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아버지가 준 선물
제주 종달리방파제
56CM
벵에돔

허남칠 제주 낚시인

지난 2월 19일, 요즘 제주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터라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집에만 있기도 좀이 쑤셔 아침 7시에 동네 단골 가게인 자유낚시점으로 향했다. 낚시점 사장님께 장난 섞인 말로 “형님! 괴기 잘 물게 밑밥 맛있게 타줍써예~”라고 하니 형님이 “어~ 밑밥 고슬고슬 맛나게 타주켜라”며 농담을 주고받고 보니 오늘따라 맛있게(?) 배합된 밑밥을 받고 종종 찾는 제주시 구좌읍의 종달리방파제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바다 예보랑은 다르게 북서풍으로 뒷바람이 불고 있었다. 제주는 음력 2월에 영등할망이 들어온다 해서 수온이 많이 떨어지는 시기인데, 곧 음력 2월이라 그런지 두레박에 물을 긷고 만져보니 많이 차가웠다. 그레도 지금 시기에는 한 번 물면 큰 고기가 문다는 희망을 가지고 채비를 했다.

“막둥아 큰 고기는 항상 발 앞에서 나온다”
1.5호 낚싯대, 2호 원줄, 1.7호 목줄에 저수온이라 입질이 예민할 거라는 생각에 2단 전유동찌에 5호 벵에돔바늘로 채비를 구성했다. 그런데 조금 물때라 그런지 조류도 없고 저수온이라 물까지 차서 변변한 입질 한 번 받지 못했다.
1시간 정도 지날 무렵 발 앞 바닥층에서 찌에 미세한 움직임을 보고 이것은 분명 예신이라는 느낌이 들어 조심스레 살짝 원줄을 견제하는 순간, 원줄을 미세하게 가져가는 것이 보였다. 순간 챔질! 그러자마자 낚싯대 허리까지 순식간에 휘어지는 로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대물이라 이놈은 낚싯대 허리까지 빼앗으며 자칫 못 먹는다는 생각에 최대한 낚싯대를 세우며 LB릴의 브레이크 레버를 수차례 당겼다. 고기가 중간쯤 떴을 때 검정색 빨래판만한 체구를 보며 옆에 있던 동행 출조한 친구 종용이가 외쳤다. “야! 4짜다! 4짜!” 내가 다시 소리쳤다. “야! 4짜 아니다 5짜다! 5짜!”
드디어 벵에돔이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었는데 보통 체구가 아니었다. 이후 두 차례 더 물속으로 파고 들었는데 간신히 뜰채에 넣을 수 있었다. “와~ 용왕님! 대물 낑가주셔서 감사합니다!”
흥분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다. 유년시절부터 낚시가 너무 좋아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며 낚시를 배웠는데 아버지는 나에게 “막둥아 큰 고기는 항상 발 앞에서 나오니까 먼데 말고 발 앞에 던져라”라고 자주 말씀하셨고 오늘 발 앞에서 인생고기를 만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물을 낚았지만 지병으로 힘들게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 오늘 따라 눈시울이 더 붉어졌다. 아버지께 말을 못 했는데 늦게나마 얘기합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문의 제주 자유낚시 064-724-1858

▲ 2월 19일 제주 구좌읍 종달리방파제에서 56cm 벵에돔을 낚은 필자. 방파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대물을 낚았다.

▲ 계측자로 재니 56cm가 나왔다.