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용요천

수룡지 퇴수로 알고 보니 최고의 월척 산지

이영규 기자

▲용요천에서 가장 조황이 뛰어난 3번다리 포인트. 한 낚시인이 다리 위에서 직공채비로 붕어를 노리고 있다.

통 저수지 밑 퇴수로라고 하면 씨알보다는 마릿수, 목적한 저수지에서 재미를 못 봤을 때 잔 손맛이라도 보기 위해 찾는 ‘대타낚시터’ 정도로 인식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퇴수로는 전적으로 저수지에서 유입되는 붕어 양에 따라 조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은 폭우 때 무넘기를 넘어온 붕어들이 낚시에 걸려든다. 그러나 여름 장마 때를 빼곤 폭우가 내릴 날이 많지 않다 보니 퇴수로에서 ‘아무 때나’ 재미를 보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용요천에서는 매년 봄 월척 사태가 발생한다. 특이한 점은 다른 퇴수로보다 특별나게 서식 여건이 좋은 것도 아닌데 씨알과 마릿수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용요천의 길이는 약 3km. 맨 하류는 제방을 사이로 바다와 맞닿아 있으며 하류에서 500m 상류 즈음에 보가 있다. 보는 겨우내 물을 담아놨다가 봄철 농번기 때 인근 논에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농번기가 지나면 보를 개방하는데 그때가 4월 말~5월 초순 사이다.
보를 열면 용요천의 수위는 평소의 1m 전후에서 50~60cm 수준으로 급격하게 얕아진다. 그와 동시에 붕어 조황도 급락한다. 수문 개방 전에는 잘아도 8~9치, 보통은 월척 이상급으로 낚이지만 개방 후에는 7~8치가 평균 씨알일 정도로 잘아진다. 다시 겨울이 돼 수위가 오르면 봄까지 다시 굵은 월척을 배출하는 사이클을 갖고 있다. 겨울 얼음낚시 때부터 본격적으로 월척이 마릿수로 올라오는데 지난 겨울에도 이 사이클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남에서 온 이계주 씨가 아침 7시경 올린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 용신교를 건너기 직전에, 용요천 안내판과 함께 멀리 수룡지 제방이 보인다.

▲3번다리 부근에서 수중 갈대밭을 노리는 낚시인.

▲3번 다리 하류 부근에 있는 샛수로.

▲서산에서 온 유동환 씨가 낚싯대 두 대의 채비를 감아버린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올봄 서산, 태안에서 가장 많은 월척 배출
현장 취재에 나선 지난 3월 13일은 충남권 봄 붕어낚시가 활기를 띠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많은 낚시인이 몰렸던 팔봉수로와 잠홍지는 인산인해만 이뤘지 조황은 부진했다. 반면 용요천에서는 매일 1인당 2~3수씩의 월척이 올라왔고 씨알도 턱걸이 월척부터 허리급까지 다양했다. 이런 조황이 해빙기부터 시작돼 취재일까지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사실 나는 용요천 호황 소식을 2월 중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서산 일번지낚시 홍재인 사장이 조황을 전해왔는데 그때는 퇴수로 붕어낚시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봄 산란기가 되면 여기저기에서 월척 소식이 들려올 것이므로 굳이 옹색한 퇴수로를 찾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용요천 붕어낚시는 몇 가지 특성만 알면 누구나 쉽게 월척 손맛을 볼 수 있는데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한적한 주중에 출조해야 손맛 보장
조용해야 조황이 좋다는 건 붕어낚시의 기본상식이지만 용요천에서는 특히 강조되는 사항이다. 폭이 넓어봐야 30m에 불과하고 수심도 1m 이하로 얕다. 낚시자리 바로 뒤편으로 차까지 다니다보니 붕어들이 늘 경계심을 갖는다. 여기에 서로 마주 보고 낚시할 정도로 인기척이 심하다 보니 주말에는 거의 입질을 받기 어려운 게 최대 단점. 따라서 주말보다는 주중 출조가 훨씬 유리하다. 

● 봄이지만 지렁이보다는 떡밥 잘 먹혀
취재일이었던 3월 중순은 산란기가 한창임에도 지렁이보다는 글루텐떡밥에 입질이 활발했고 씨알도 굵었다. 낚시인들은 붕어 몸에 난 상처를 보고 이미 산란을 마쳤다는 분석도 내놓았지만 아무튼 올해 봄 용요천 붕어는 지렁이보다 글루텐 떡밥을 선호하고 있다.

● 수중 갈대 주변을 집중적으로 노려라
용요천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포인트는 수중 갈대밭이다. 다른 수초보다 유독 수중 갈대 군락 주변에서 활발한 입질이 들어온다. 만약 갈대가 몇 가닥이라도 보인다면 그쪽을 포인트로 삼는 게 유리하다.

● 입질 시간 변동이 심하다
어떤 날은 밤에, 어떤 날은 초저녁에, 어떤 날은 오전에만 입질이 활발한 때가 많다. 올해는 특이하게 오전낚시는 부진하고 오후 3시 이후 오후낚시, 그중에서도 해지기 직전 한두 시간 동안 잦은 입질이 들어왔다.

● 봄 외에는 만수 때도 씨알 굵지 않아
용요천의 또 하나의 특징은 봄 외에 만수가 돼도 씨알이 잘게 낚인다는 점이다. 여름 장마 때 홍수가 진 후에도 커야 턱걸이급이 올라오며 봄에 만났던 허리급은 보기 어렵다는 게 현지 단골 낚시인들의 얘기다.

용요천은 서산과 태안을 잇는 수룡지 제방 인근 96번 지방도 밑을 지난다. 서산 방면에서 갈 경우 용신교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해 하류로 내려가는데 500m 정도 가면 곳곳에 포인트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 찾는 낚시인들은 첫 번째로 만나는 ‘1번다리’ 주변에 포인트를 잡지만 실제 조황은 ‘3번다리’ 부근부터 좋은 편이다. 아울러 2번과 3번 다리 부근에는 본수로 좌우로 좁은 샛수로도 나 있다. 이 두 곳은 수초직공낚시로 붕어를 노리는 낚시들이 주로 찾는 편이다. 참고로 차량은 수로의 한 쪽으로만 진행 가능하며 길가 주차공간이 좁아서 개구리 주차를 해야 한다.
용요천 봄 붕어낚시 호황 여부는 최하류의 수문 개폐 여부에 달려있으므로 출조 전 반드시 현지 낚시점에 수문 개방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문의 서산 일번지낚시 010-6505-7887

▲3번다리에서 바라본 상류 구간. 양 연안에서 모두 낚시가 가능하나 왼쪽으로는 차가 다녀 약간 소란스럽다.

▲철수 직전 모아본 붕어들. 10마리 중 8마리 이상이 월척일 정도로 씨알도 굵었다.

▲하남 이계주 씨가 사용한 채비. 스위벨 채비에 긴 목줄 두 가닥을 달아 내림방식으로 사용했다.

▲서산 유동환 씨가 용요천에서 잘 먹힌다는 중앙어수라의 고운 옥수수 글루텐을 보여주고 있다.

▲철수 직전 조과를 자랑하는 하남 이계주 씨와 안양 김해철 씨. 주중에 장박낚시한 김해철 씨는 매일 밤마다 두세 마리씩의 월척을 올렸다.

▲서산 유동환(왼쪽) 씨와 김동우 씨도 마릿수 월척으로 손맛을 즐겼다. 대부분 주중에 올린 것들이다.

서산 방면에서 갈 경우 내비에 ‘용신교(태안군 근흥면 두야리)’를 입력해 찾아간 후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해 내려가면 수로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