겨온다면 더욱 다양한 손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의 하추자 묵리25시민박 010-9440-7447

▲“추자도에서 드디어 머리를 올렸습니다.” 서울 낚시인 김시형 씨가 구멍찌낚시 입문 1년 만에 올린 감성돔을 낚고 기뻐하고 있다.

▲강호남, 조중희 씨의 솜씨. 출조 둘째 날 염섬에서 손맛을 봤다.

▲무안에서 출조한 강성구(왼쪽), 강성윤 씨가 수영여 중간여에서 올린 조과.

▲순천 낚시인 김주현 씨가 섬생이 뒤편 들물자리에서 농어를 걸어 손맛을 즐기고 있다.

▲묵리25시민박의 에이스호가 섬생이에 내린 손님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민박집의 저녁식사. 감성돔회와 농어 양념구이가 등장했다.

▲취재 기간에는 5짜는 드물었지만 45cm 전후급이 주로 올라왔다.

▲상추자 대서리항에서 제주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줄을 선 관광객과 낚시인들.

▲취재 기간 중 굵은 감성돔을 꾸준히 배출한 다무래미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