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볼락 가뭄 해결책

해초군락 찾아 바닥층을 노려라

김진현 기자

▲김영규 씨가 남해 설천면 월곡마을의 작은 방파제에서 볼락을 노리고 있다. 해초 주변으로 작은 볼락이 많았고 해초 뿌리 부근을 노리면 큰 씨알도 낚였다.

올겨울 볼락낚시 조과는 실망스러웠다. 조과는 부진했고 출조하는 낚시인도 적었다. 어디를 가던 잔챙이가 너무 많았다. 루어로 바닥을 ‘박박 긁으면’ 어쩌다 큰 볼락이 입질을 하지만 마릿수 조과를 거두려면 남다른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월 14일 부산 낚시인 김영규 씨와 함께 남해군 설천면 일대로 볼락낚시 출조에 나섰다. 남해도에 봄볼락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남해도에 도착한 직후 볼락낚시터로 유명한 물건방파제, 양화금방파제, 대지포방파제를 둘러보았지만 낚시 여건은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해초가 적게 자란 곳이 많았고 일부 구간은 너무 많은 양이 자라 있어 낚시를 할 수 없었다.

손 덜 탄 방파제를 찾아라
규모가 작더라도 해초가 많은 방파제를 찾아보기로 했다. 남해도는 동쪽과 서쪽의 낚시 여건에서 차이가 나는데, 동쪽은 대형 방파제가 많고 물색이나 지형이 거제도, 통영과 비슷한 반면, 서쪽은 얕은 곳을 위주로 소형 방파제가 많으며 물색이나 지반 여건이 여수와 비슷하다. 남해도 북서쪽의 설철면 일대를 돌아보았다. 설천면 일대엔 방파제 규모가 작아서 낚시인들의 손이 덜 탄 곳이 더러 있는데, 그런 곳을 찾기로 했다.
김영규 씨는 “요즘은 기상이 나빠서 먼 바다의 볼락 조황이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심이 얕고 암초가 많은 내만으로 붙박이 볼락들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방파제와 갯바위가 이어져 있는 자리에 해초가 자라 있다면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들물 시작하자 입을 연 볼락
해가 진 후 도착한 곳은 남해군 설천면 덕신리에 있는 월곡마을방파제. 월곡마을 아래에는 작은 규모의 방파제가 3개 있는데 우리는 가장 바깥쪽에 있는 방파제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채비는 2인치 볼락웜에 1.2g 지그헤드를 사용했다. 해초 주변을 노리니 15cm 내외의 작은 볼락이 올라왔다. ‘여기도 잔챙이뿐인가?’ 계속 해초 주변을 공략했지만 기계로 찍어낸 듯 똑같은 씨알의 잔챙이 볼락이 올라왔다. 길이가 15cm 남짓 되니 방생하기도 물칸에 담기도 애매했다.
조류의 흐름이 바뀌면 낚이는 씨알이 나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들물에는 더 집중해서 낚시를 했다. 하지만 좀처럼 볼락의 씨알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해초 주변은 포기하고 되도록 먼 곳으로 채비를 던져 바닥을 주로 노렸다. 지그헤드는 3g으로 바꾸고 바닥 공략에 효율적인 벌레 타입의 웜을 사용했다. 김영규 씨는 릴찌낚시도 병행했는데 채비 수심을 바닥에 맞춘 후 해초 너머에서 입질을 받을 수 있도록 채비를 운영했다.

▲해초군락 상층에서 낚인 잔 씨알의 볼락.

▲브리덴의 메탈지그 바이슬라이더(좌)와 비너츠40 SP. 메탈지그는 먼 곳을 공략하기 유용했고 미노우는 만조 때 해초가 완전히 물에 잠긴 곳의 수면을 노릴 때 유리했다.

▲전지찌를 채비한 릴찌낚시 장비. 지렁이를 미끼로 써서 최대한 멀리 노릴 때 좋다.

▲김영규 씨가 해가 지기 전에 연안 해초 주변을 탐색하고 있다.

히트채비는 3~5g 지그헤드 + 벌레형 웜
최대한 멀리 채비를 날려서 전방 30~40m 지점을 공략했다. 그렇게 하니 15cm가 넘는 씨알의 볼락이 낚였고 조금 지나니 20cm 내외도 올라왔다. 김영규 씨는 “낚시자리 주변에 해초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그곳에 볼락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산란 전후의 볼락은 예민하기 때문에 발밑에 있을 확률은 낮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 잔챙이입니다. 특히 이곳처럼 수심이 얕은 지역이라면 볼락은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해초 주변에 많습니다. 해초는 수중여 주변에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해초가 곧 수중여라고 생각하고 해초의 중상층보단 바닥을 노리면 큰 볼락을 낚을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공략 방법을 바꾸니 간간이 큰 볼락을 낚을 수 있었다. 채비를 멀리 던진 후 천천히 바닥을 노리면 20cm가 넘는 볼락이 입질을 했다. 더 멀리 노리기 위해 원투용 던질찌를 사용할까 생각했지만 너무 먼 곳은 집어등의 효과가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전방 20m 지점에서 입질을 받는 식으로 채비를 운영했다.
주의할 점은 해초 주변에서 입질을 받으면 볼락이 해초에 감기기 때문에 강제로 끌어낼 수 있도록 목줄을 최소 2호 이상으로 굵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던질찌나 싱커 등 거치적거리는 소품을 달면 해초에 엉켜서 빠지지 않으므로 채비는 지그헤드만 사용한다. 멀리 캐스팅하기 위해 3~5g의 무거운 지그헤드를 사용하고 원줄은 합사 0.2호 내외로 가늘게 사용하면 멀리 노리는 것에 문제가 없다.

물색 변화를 지켜보라
볼락의 활성은 들물이 진행되고 밤이 깊어갈수록 나아지기 시작했다. 18~23cm 볼락이 꾸준히 입질을 해 충분한 손맛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자정이 되어 들물이 끝날 무렵이 되자 물이 갑자기 차게 느껴지고 기온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또 물색도 갑자기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그 후부터는 볼락의 입질이 서서히 떨어졌다.
겨울에는 물색이 갑자기 맑아지고 수온과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 종종 있는데 이럴 때는 조과가 좋지 않다. 흔히 말하는 ‘청물이 든다’는 현상으로 해가 질 무렵만 해도 탁했던 물색이 금세 맑게 변했다. 볼락낚시에 가장 좋지 않는 징조가 청물이다. 김영규 씨는 올해는 유독 밤에 청물이 드는 날이 많다고 한다.
이렇듯 청물이 들었다면 다른 포인트를 찾아 나서는 것이 상책이다. 인근의 방파제도 비슷한 상황일 확률이 높으므로 먼 거리의 낚시터를 찾아야 한다. 섬 서쪽의 월곡마을방파제에 청물이 들었으므로 반대편인 동쪽 연안의 낚시터를 찾는 것이다. ‘볼락 조과는 발품이 좌우한다’는 말처럼 부지런히 포인트를 찾아다니면 남들보다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다.

내비 주소 설천면 덕신리 산 302-1

▲12cm 볼락(좌)과 22cm 볼락. 상층에서는 잔챙이가 주로 나왔고 바닥층에서는 큰 씨알이 낚였다.

▲바닥을 노릴 때 사용한 3g 지그헤드채비. 웜은 브리덴의 ‘로치’다.

▲메탈지그를 사용해 먼 곳을 노려 20cm가 넘는 볼락을 낚은 김영규 씨.

바닥을 노린 후에 거둔 조과. 20cm 내외로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었다.

들쭉날쭉 볼락 조과
찾을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연안에서 볼락을 낚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발품을 팔며 이곳저곳 부지런히 다니는 것이며, 둘째는 집어등을 켜거나 가로등 불빛 아래에 자리를 잡고 이동 없이 한자리에서 계속 낚시를 하는 것이다.
발품을 파는 것은 이곳저곳에서 잔챙이 볼락이 많이 낚으려 할 때 유용한 낚시 방법이다. 대부분 중상층에서 속전속결로 입질이 이뤄지기 때문에 마릿수 조과는 좋지만 볼락의 씨알이 크지는 않다. 그리고 물색, 수온, 조류 등 포인트에 변화가 생겨서 볼락이 입질하지 않으면 자리를 옮겨야 한다.
그에 비해 한자리에서 볼락을 노리면 전 수심을 꼼꼼하게 노려야 하는데, 바닥층에서 큰 씨알의 볼락을 기대할 수 있다.
두 방법 중 어떤 것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낚시를 해야 ‘정신건강’에 이롭다. 어떤 낚시인들은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고, 어떤 낚시인들은 한곳에 머무는 것을 지겨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