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원산업
새로운 도약 꿈꾸는
대물낚싯대의 본가

이영규 기자

㈜강원산업을 이끌고 있는 반용오 대표. 새로 옮긴 신사옥에서 인터뷰했다.

주식회사 강원산업은 국내 대물 붕어낚시 시대를 선도한 개척자로 꼽힌다. 자체 브랜드로 2003년에 처음 생산한 자수정은 질기고 강한 허리로 대물 붕어낚싯대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 2004년경 출시한 자수정Q는 국내 최초로 0.2칸 단위로 길이를 설계했고, 이후 국내 대물 붕어 낚싯대들이 0.2칸 단위로 출시되는 계기가 됐다. 지난 2월 19일 경산시 와촌면 신사옥으로 이전한 강원산업을 방문해 앞으로의 청사진을 들어보았다.

주식회사 강원산업(이하 강원산업)이 지난해 12월 11일 경북 경산시 와촌면으로 사옥을 확장, 이전하고 새롭게 업무를 시작했다. 옮겨간 신사옥은 대지 1300평에 사무동이 120평, 공장동이 460평이다. 공장동 중 A동에서는 소재, 사상, 도장작업이 이루어지며 B동은 조립과 물류창고로 사용한다. 사무동 1층에는 AS센터와 더불어 수리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도 마련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2월 19일 오후 2시경 강원산업을 방문했다. 이전한 지 두 달여 밖에 안 됐지만 사무동은 말끔히 정비된 상태였다. 공장동도 작업 시설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바쁘게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박진술 홍보이사의 안내로 공장동의 제품 생산라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공장동에서는 국내 모 업체로부터 주문받은 낚싯대의 조립이 한창이었다. 현재 강원산업을 통해 낚싯대를 OEM(주문자가 디자인과 설계를 한 뒤 생산만 의뢰하는 방식)과 ODM(생산업체에 디자인과 설계, 생산을 모두 일임하는 방식) 방식으로 공급받는 곳은 5개 업체가 넘는다. 박진술 이사는 “메이저 낚싯대 업체 중 우리처럼 여러 업체로부터 낚싯대 공급을 요청받는 회사는 없습니다. 현재 두 개 업체에는 주문자 브랜드 방식으로, 세 개 업체는 강원산업 브랜드로 낚싯대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저렴하게 주문할 수 있는 소규모 제조업체를 놔두고 주문자들이 굳이 강원산업을 선택하는 건 그만큼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산업은 지금도 100% 국내 공장에서 낚싯대를 생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보통은 메이져업체도 중저가 일부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회사가 많은 것에 비하면 매우 드문 사례다. 이에 대해 박진술 홍보이사는 “많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 현지 생산을 추진할 때도 우리 강원산업만큼은 국내 생산을 고집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의 기술력이 과거보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국내에서 관리하는 것만큼 꼼꼼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강원산업은 100퍼센트 국내 개발과 생산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30여 분간의 공장동 견학을 마친 후 다시 사무동으로 이동해 반용오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반용오 대표와는 낚시행사 때 만나 짧게 인사를 나누었을 뿐 오늘처럼 긴 인터뷰 시간을 가진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동안 개인적으로도 평소 반용오 대표를 만나 오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이유는 바로 낚싯대 때문이었는데, 낚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강원산업 붕어 낚싯대의 고른 품질과 완성도에 늘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 들어선 강원산업 신사옥.

1999년 창립, 2003년부터 독자 브랜드 자수정 출시
1999년에 창립한 회사는 2000년에 회사명을 강원산업으로 정하고 처음에는 ODM 방식으로 낚싯대를 제작, 납품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ODM이란 ‘Original Design Manufactuaring’의 약자로, 주문자가 생산업체에 디자인과 설계를 모두 맡겨 제품을 공급받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반해 OEM은 주문자가 디자인과 설계까지는 직접 한 뒤 공장에 생산만 맡기는 방식이다. 즉 ODM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은 생산업체가 이미 디자인, 설계, 제조 능력을 완벽하게 갖췄음을 의미한다.
강원산업이 처음부터 완벽한 ODM 방식의 생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반용오 대표의 탄탄한 이력 덕분이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용오 대표는 20대 초반, 서울에 있는 수출전문회사에 다니다가 낚싯대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사촌형님의 권유로 낚싯대 제조업계에 뛰어들었다.
강원산업 창립 이전에 용원산업이라는 외주 하청업체를 3년간 운영했다. 이후 대구의 모 낚싯대 업체에 기술자로 들어가 경력을 쌓다가 퇴직 후 지금의 강원산업을 창립했다. 올해로 대구에 정착한 지 27년째다.
그 기술력으로 2000년부터 약 2년간 중부권의 모 업체에 붕어낚싯대를 ODM 방식으로 납품했는데, 제품을 공급받은 업체가 흔히 말하는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이후 강원산업은 2003년, 자체 브랜드인 자수정을 등록한 후 사명도 KWF강원산업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내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2003년에 나온 자수정에 이어 2003년 후반에 출시된 자수정 드림은 때마침 붕어낚시계에 몰아친 대물낚시 붐을 타고 날개돗힌 듯 팔려나갔다. 이전까지 붕어낚싯대는 ‘최대한 가볍고 가늘어야 된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대물낚시는 거친 수초밭과 장애물 지대에서의 강제집행이 필수였다. 다소 무겁더라고 강하고 질긴 허리힘을 갖춘 낚싯대가 절실했고, 자수정 시리즈가 그 요구에 부합했다.

0.2칸 단위 대물낚싯대 주도
이후 대물낚시인 윤기한 씨의 자문을 거쳐 출시한 자수정Q는 국내 붕어낚싯대의 길이 표준을 바꾼 계기가 됐다. 수초대를 주로 노리는 대물낚시는 기존 0.4칸 단위보다 좀 더 칸 수를 좁혀야 한다는 전문 낚시인들의 조언을 과감히 받아들여 0.2칸 단위의 낚싯대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로도 대물 붕어낚시인들로 구성된 필드스탭을 운영하며 제품 개발에 실전 테스트 결과를 적극 반영해 나갔다. 특히 0.2칸 단위 낚싯대 생산 당시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게 반용오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죠. 0.2칸 단위로 낚싯대를 만들면 당연히 낚싯대 길이가 다양해져 더 많은 생산비가 들어갑니다. 낚시인들의 금전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고 과연 낚시인들이 0.2칸 단위로 낚싯대를 모두 사줄 것인가도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걸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옳았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자수정 드림과 자수정Q는 연간 5만대가량 판매되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강원산업이 대물 붕어낚싯대 전문업체로 인식되게 된 데는 생산 방식의 차이에도 이유가 있었다. 반용오 대표는 “제조공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원단 배열에 차이가 있습니다. 고탄성 카본의 경우 보통은 1T짜리를 써야하는데 우리는 강도를 높이기 위해 0.5T짜리 두 개를 감습니다. 그런데 1T짜리의 원가가 1만원이라면 0.5T짜리는 그 절반이 아닌 6~7천원에 구입해야 합니다. 원가는 더 들지만 튼튼한 낚싯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2000년 대 중반부터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록시(Roxy)는 다소 경량화한 모델이다. 배스의 유입으로 생미끼보다는 글루텐, 옥수수 등의 미끼의 비중이 높아지자 그에 맞춰 출시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가볍고 앞치기도 잘 돼 전천후로 쓸 수 있다.

2015년 무렵부터는 록시골드를 출시했고, 2018년부터는 자수정Q를 대체한 히어로가 등장했다. 히어로는 자수정Q보다 질기고 강한 대물 전용대다. 록시 골드 이전에 출시한 클라우드 또한 대물 전용대로 많은 애호가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붕어 전용대로 출시된 경량 버전 클라우드 운의 인기도 지속 중이다.
한편 강원산업은 지난 2006년 중국 절강성 천도호에서 제1회 국제낚시대회를 개최하며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다. 중국 절강성 항주시와 경산시가 자매도시를 맺고 있어 강원산업이 경산시 대표 회사 자격으로 절강성 천도호 발전공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천도호를 낚시터로 개발하고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려던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양국의 낚시문화가 잘 맞지 않았고 중국이 공산국가이다 보니 시장 개척에 적잖은 장애물들이 등장해 난관을 겪기도 했다.

공장동 작업실. 낚싯대 제조의 원료가 되는 고품질 카본 원단들이 보인다.  

반용오 대표가 강원산업에서 개발한 우럭 낚싯대를 보여주고 있다.

탄탄한 기술력으로 생활낚시 장르까지 사세 확장
붕어낚싯대 위주로 생산하던 강원산업은 2010년 무렵부터 루어낚싯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배스낚시 장르였다.
2015년 무렵부터는 돌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바다 생활낚시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바다낚싯대도 생산도 시작했다. 무늬오징어용 루어대인 가이다팁런, 주꾸미 루어대인 가이아TS(주꾸미 티탄)은 물론, 바다 릴찌낚싯대엔 인터피아 레전드, 파로스 돌돔대, 원투낚싯대 파로스 캐스트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혹시 민물낚시 인구의 감소가 제품 생산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고 묻자 반용오 대표는 “그렇습니다. 우리의 분석으로는 바다낚시에 새 인구가 느는 게 아니라 민물낚시인들이 바다낚시로 유입되는 폭이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젊은층의 붕어낚시로의 유입은 주는 추세입니다”라고 답했다.
민물 대물 붕어낚싯대 강자로 입지를 굳힌 강원산업. 금번 신사옥 이전을 기점으로 루어, 바다낚싯대 시장으로 사세를 확장해 국내 최고의 종합 낚싯대 업체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