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5짜 붕어를 쏴라
이영규 기자
5짜는 천운
그러나 갈수록 낚기 쉬워지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붕어 낚시인들의 로망은 월척이었다. 한 자, 즉 30.3cm가 넘는 붕어는 낚시인들에게는 명예로운 훈장과도 같았다. 오죽하면 월척이라는 단어가 일상에서도 ‘커다란 행운’ 또는 ‘값진 무언가를 얻었을 때’를 나타내는 상징적 단어가 됐겠는가.
그러던 것이 2000년대로 들어서자 ‘훈장’의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 그때부터 월척은 흔해졌고 적어도 40cm 이상의 4짜붕어를 낚아야 대물조사로 인정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물의 기준이 5cm도 아니고 무려 10cm나 껑충 뛴 데는 익히 알려진 대로 배스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잔챙이 붕어는 모조리 잡아먹히고 큰 붕어만 남게 되니 입질은 뜸해졌지만 대물 붕어를 만날 확률은 높아졌다.
그런데 2021년에 접어든 요즘은 4짜 붕어를 낚은 것만으로는 화제가 못 된다. 적어도 4짜 중후반은 낚아야 대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실제로 5짜가 본격적으로 접수되는 5월호부터는 50cm 이상 붕어들이 월간최대어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대물의 기준이 4짜에서 5짜로 넘어온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책자에 소개되는 것만큼 5짜가 4짜만큼 흔하게 낚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1년 내내 5짜터를 찾아다녀도 48cm 또는 49cm에 머물러 땅을 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본지 객원기자로 활동 중인 순천의 김중석 씨 역시 마의 5짜 벽을 넘기 위해 3년 연속 고흥 해창만수로를 찾고 있다. 그의 최고 기록이 49.5cm다. 김중석 씨가 매년 올리는 4짜 붕어는 10마리 수준. 그러나 아직까지 5짜와는 인연이 닿지 않고 있다. 김중석 씨는 5짜 붕어를 만날 확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월척은 실력이고 4짜는 행운입니다. 5짜는 천운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날씨와 시기를 잘 맞춰 출조해도 결국은 천운이 닿아야 5짜를 품에 안을 수 있습니다.”
월척은 실력, 4짜는 행운, 5짜는 천운
김중석 씨의 말처럼 5짜 붕어는 무조건 노력한다고 낚이는 고기가 절대 아니다. 그러나 5짜 붕어가 잘 낚이는 낚시터의 특징, 시기별 활동 사이클, 입질 시간대와 선호 미끼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뒷받침된다면 약간이나마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5짜조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금까지 총 3마리의 5짜를 낚은 옥올림낚시 전문가 신혁진 씨의 출조 패턴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혁진 씨는 1년 내내 ‘심각하게’ 터 센 배스터만 찾아다닌다. 토종터는 일단 배제하며 배스터 중에서도 4짜 중반급 이상이 낚인 적 있는 곳들만 찾고 있다. 20015년에 군산 강정지에서 2마리(1마리는 보트낚시 조과)의 5짜를 올렸다(참고로 신혁진 씨가 2020년 한 해 동안 낚아낸 4짜는 총 56마리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신의 한수’ 밴드에 출조 때마다 올린 4짜 붕어 기록이 남아있다). 지금껏 10여 년 이상 터센 배스터만 찾아다녔지만 연안에서 낚은 5짜는 겨우 1마리 뿐인 것이다.
신혁진 씨는 “5짜 확률이 높은 낚시터만 찾아다니는 건 대단한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적어도 2박 정도는 꽝 칠 각오를 해야 되죠. 그런 영물은 대부분 늦은 새벽에 찾아올 때가 많습니다. 그 짧은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라고 말했다. 그는 5짜는 천운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확률을 높여나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낚시인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5짜 붕어를 만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필수상식을 알아본다.
5짜 필수상식 1
3월은 월척 시즌, 4월 중순 이후 본격 5짜 시즌 개막
낚시인들은 봄 산란기를 최고의 대물 시즌이라고 말한다. 이때가 되면 산란을 앞둔 큰 붕어들이 얕은 수초대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는 8치부터 턱걸이급 월척이 주로 낚일 뿐 35cm가 넘어가는 허리급도 드물다. 4짜 붕어는 어쩌다 낚일 정도다(간혹 시기에 맞지 않게 큰 붕어가 낚일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4짜 붕어가 잘 낚일 시기는 월척 붕어가 잘 낚일 시기와는 약간의 시간차가 있다. 월척급 붕어가 산란기로 알려진 2월 말~3월 말 사이에 주로 낚인다면, 4짜 이상은 봄 산란기낚시가 막 끝난 4월 이후부터 집중적으로 낚이게 된다. 쉽게 말해 지렁이 미끼로 수초가에 채비를 붙이고, 밤보다 낮에 입질이 활발할 시기에는 월척급이, 수초치기 낚시가 끝나고 지렁이 외에 글루텐, 옥수수 같은 곡물성 미끼에 낮보다는 밤에 입질이 활발한 시기부터 4짜 이상급 시즌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은 5월로 접어들면 전국 각지에서 배수가 진행되어 붕어 조황이 크게 떨어지는데 이때도 5짜급 붕어의 출현이 줄을 잇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기사가 실리는 5월호(4월 15일 발행)까지는 5짜 붕어 기사가 거의 실리지 않다가 5월 15일에 발행하는 6월호에 집중적으로 실리는 게 최근의 양상이다. 그래서 본지 6월호의 붕어 부문 월간최대어상을 수상하려면 51~52cm로는 어림도 없고 적어도 54cm 이상은 돼야 수상이 가능할 정도로 5짜 경쟁이 치열해진다.

▲2020년 낚시춘추 월간최대어 현황

▲2018년 창녕 희야지에서 낚은 55cm 붕어를 보여주는 김용운 씨. 희야지는 내동지와 더불어 창녕을 대표하는 5짜터다.
5짜 필수상식 2
최악의 조건 배수기에도 5짜는 잘 낚여
그렇다면 붕어낚시의 최대 악조건인 배수가 진행 중인 시기임에도 5짜 붕어가 꾸준하게 낚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배수로 인해 수위가 낮아지면서 평소 5짜 붕어가 머물던 깊은 물골 주변을 손쉽게 공략할 수 있게 된 점이다. 또 하나는 낮아진 수위로 평소 차가웠던 깊은 물속 수온이 올라가면서 5짜 붕어의 활성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설이다.
두 가설 중 대물 낚시인들이 꼽는 유력한 원인은 첫 번째인 ‘5짜 붕어 은신처의 노출’이다. 평소 40cm 후반에서 50cm급에 달하는 큰 붕어는 깊은 수심 어딘가에서 ‘소식(小食)’ 하며 행동반경을 최소화하다가 낮아진 수위 때문에 낚시인들의 사정거리에 들어온다는 주장이다.
이 예상은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고 있다. 낚시 경력이 오래된 낚시인들이라면 ‘평소 이 저수지에는 커야 월척급이 주로 낚이는데 수년 전 릴낚시에 4짜나 5짜에 육박하는 대물이 낚인 적 있다’거나 ‘연안에서는 잔챙이만 주로 낚이지만 보트낚시에 굵은 씨알이 올라온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즉 5짜에 달하는 큰 붕어는 서식하지만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연안낚시로 만날 확률이 낮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아주 오래된 고지(古池) 사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저수지가 생긴 지 50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마르지 않았다고 알려진 저수지치고 조황이 좋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곳은 오히려 터가 세고 수초가 너무 찌들어 낚시가 어렵다. 낚시해보면 커야 턱걸이급 정도만 올라올 때가 대부분이다. 큰놈들이 살고는 있지만 쩌든 수초 안에서 나올 생각이 없고 그런 곳은 공략도 힘들어 낚기 어려운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몇 년에 한 번씩 바닥을 보이는 곳은 이듬해면 굵은 붕어가 더 잘 낚일 때가 많다. 특히 완만한 평지형보다는 수심차가 큰 계곡지(또는 준계곡지)에서 이런 현상이 잦은데 그만큼 5짜급 은신처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배수로 수위가 내려간 상태에서 5짜 붕어를 마릿수로 배출하는 창녕 희야지.
5짜 필수상식 3
새우, 참붕어보다 옥수수와 떡밥을 써라
5짜 붕어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미끼다. 보통 대물 미끼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새우와 참붕어를 꼽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새우와 참붕어는 월척 수준의 붕어에게만 잘 먹히는 미끼다. 월척도 커봤자 허리급 정도이며 새우와 참붕어에는 4짜도 드물게 낚인다.
오히려 5짜 붕어는 옥수수, 글루텐떡밥에 자주 올라오며 심지어 새우와 참붕어보다 지렁이에 더 많이 낚였다(본지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까지 새우와 참붕어에 낚인 5짜 붕어는 뒤에 소개하는 나주 연화지 50.8cm 붕어가 유일하다).
언뜻 ‘5짜 붕어는 덩치도 크니까 미끼도 크고 먹음직스러운 새우와 참붕어를 넙죽 받아먹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인 것이다. 이에 대해 5짜를 낚아본 대물 낚시인들은 “5짜 붕어는 사람으로 치면 80세에서 90세에 달한 노인으로 볼 수 있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처럼 식욕이 왕성하지 않고 먹는 양도 적다. 또 무리하게 돌아다니지 않고 매사 조심스럽게 활동하는 것처럼 5짜 붕어는 소극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껏 5짜를 낚은 낚시인들의 채비를 살펴보면 투박한 바닥채비보다는 저부력 찌와 가늘고 긴 목줄을 갖춘 ‘옥내림’ 형태가 많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부 낚시인들은 옥내림 형태의 긴 목줄 채비가 예민하다고 말하지만 좀 더 정확히 표한하면 ‘이물감을 덜 주는 채비’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사가 실린 5월호가 발행될 4월 15일 이후면 전국적으로 5짜 붕어 시즌에 접어들 것이다. 뒤이어 소개하는 5짜 조사들의 ‘나의 5짜터 분석’ 기사를 참고하며 다가올 5짜 시즌에 대비해 보자.

▲5짜 붕어 미끼의 대명사인 옥수수와 글루텐 떡밥.
과거와 크게 달라진 5짜 붕어 입질 사이클
기자는 지난 2005년 무렵부터 ‘5짜 붕어 미스터리’라는 주제로 분석 기사를 다룰 예정이었으나 이때부터 배스가 급속히 퍼져나가는 바람에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당시는 배스 확산 초기라 새우와 참붕어를 사용한 대물낚시가 여전히 잘 될 때였다. 대물낚시가 붐을 이룰 시기라 낚시 패턴이 공격적이었다. 그 결과 5짜 붕어를 걸어내는 빈도도 서서히 높아졌다.
그런데 당시 역시 5짜 붕어는 2~3월 산란기보다 5~6월 배수기에 잘 낚이는 것은 동일했지만 입질 시간대는 지금과는 약간 달랐다. 2010년 무렵까지 올라온 대다수 5짜 붕어들은 거의 낮에 낚였고 낮 중에서도 오전 피크가 끝났다고 생각되는 오전 9시부터 12시 사이의 일명 ‘대낮’이 입질 타임이었다. 미끼도 지렁이나 떡밥에 입질이 잦았다. 그래서 본지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녕 5짜를 낚고 싶다면 밤에는 푹 자고 낮에 새우나 참붕어 대신 지렁이나 떡밥을 미끼로 꿰어 낚시하면 된다”는 얘기를 주고받곤 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5년 이상 흐른 최근에는 낮뿐 아니라 밤에도 5짜 붕어 출현이 잦아졌다. 이것은 아마도 당시 4짜 초중반급이었던 붕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5짜 붕어의 밀도가 높아진 것이 1차적 원인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배스 영향을 덜 받을 때라 5짜 붕어 취이 패턴이 월척이나 4짜급과 분명하게 차별됐다. 그러나 현재는 온통 배스 천지가 되면서 씨알에 관계없이 입질 시간대가 비슷해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