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미각 반짝반짝
남해도 갈화리 앞바다에 ‘엑스라지’ 도다리 떴다
김진현 기자 blog.naver.com/yasukkk
남해도에 이만한 도다리 낚시터가 있다는 것을 여태 모르고 있었다. 그게 다 볼락 탓이다. 남해도와 삼천포 일대는 봄이면 볼락낚시에 올인하는 통에 도다리가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 “이건 광어야? 도다리야?” 심재문씨가 특대 도다리를 낚고 환호하고 있다.
도다리는 그동안 경남 진해와 마산 일대에서 봄낚시 상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반면 볼락이 강세인 남해도에서는 굳이 도다리를 상품화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해도에서는 매년 도다리 낚시가 호황을 보여 왔고 오히려 진해나 마산보다 양과 씨알에서 앞서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남해도에서 도다리 낚시가 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달이다. 남해 미조로 감성돔 취재를 갔다가 낚시휴게소 하태암 사장으로부터 “남해도에도 도다리가 잘 낚인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 갈화리 포구. 이곳에서 배를 타고 뒤에 보이는 난초섬 주변으로 나간다.
하 사장의 말에 따르면 남해도의 도다리 시즌은 3월 중순 이후다. 적어도 3월 15일이 지나야 본격적인 도다리 출조를 시작한다니 마산이나 진해에 비하면 한 달 정도 늦는 셈이다. 하태암 사장은 “3월 초에도 도다리가 낚이지만 겨울에 산란을 마친 도다리는 야위어서 살이 거의 없다. 3월 중순쯤 돼야 두툼하게 살이 차고 씨알도 크다. 잔챙이가 맛있다지만 도다리가 제 맛을 내려면 살이 제대로 차올라야 한다. 국을 끓여보면 맛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난다”고 말했다.
▲ 맨 뒤에 앉은 하태암 사장이 도다리를 올리고 있다. 낚싯배 난간에 대를 걸쳐두고 입질을 기다리면 어렵지 않게 도다리를 낚을 수 있다.
살찐 도다리와 쥐노래미의 각축전
3월 4일 오전 9시, 남해 휴게소낚시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갈화리 포구(고현면)에서 출항해 10분 거리에 있는 난초섬 주변에 닻을 내렸다. 바다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도다리 출조를 나선 낚시인은 우리뿐.
낚싯대에 묶음추 채비를 연결한 뒤에 참갯지렁이를 잘라서 바늘에 꿰었다. 채비를 가볍게 던진 후 봉돌이 바닥에 가라앉으면 느슨하게 늘어진 원줄을 팽팽하게 감아 들인 뒤 낚싯대를 낚싯배 난간에 걸쳐두었다. 같은 방법으로 2~3대 더 펼치면 모든 과정이 끝. 초릿대를 바라보며 입질이 오기를 기다렸다.
▲ 도다리와 쥐노래미로 손맛을 톡톡히 본 하태암씨.
하태암 사장은 “굳이 좋은 낚싯대를 쓸 필요 없어요. 릴만 달 수 있으면 되죠. 3~4m 길이에 초릿대가 낭창한 대라면 더 좋습니다. 짧은 대가 배 위에서 다루기 쉽고 초리가 부드러워야 약한 입질도 파악할 수 있어요. 미끼는 청갯지렁이도 쓰지만 참갯지렁이가 월등합니다.”하고 말했다.
첫 입질은 심재문씨가 받았다. 초릿대가 요란하게 떨리기에 올려보니 큼직한 쥐노래미가 올라왔다. 나는 도다리가 아니어서 약간 실망했지만 심씨는 바늘을 조심스럽게 빼낸 후 쥐노래미를 배의 물칸에 집어넣었다.
“이맘 때 쥐노래미는 크고 살이 쪄서 맛이 좋아요. 횟감으로 제격이죠. 도다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산란을 끝내고 연안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덤으로 많이 낚을 수 있어요. 초릿대가 약하게 토독거리면 도다리, 요란하게 떨리면 쥐노래미가 입질한 겁니다.”
쥐노래미의 왕성한 입질 덕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씨알도 대부분 20cm 오버. 하지만 상대적으로 도다리의 입질이 너무 적었다. ‘혹시 도다리가 아직 안 들어 온 것 아닌가’하고 물으니 하태암 사장은 “지금은 조류가 멈춰있어서 쥐노래미가 더 많이 물지만 조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놈들 살찐 것 좀 보소!” 강연훈씨(좌)와 박희준씨의 씨알자랑.
광양만 일대가 거대한 도다리 산란터
과연 오전 11시에 들물이 시작되고 조류가 서서히 흐르자 초릿대에 요란한 어신 대신 약하게 토독거리는 어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릿대가 움직일 때 그대로 가만히 두거나 아니면 낚싯대를 살짝 들어서 채비를 끌어주면 시원한 입질로 이어졌다. 초반부터 굵직한 놈이 낚였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큰 씨알이 올라왔다. 강영훈씨는 한 번에 두 마리씩 올리기도 했는데 “도다리는 식탐이 강해서 한 마리가 미끼를 물고 있으면 주변에 있는 놈이 곧장 따라서 입질한다”며 “어신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때나 약한 어신이 올 때 챔질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두 마리씩 물고 올라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 남해도산 도다리와 쥐노래미로 만든 막썰이 회. 고기들이 살이 차올라 감칠맛을 내기 시작했다.
한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입질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심재문씨는 광어만한 도다리를 낚아냈고 박희준, 강영훈씨는 도다리든 쥐노래미든 두 마리씩 마구잡이로 낚아 올렸다.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만한 조황이라니, 도다리가 남해도 주변에 이렇게 많았던가?
하태암 사장은 “저기 멀리 보이는 광양제철소 주변이 거대한 도다리 산란장입니다. 광양만과 섬진강 하류로 엄청난 양의 도다리가 모여들죠. 그곳에서 산란을 끝내고 봄이 되면 남해도나 여수 아래로 붙는 것입니다. 예전부터 어부들의 도다리 조업도 아주 성행해요.”하고 말했다. 갈화리 앞바다의 도다리 조과는 탁월했다. 회원들은 “큰 씨알은 뼈회로 먹지 못해서 약간 아쉽긴 해도 국을 끓이면 진가를 발휘 한다. 포를 떠서 먹는 도다리 회도 아주 맛있다”고 말했다. 점심때가 되어 쥐노래미와 도다리 회를 푸짐하게 먹었다. 철수 후에는 큰놈을 골라 미역국을 끓였는데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이 아주 일품이었다.
출조문의 남해 휴게소낚시 (055)863-1937
봄철 보양식-도다리 미역국
큰 씨알의 도다리는 국을 끓이면 안성맞춤이다. 도다리는 대표적인 흰 살 생선으로 탕을 끓이기에 좋은데다 새살이 차오르는 봄에 제 맛을 낸다. 미역이나 쑥을 넣어 끓이면 향긋한 봄내음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도다리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장을 빼낸 뒤 핏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배와 등을 흐르는 물에 깔끔하게 씻어야 잡냄새가 나지 않는다. 국을 끓일 때 다른 양념은 넣지 말고 된장이나 간장으로만 간을 한다. 살이 풀어지지 않게 큼직하게 토막내어 넣고 그대로 우려내면 아주 담백한 맛이 난다. 쥐노래미를 함께 넣어도 맛이 좋다.
▲ 담백한 맛이 일품인 도다리 미역국.
너무너무 쉬운 남해도 도다리낚시
●장비는 아무거나 OK
‘장비가 나빠서 도다리가 안 물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주 빳빳한 우럭낚싯대만 아니면 어떤 대도 쓸 수 있다. 릴도 소형, 중형 가리지 않고 원줄은 2~5호 사이에서 아무 것이나 써도 된다. 최적의 장비라면 길이 4m 내외의 초릿대가 낭창한 선상낚시 전용대. 채비는 낚시점에서 판매하는 원투용 묶음추를 쓴다.
●참갯지렁이가 특효
100g(한 통)에 1만원 내외인 참갯지렁이는 청갯지렁이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효과는 몇 배 이상이다. 큼직한 참갯지렁이를 3토막으로 나누어 바늘에 꿰어 쓰면 된다. 참갯지렁이는 살이 단단해 도다리가 완전히 삼켜 버리지 않는 한 주둥이에서 도로 빼내어 두어 번쯤은 다시 쓸 수도 있다.
▲ 2~3명이 나간다면 큰 낚싯배를 타는 것보다 작은 전마선을 타고 나가는 것이 저렴하다. 전마선은 3인승으로 7만원을 내면 하루 종일 탈 수 있다. 포인트까지 견인해주기 때문에 운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10마력 엔진이 달려 있기 때문에 포인트 이동도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