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호 출포리

밑걸림 사투 끝에 44.5cm 개인 기록 경신

김철규

▲드론으로 촬영한 출포리 일대. 수많은 보트들이 수중 수초대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1년 낚시박람회에 갔을 때 대호 출포리에서 낚시하던 이상훈(필드붕어) 후배로부터 빨리 내려오라는 전화가 왔다. 아침부터 입질이 붙어 신나게 손맛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오후 3시경 서둘러 박람회장을 빠져나왔다. 집에 들러 후다닥 낚시 짐을 싣고 이상훈 후배가 보내준 주소지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서산을 넘고 있었다. 필자의 연락을 받고 먼저 도착한 박경식(텐텐) 후배는 철수하는 이상훈 씨를 자리를 물려 받았다.
이번 출조지는 보트 낚시인들이 일명 ‘보트를 론칭하는 자리’라고 부르는 곳 바로 아래였다. 금요일임에도 많은 낚시인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고 본류에는 수십 척의 보트가 떠있었다. 해가 지고 있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대편성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대호 출포리에서 44.5cm 붕어를 올리고 기뻐하는 필자. 낚을 당시에는 45cm였으나 나중에 계측하니 0.5cm가 줄어 있었다.

▲출포리의 일명 ‘보트 론칭장’. 필자 일행은 왼쪽의 논둑에서 낚시했다.

49cm 배스 낚고 허탈~
출포리권은 Y자 형태의 대호만 중 오른쪽 물줄기 상류권 내만에 해당하는 곳으로 서산시의 영탑수로 맞은편에 해당한다. 당진시 대호지 면사무소와 인접해 있다. 낚시한 곳은 도로와 포인트 사이에 논이 있어 논둑을 따라 40~50m는 걸어서 접근해야 한다. 부들 수초가 잘 발달돼 있어 수초직공낚시 포인트도 많다. 주차도 8대 정도는 충분해 본부석을 차리고 낚시하기에도 좋은 여건이다.
내 포인트는 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그 앞으로는 삭아 내린 부들 줄기가 듬성듬성 보였다. 부들 사이에서는 이따금씩 산란하는 붕어들의 몸부림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멀리서 붕어가 나온다는 지점에 4.4칸 대를 배치했고 왼쪽 부들 사이 공간에는 3.2칸 대를 편성했다. 이 두 대에서 입질이 잦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즈음 함께 출조했던 박경식 씨의 아내가 음식을 준비해와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하고 낚시를 시작했다.
헤드랜턴 불을 밝힌 후 본격적으로 낚시하는데 밑걸림이 너무 심했다. 조금만 잘못 던지면 채비가 걸려 채비 손실이 극심한 상황. 어렵게 10대의 대편성을 마치고 밤낚시를 시작한 지 3시간이 지날 때까지 입질은 없었다.
밤 9시 15분이 지날 즈음 오른쪽에 세워져 있던 찌가 살짝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기대에 못 미치는 7치의 작은 붕어였다. 이후 입질이 없어 밤 12시에 휴식을 취했다.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때 옆자리에서 낚시하던 박경식 씨가 찾아와 깨우더니 월척급 붕어 한 마리를 불쑥 내밀었다. 살림망이 없으니 보관을 해 달라는 것이다. 이후 몇 번 더 붕어를 갖고 오는 바람에 완전히 잠이 깨고 말았다. 알고 보니 박경식 씨는 떡밥을 쓰고 있었다. 역시 산란기에도 밤에는 떡밥이 잘 먹히는 것 같았다.
새벽 4시 30분쯤, 어분글루텐을 달아 놓은 중간의 3.8칸 대 찌가 살며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챔질에 성공했지만 거세게 저항하며 옆 낚싯대를 걸고 부들을 감으며 버텼다. 힘쓰는 것으로 보아 대물임을 직감하고 살살 달래며 뜰채에 담는데 성공하였다. 계측자에 올려 보니 33.5cm의 멋진 월척 붕어였다.
이후 날이 밝아 아침낚시를 시작하니 잊을 만하면 가끔씩 입질이 와 준월척 손맛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아침 피딩타임을 즐기고 있을 때 중간 4.0칸 대의 찌가 살며시 올라오더니 옆으로 끄는 것이 보였다. 챔질에 성공해 낚싯대를 드는 순간 엄청난 파워가 전달됐다. 그러나 간신히 뜰채에 담긴 녀석은 49cm에 이르는 런커급 대물 배스였다. 한창 붕어가 나올 타이밍에 포인트를 휘저어 5대의 채비를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아침낚시는 이걸로 땡이다 싶었다.

▲ 필자 일행의 출조 소식에 위문 차 찾아온 후배가 박경식 씨의 자리에서 잠시 짬낚시를 해 월척을 낚았다.

대형 잉어를 건 듯한 착각
오후 1시30분경,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낚시에 집중하고 있을 때 중간에 세워져 있던 4칸 대의 찌가 살며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절정에 다다른 순간 챔질하자 강력한 저항이 손끝에 전해 왔다. 아침에 올린 배스와는 전혀 다른 저항으로 마치 대형 잉어를 걸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마침 이 장면을 바라보던 후배가 “우와 붕어인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가슴 벅찬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계측하자 무려 45cm나 됐다. 이 모든 과정이 필자의 동영상 카메라에 담겼다.
지금은 유튜버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필자가 동영상 조행기를 올리기 시작한 2005년에는 필자 외에 누구도 낚시 동영상으로 조행기를 올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동안 많은 낚시동영상을 기록했지만 이번만큼 의미 있는 장면은 없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붕어를 계측 선반에 올렸을 때는 분명 45cm였으나 셔터를 누르는 순간 앞으로 밀리며 5mm가 줄어들어 사진에는 44.5cm로 찍혔다. 아무려면 어떤가? 45cm는 내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면 될 일이다.
참고로 이곳 출포리권은 낮에는 지렁이 등의 동물성 미끼가 잘 먹히고 밤에는 떡밥에 입질이 활발하니 미끼를 다양하게 준비할 것을 권한다. 이것은 산란기 붕어낚시의 잘 알려진 특징인데, 과거 이 시기에는 아예 떡밥낚시를 하지 않았지만 점차 떡밥으로 밤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이 늘자 붕어의 입맛도 변한 것으로 추측된다.

내비 주소 대호지면 사성리 1039

▲필자 일행의 논둑 포인트. 전방에 부들군락이 자리한 아늑한 포인트다.

▲월척 조과를 자랑하는 박경식 씨 부부.

▲필자의 1박2일 낚시 조과

▲비 오는 날씨에 어울리는 빈대떡.

▲필자의 채비를 몽땅 감아버렸던 49cm 배스.

▲ 44,5cm 붕어를 방류하고 있는 필자.

▲ 민들이 만들어 놓은 분리수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