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평택시청의 배짱 행정
평택호 낚시금지, 결론 내놓고 의견수렴 시늉만?
낚시계, 잇단 면담자리에서 근거 대며 철회 요구해도
‘낚시는 수질오염원, 시 정책 협조해달라’ 말만 되풀이

서성모 편집장

지난 2월 4일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을 행정예고한 평택시가 의견수렴기간 마감일인 2월 25일을 하루 앞두고 행정결정을 2~3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2월 24일 열린 ‘진위·안성천 지정 관련 대면 면담회’에서 나왔다.
평택시는 관할 내 진위천과 안성천 전 구간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정하는 방안을 행정예고했다.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 진위천과 안성천 구간은 평택호 3/4에 해당하는 수역이다. 평택시가 낚시금지 행정예고를 하자 낚시계는 철회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평택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월 24일 면담회엔 정장선 평택시장, 김진성 환경국장 등 시 관계자와 한국루어낚시협회, 한국배스프로협회, 평택시낚시협회 준위비원회 등 낚시단체 임원들과 배스낚시인 서정은, 안지연 씨 등이 참석했다.
면담회는 ‘평택호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낚시금지구역을 지정할 수밖에 없는 시의 입장을 이해해달라’는 평택시의 입장과, ‘낚시는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낚시금지 대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법이 적합하다’는 낚시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평택시는 면담회 자리에서 낚시금지구역 지정 행정결정을 2~3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낚시금지 행정예고, 2월 26일에서 2~3주 연기
평택시는 평택호 의견수렴기간이 끝나는 2월 25일 다음날인 26일,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공고를 할 방침이었다. 평택시는 지난 2월 6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2월 26일 지정공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고 그 내용이 지난 3월호에 실린 바 있다. ‘반대할 테면 해봐라’는 식의 평택시의 행정은 낚시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2월 24일 면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면담회를 이끌어낸 주인공은 만화가이자 배스낚시인인 서정은, 안지연 씨였다.
서정은, 안지연 씨는 2월 19일 평택시청에 직접 찾아가 피켓 시위를 벌였다. 안지연 씨가 ‘전국 900만 낚시인 여러분 평택시장님께선 평택호 낚시금지를 선택하셨습니다. 여가증진 하는 게 아니라 여가금지입니다’라는 문구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평택시청 현관 앞에 섰고 서정은 씨가 실시간으로 생방송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시위 중 평택시 측으로부터 ‘낚시인들과 만나겠다’는 얘기가 나왔고 2월 24일 면담회 날짜가 잡혔다.
김진성 환경국장 등 시 관계자들은 시위를 하던 두 사람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이때 시 측으로부터 나온 얘기가 ‘루어낚시로 한정한 낚시허용구간 연장 운영안’이었다. 낚시, 취사, 야영을 금지한 안성천과 진위천 구간 중 2.2km 구간에 대해선 낚시를 허용했는데 추가로 5km를 더 연장하되 루어낚시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대낚시도 허용해야 하고 떡밥 미끼는 수질오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떡밥은 수질을 오염시키기 때문엔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2월 24일 면담회가 끝난 후 낚시계엔 평택호낚시금지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구성되었다. 비대위엔 면담회 참석 단체 외에 안지연 씨가 동호인을 대표해 참여하고 평택시 낚시계를 대표해 평택붕어낚시인협회와 평택 서진낚시가 추가로 합류했다.

▲ 지난 2월 19일 평택시청 현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안지연 씨.

떡밥은 수질을 오염시켜서 안 된다
비대위가 구성되면서 낚시계의 평택호 낚시금지 반대운동은 구심점을 갖고 추진력을 갖게 되었다. 안지연 씨는 낚싯대를 쥔 주먹에 ‘평택호 낚시금지 철회라’는 글자를 써놓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상에 공유하는 주먹 챌린지를 주도해 낚시인의 참여를 유도했다. 많은 낚시인들이 큰 호응을 보이며 주먹 챌린지에 동참했다.
비대위의 보폭도 넓어졌다. 3월 8일엔 평택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홍기원 의원, 이어서 2월 11일엔 평택시의회 홍선의 의장과 면담을 가졌다. 국회의사당 홍기원 의원실에서 진행된 2월 8일 면담엔 한국낚시협회 김정구 회장이 참석해 평택시가 국민레저로서의 낚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안지연 씨는 주먹 챌린지 인증샷을 모아 의원실에 전시해 평택호 낚시금지에 대한 낚시인들의 반대의견을 전했다. 면담이 끝난 후 홍기원 의원은 평택호 상황을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3월 11일 평택시의회 면담에서 비대위는 평택호 낚시금지 적용 법인 하천법의 위법성을 제기했다. 하천법 제46조엔 떡밥, 어분 등 미끼를 사용하여 하천을 오염시키는 낚시 행위만 금지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루어나 생미끼까지 금지시키는 것은 자의적 해석에 따른 월권이고 나아가 위법이라는 것이다. 평택시의회 홍선의 의장은 이에 대한 법리 해석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기원 국회의원, 홍선의 평택시의회 의장과의 면담은 평택시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입법 수장에게 평택호 낚시금지의 부당함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문제는 평택시청의 변함없는 자세다. 낚시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낚시금지 행정결정 일자를 연기하고 제한적 낚시허용구간운영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낚시금지구역 지정이라는 기본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비대위 측은 면담 자리마다 평택시청 직원들이 참석했는데 직원만 바뀌어 나올 뿐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세 차례의 면담을 모두 참석한 한국루어낚시협회 정민철 사무국장은 “면담을 할 때마다 낚시가 수질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근거로 대면서 수질오염을 이유로 낚시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계속 얘기해왔다. 평택시청 직원들 역시 낚시가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근거가 부족한지 두 번째 세 번째 면담 자리에선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제안한 제한적 낚시허용구간에 대해 낚시계가 빨리 조치를 취해달라고만 하더라”하고 말했다.

1 지난 2월 24일 평택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위·안성천 지정 관련 대면 면담회’.

2 지난 3월 8일 국회의사당 의원실에서 진행된 홍기원 의원 면담.

3 홍기원 의원 일행이 안지연 씨가 전시한 평택호 낚시금지 철회 주먹 챌린지 인증샷 모음 피켓을 보고 있다.

4 지난 3월 11일 평택시의회 의장실에서 진행된 비대위 면담.

3월 8일 홍기원 평택시 국회의원, 3월 11일 홍선의 평택시의회 의장 면담
평택시가 평택호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이유 중 하나인 쓰레기 문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의 관리감독 능력부족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낚시시민운동단체 ‘낚시하는 시민연합’은 평택호 낚시금지 행정예고 이후 평택호에서 쓰레기 줍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낚시하는 시민연합 김욱 대표는 “평택호의 쓰레기를 보면 낚시 쓰레기도 있지만 생활 쓰레기도 상당수인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면담이 거듭될수록 평택시가 평택호의 쓰레기 관리감독이 소홀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전한다.
평택시가 평택호 낚시금지 이유로 들었던 낚시수질 개선과 낚시터 쓰레기 문제는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평택시가 연기한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 행정결정 공고일은 2월 26일에서 3주가 지난 3월 17일이다.
한편, 평택시는 평택시장이 참석한 면담회가 열린 2월 24일 다음날인 25일, 2030년까지 평택항과 팽택호를 개발해 평택시를 서부권 명품도시로 육성한다는 ‘서부지역 뉴프런티어 선언식과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서 평택호 개발과 관련해서는 평택호관광단지를 조성하고 농업생태원, 오성누리광장, 해양생태공원, 그린수소단지, 수변친수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주 사업 내용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