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69
댐을 만들면 하류의 수질은 어떻게 변하는가?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명예교수·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댐을 만들면 수질이 나빠지는가?
이 질문은 4대강개발사업으로 댐을 여러 개 만들고 나서 녹조현상이 많이 보도되어 정치쟁점으로 발전한 이슈였다. 당시 필자는 한국하천호수학회 회장 자격으로 국회의 환경부 국정조사에 참고인으로 여러 차례 참석하여 견해를 피력하고 과학적 설명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게 yes 또는 no 라는 흑백논리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댐에 저장된 물을 직접 상수원으로 사용하는지 아니면 하류에서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지고, 댐이 하나만 존재하는지 연속된 댐이 설치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유입하는 물의 오염도가 얼마나 심한지, 평가하고자 하는 수질 항목이 무엇인지에 따라서도 결론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에는 저수지가 무려 17,500개나 있다. 면적당 개수로 보면 세계 최다일 것이다. 그것은 여름에만 비가 극단적으로 집중되는 몬순기후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적응이다. 저수지를 만드는 이유로는 갈수기의 수자원 확보가 가장 중요하고, 홍수저감효과도 조금 있고, 발전소득도 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일반인이 잘 모르는 다양한 단점과 이점들이 있다.


가장 큰 부작용은 녹조현상과 어류 회유로 단절
댐의 부작용으로서 가장 큰 것은 녹조현상과 어류 회유로의 단절이다. 흐름이 정체 되고 호수의 인농도가 높으면 여름에 남조류라는 플랑크톤이 서식하며 녹조현상이 발생하는데 절반 이상의 우리나라 호수에서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녹조현상이 발생하려면 높은 인 농도와 체류시간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는데 댐 건설은 그중 하나를 제공하는 것이다. 체류시간이 증가하더라도 인의 농도가 높지 않은 곳에서는 녹조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도시하수가 유입하거나 축산분뇨, 퇴비 등이 유입하면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조건이 충족된다.
어류 이동의 차단도 중요한 생태계 변형인데, 대형 댐보다는 개수가 많은 농업용 보의 영향이 더 크다. 높이 50m의 대형 댐이건 높이 2m짜리 농업용 보이건 어류가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총 34,000개 이상의 보가 존재하는데 이는 거의 하천 1km당 하나꼴이다. 모든 하천에 보와 댐이 너무 많아 댐이나 보를 철거하더라도 상하류에 위치한 댐과 보에 막혀서 어류의 이동성은 조금밖에 개선되지 않는다. 보를 하나 철거한다고 해도 하천 연속성이 개선되는 길이는 1km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근래에는 어류의 이동성을 개선하기 위해 어도를 만들거나 어류를 포획하여 이송 방류하는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다.
댐에 의한 또 하나의 부정적 영향은 대형 댐에서 심층수가 방류될 때 발생하는 저산소현상과 냉수방류이다. 호수에서는 성층현상이 나타나므로 심층수는 수온이 낮고 산소농도가 낮다. 심한 경우에는 무산소 상태의 심층수가 방류되어 하류의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냉수방류는 수중 동물에게 피해를 주며, 기체의 과포화로 인하여 어류 기포병(gas bubble disease)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온이 낮은 심층수에는 질소가 많이 녹아 있는데 댐에서 방류되어 급격히 수온이 상승하면 기체의 포화용해도가 감소하면서 물속에 녹아 있던 가스가 기포를 만들어 혈관을 막는, 사람의 잠수병과 동일한 병을 어류에서 일으킨다. 마치 사이다나 맥주가 압력이 감소하고 따뜻해지면 기포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반대로 녹조현상 감소시키는 수질개선 효과도 있어
한편 우리가 잘 모르는 댐이 주는 이익도 있다. 수자원 공급과 홍수저감이라는 이익 외에 가장 주목할 이익이 수질개선이다. 댐은 흔히 녹조현상을 일으켜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실상은 녹조현상의 원인이 되는 인을 침강제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하류의 댐에서 오히려 녹조현상을 줄이는 효과를 가진다.
인은 흔히 미세부유토사의 입자 표면에 흡착되어 있으므로 저수지에서 침강 작용에 의해 잘 제거된다. 용존되어 있는 인은 식물플랑크톤에 흡수되고, 플랑크톤이 침강함으로써 인이 제거된다. 그러므로 해당 저수지에서는 녹조현상이 발생하지만 하류로 방류되는 인을 감소시켜 하류의 댐에서는 녹조현상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진다. 토목공사 현장이나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탁수를 침강정화하는 효과도 가진다.
정체된 물에서 부유물질이 침강제거되는 기작은 하수처리장에서 부유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토목공사현장에는 의무적으로 침사지를 만들도록 규정되어 있다. 도시지역에서 강우 시 발생하는 탁수는 여러 가지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근래에는 ‘비점오염저감시설’이라는 명칭으로 침전저류지를 만들어 주고 침강에 의해 수질을 개선한 후에 하천으로 방류하고 있다. 한강 상류의 소양호와 도암호에서도 여름이면 심한 탁수가 유입하고 있지만 부유물질의 80% 이상이 침강제거된 후 방류되어 하류에서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안동댐에서는 상류의 광산에서 유출된 중금속이 침강제거되는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저수지에 알루미늄염 응집침강제를 넣어 주면 부유물질과 인의 제거율이 더욱 높아지므로 이 방법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주목해야 할 관광자원가치
저수지가 가지는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관광자원가치이다. 물놀이와 낚시를 즐기고 호수와 바다를 조망하는 경관을 좋아하는 것은 세계 모든 사람의 공통된 욕구이다. 미국에서는 호숫가를 따라 집들이 지어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고 물가에서 떨어진 곳보다 두 배 이상의 가격이 매겨지는 일이 흔하다. 그러므로 미국에서는 호수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때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저수지가 관광지로 이용되고 주변이 위락지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도시를 개발할 때 인공호수를 조성하기도 한다. 일산의 호수공원이 경관을 위해 만든 대형 인공호수의 최초 사례이며, 이후 분당시, 세종시 등에도 여러 개의 인공호들이 만들어져 있다.
호수는 수생곤충, 양서류, 어류, 조류 등의 서식처를 제공하므로 생태학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물과 육지가 접하는 ‘얕은 물가’는 생태계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며 희소성도 있으므로 다른 서식처보다 가치가 높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댐을 적게 만드는 것이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수자원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댐을 만들었다면 잘 관리하고 숨겨진 가치를 발굴하여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양강댐으로 유입하는 소양강의 탁수. 부유물질은 댐 내에서 침강정화되어 방류수의 탁도는 낮아진다.

▲소양강댐에서 탁수가 배출되는 모습. 댐은 부유물질을 침강시켜 농도를 낮추는 긍정적 효과를 가지지만 반면에 탁수배출기간이 장기화되는 부정적 효과도 가진다.

▲일산호수공원. 경관가치를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호수의 사례다.

▲호수는 수생곤충, 양서류, 어류, 조류 등 동물의 서식처를 제공한다(동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