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 섬으로 떠나는 낚시와 여행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품은
통영 사량도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경남 통영에는 다도해多島海라는 수식어가 걸맞게 섬이 많다. 통영에만 300여 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 사량도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속하는 지리산을 품고 있는 섬으로 유명하다. 연간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는 사량도로 떠나보자.





▲ 상사량도 옥녀봉에서 촬영한 사량대교 일출. 우측 섬은 하사량도며 멀리 보이는 곳은 통영 미륵도와 고성이다.




경남 통영시에 있는 사량도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시기는 약 10년 전. 전국에 등산 열풍이 불었고 그 열기는 통영의 외딴 섬까지 번졌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만해도 봄이 오면 등산 동호인들은 단체로 사량도로 방문해 등산을 즐겼는데, 사량도를 좋아하는 등산인들은 사량도의 산봉우리를 보고 금강산에 견줄 만큼 절경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낚시인들에게 사량도는 가을에 감성돔과 갑오징어가 잘 낚이고 겨울과 봄엔 볼락이 잘 낚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통영과 고성에서 낚싯배를 타고 출조할 수 있으며 차를 가지고 섬으로 들어가 차박을 즐기며 낚시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뜻밖의 가오치행
지난 2월 19일, 자동차에 볼락, 갑오징어 장비를 싣고 통영 사량도로 향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출발, 풍양카페리가 출항하는 고성 용암포까지의 거리는 400km가 넘기에 오전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오전 배를 타기 위해서는 하루 전에 선착장에 도착해야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오후 1시에 배를 탈 계획이었으나 고성 용암포에 도착한 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선착장에 도착한 직후 너무 조용하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객선이 정기점검(2월 28일까지)으로 인해 결항한 것. 출발 전에 여객선사에 전화를 해서 출항 여부를 물었어야 했는데 으레 출항하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급하게 가까운 삼천포항으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삼천포항에서 사량도로 출항하는 ‘가자 세계로’호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항. 결국 멀리 떨어진 가오치선착장에서 배를 탈 수밖에 없었다. 가오치선착장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두 시간 간격으로 정기 운항을 하고 있는 덕분에 무사히 사량도로 갈 수 있었지만 그 때문에 나는 총 5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해야 했다.


섬에서 맛본 흑돼지
코로나19의 영향 탓인지 여객선에는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갑판장에게 ‘요즘 관광객이 많이 줄었느냐’고 물으니 ‘등산객은 대부분 오전 첫배로 들어가고 낚시꾼은 오후 마지막 배를 타고 들어간다. 지금은 사람이 많을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량도로 입도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데 주로 오전, 오후에 붐비고 점심 전후는 한산하다는 것이다.
가오치선착장에서 출항 후 20분이 지나자 상사량도와 하사량도를 연결하는 사량대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량도는 두 개의 섬이 연결되어 있어 한 번에 두 섬을 둘러볼 수 있다. 섬의 높은 산봉우리 정상은 암반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런 봉우리가 여러 개 이어져 있다. 등산인들은 그런 봉우리에 매료되어 사량도를 찾고 있으며 지리산(내륙의 지리산과 이름이 같다)과 옥녀봉은 그중에서도 가장 명물로 꼽힌다.





▲ 1 통영 가오치항에서 출항해 상사량도 금평항에 도착한 그랜드페리.




▲ 2 상도(좌)와 하도를 연결하는 사량대교.




▲ 3 상사량도 금평항 뒤편으로 가게가 늘어서 있다. 식당, 횟집, 낚시점, 편의점 등이 있다.




▲ 4 카페리가 다니기 전에 통영, 여수, 남해 뱃길을 연결한 엔젤3호.




출항한 지 40분이 지나 도착한 곳은 상사량도의 금평항. 여느 섬마을의 분위기와 다를 것이 없지만 많은 관광객이 드나들어서인지 여객선터미널 주변으로 식당이 즐비했다. 대부분 관광객을 위한 횟집이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을 방문하고 싶었다. 마을을 걷다 사량초등학교 주변을 지날 쯤 특이하게도 섬에 흑돼지전문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게 이름은 산청 흑돼지전문점. 많은 사람들이 흑돼지는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지만 경남 산청의 지리산 일대에서도 흑돼지 사육을 하고 있으며 이 가게에서는 산청 흑돼지를 재료로 사용한다고 했다. 1만원짜리 흑돼지수육백반을 시키니 고기, 국, 밑반찬으로 푸짐하게 상이 차려졌고 500km 운전의 고행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하사량도 덕동방파제는 볼락 호황
식사를 마친 후엔 곧바로 포인트 탐색에 나섰다. 사량도는 갑오징어낚시터로 유망한 곳이지만 2월은 한겨울이라 갑오징어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갑오징어 명포인트로 꼽히는 상사량도의 대항항, 옥동항, 하사량도의 먹방방파제, 외인금방파제 등을 둘러보았으나 갑오징어를 낚을 수 없었다. 대신 해가 질 무렵부터 시작한 볼락 루어낚시에는 어렵지 않게 볼락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해초가 적당히 자란 상사량도 옥동항에서는 1타1수로 볼락을 낚을 수 있었지만 씨알이 10cm 내외로 너무 작았다. 밤이 되자 기온이 급락하는 바람에 충분히 손맛을 볼 수 없었지만 다음날 아침 다른 낚시인들의 조과를 확인하니 하사량도 덕동항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들은 20cm 내외의 볼락을 여러 마리 낚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량도에서 낚시를 할 때는 한 자리에서 오래 낚시를 하는 것보단 바람이나 조류의 움직임에 맞춰 섬 곳곳을 둘러보며 낚시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낚시는 2인1조로 출조해서 운전을 교대로 하며 여러 곳의 포인트를 둘러보는 것이 유리하다.
늦은 밤이 되어 상사량도 대항항에서 차박을 했다. 사량도의 장점이라면 방파제로 차량의 진입을 막는 곳이 없고 차박이나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무료 캠핑장도 섬 곳곳에 있으며 마을 곳곳에 펜션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숙박을 하는 것은 걱정이 없다. 등산을 하려면 펜션이 좋지만 늦은 밤과 이른 아침에 낚시를 하려면 차박이 효율적이다.



<Travel Guide 1>


사량도 가는 길
육지에서 사량도로 가는 방법은 총 4가지다.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여객선터미널, 경남 통영시 미수항, 경남 고성군 하일면의 풍양카페리(용암포), 경남 통영시 도산면의 가오치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된다. 모두 차를 싣고 섬으로 갈 수 있는 카페리가 운항되고 있다. 그런데 삼천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사량도로 운항하는 ‘가자 세계로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운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잠정 운항을 중단한 상태이므로 이용할 수 없으며 오는 3월 중순에 운항을 개시할 예정이다.
나머지 3곳의 여객선터미널은 제각각 장단점이 있다. 통영시에서 가까운 미수항의 ‘나루칸 카페리’는 외지에서 접근하기 쉽지만 선비가 10% 이상 비싸고 편도 50분 이상으로 운항 시간이 길다. 고성군 하일면의 풍양카페리는 다른 곳에 비해 10% 이상 선비가 저렴하고 운항 시간이 20분으로 짧으며 매시 정각에 출항하는 것이 장점이지만 통영보단 삼천포에 가까워서 통영 관광을 겸한다면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영시 도산면의 가오치선착장은 미수항과 풍양카페리 가운데에 위치해 있으며 운항 시간은 40분이고 요금은 미수항과 비슷하다.
여객선터미널은 본인이 출발하는 위치와 가까운 곳을 이용하면 된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통영 미수항이나 고성 용암포가 가깝고 부산에서 출발한다면 통영 미수항이나 가오치선착장이 가깝다.


카페리 운항 시각과 연락처
통영 미수항 | 출항시각 7시, 9시20분, 11시40분, 14시, 16시20분. 성인 편도 6천원, 승용차 편도 1만6500원.
☎055-648-0776
고성 풍양카페리선착장(용암포) | 출항시각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매시 출항. 오후 5시가 마지막 배다.
12시 배와 오후 5시 배는 토요일과 공휴일에만 운항한다. 성인 편도 5천원. 승용차 편도 1만1천원.
☎055-673-0529
통영 가오치선착장 | 출항시각 7시, 9시, 오전 11시, 13시, 오후 15시, 오후 17시. 성인 편도 6500원, 승용차 편도 1만6500원.
☎055-640-3830~2




▲ 1 고성 용암포항의 사량행 풍양카페리 터미널.




▲ 2 통영 도산면에 있는 가오치선착장.




▲ 상사량도 향봉의 돌산을 연결하는 출렁다리.




▲ 1 밤이 되어 붉을 밝힌 사량대교.




▲ 2 스틱과 등산화를 갖춘 산악인들이 암반을 오르고 있다. 등산 코스 난이도가 쉽지는 않다.





<Travel Guide 2>


사량도 등산&트레킹 코스


상사량도 등산코스
내지(금복개)→지리산→불모산→가마봉→옥녀봉→대항(4시간)
내비→불모산→가마봉→옥녀봉→대항(3시간)
금평→옥녀봉→가마봉→불모산→내지(3시간)
금평→옥녀봉→가마봉→불모산→지리산→내지(금복개, 4시간30분)
대항→옥녀봉→대항(2시간)
대항→옥녀봉→금평(2시간)
하사량도 등산코스
덕동→봉화대→찰현봉→읍포(3시간)
픕포→칠현봉→대곡산→통포(5시간)








절경이란 이런 것이구나
다음 날 오전에는 옥녀봉에 올랐다. 사실 그동안 사량도로 수십 번 출조했고, 차를 가지고 사량도로 들어온 적도 서너 차례 있었지만 등산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먼 거리를 오가며 낚시를 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취재는 사량도의 절경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동이 트기 전에 등산길에 올랐다.
상사량도와 하사량도에는 여러 개의 등산코스가 있는데 초행이라면 금평항 사량초등학교 뒤쪽에서 시작해 옥녀봉으로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덜 가팔라서 비교적 오르기 쉽고 초행이라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길이 최종 목적지가 암반으로 이뤄진 돌산인 만큼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Travel Guide 3>


맛집
산청 흑돼지전문점


사량도 여행 중 현지 음식이나 ‘가성비’가 높은 음식을 찾는다면 산청 흑돼지전문점을 추천한다. 예전에는 산청 흑돼지로 끓인 돼지국밥을 전문으로 했으나 인기가 올라가면서 흑돼지로 만든 수육, 전골, 두루치기, 김치전골, 생고기구이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시그니처 메뉴라면 단연 국밥과 수육이며 껍데기볶음이나 두루치기가 별미로 꼽힌다. 여행자들을 위해 구이와 수육용 정육도 100g에 250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사량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어서 찾기 쉽다. 010-6787-2521





▲ 1 흑돼지수육백반정식





▲ 2 경남 산청의 흑돼지로 요리하는 상사량도의 산청 흑돼지전문점.





▲ 1 등산 코스를 알려주는 안내판.





▲ 2 최영 장군 사당.





▲ 3 등산인들의 동호회 리본.





▲ 4 옥녀봉 가는 길




▲ 5 지난 해 1월 상사량도 대항항에서 낚은 갑오징어.




▲ 6 대항항방파제에서 촬영한 대항해수욕장. 맨 좌측 봉우리가 옥녀봉, 가운데가 향봉이며 모두 등산로로 이어져 있다.




상사량도에서 가장 긴 등산 코스는 금평에서 시작한다. 길을 오르면 옥녀봉에 닿고 가마봉과 불모산, 지리산을 지나 섬 반대편인 내지항에 닿는 코스로 소요 시간은 총 4시간30분이다. 나도 금평에서 출발해 모든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겠다고 호기롭게 길을 나섰으나 40분 정도 걷다 나온 돌산에서 걸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상사량도와 하사량도가 한눈에 들어왔고 동이 트는 사량대교 아래로 첫 여객선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새삼 ‘절경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끼고 걸음을 재촉했지만 나의 산행은 그것이 끝이었다. 생각보다 등산 코스는 가팔랐고 카메라를 들고 돌산을 넘기에는 내 담력이 그리 좋지 못하단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이런데 옥녀봉의 출렁다리(돌산의 꼭대기를 다리로 연결한 것)를 건널 순 있을까?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
사진을 찍으며 잠시 시간을 보내니 이내 첫 배를 타고 들어온 등산객들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모두 등산화에 스틱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을 보니 사량도 등산 코스는 그리 녹록한 산행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아쉽지만 옥녀봉을 뒤로하고 상사량도와 하사량도를 한 바퀴 더 돌아본 후 정오 무렵에 배를 타고 사량도를 빠져 나왔다. 다음엔 낚시 장비에 등산 장비까지 갖추고 다시 옥녀봉에 오르겠다 다짐했다.








<Fishing Guide>


사량도 갑오징어&볼락 포인트 8


사량도에서 낚이는 주요 어종은 갑오징어, 볼락, 감성돔이다. 갑오징어는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낚이며 볼락은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잘 낚인다. 감성돔은 방파제의 경우 9~10월에 30cm 내외가 낚이며 10~12월에는 갯바위에서 잘 낚인다.
상사량도의 수심이 조금 깊은 편이며 하사량도는 바닥이 펄인 곳이 많고 수심이 얕다. 볼락은 상사량도, 갑오징어는 하사량도를 추천하며 감성돔은 시즌 내내 상사량도 북쪽 일대가 포인트로 꼽힌다.
1 상사량도 대항항
갑오징어 명소다. 외항이 주 포인트이며 가을에 감성돔도 잘 붙는다.
2 상사량도 성미도방파제
해초가 자란 주변으로 볼락과 감성돔이 잘 붙는다.
3 상사량도 사랑하나펜션 아래
수심이 3m 이내로 얕지만 조류가 흐를 때 갑오징어 조과가 좋다.
4 상사량도 돈지선착장
콧부리 내항으로 발판이 좋으며 갑오징어, 볼락이 잘 낚인다.
5 상사량도 사금항
굴·가리비 작업장 주변이라 가을 이후 감성돔이 잘 낚인다.
6 상사량도 옥동항
물골의 영향으로 종종 큰 씨알의 볼락과 감성돔이 붙는다.
7 하사량도 능양항
들물 전후 내항에서 갑오징어가 낚이며 수심이 얕아 입질타임이 짧다.
8 하사량도 외인금방파제
규모가 작지만 가을~겨울에 갑오징어 마릿수 조과가 나오는 곳.









▲ 하사량도 통포마을 방파제에 그려져 있는 볼락 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